책 좀 읽어라.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지겹도록 들었던 말이다. 그 덕분인지 책을 꽤 가까이하며 지냈다. 다만 사회는 책을 읽으라고 소리치는 데 비해 출판 업계가 활황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나 싶다. 미디어를 전공한 사람이다 보니 이 현실의 괴리가 더 와닿는다. 2020년 무렵부터는 OTT가 나오면서 책은 고사하고 텍스트 자체가 저 구석으로 버려졌다. 하지만 책은 중요하다. 영상의 외파가 끝나는 시점이 온 건지 되려 갑작스럽게 책과 텍스트가 더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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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때문이다. AI의 근간인 LLM은 오롯이 텍스트에 기반한다.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는 사람은 텍스트의 문법을 배워야 하는데 책은 그 자체로 텍스트나 다름없다. 프롬프트를 어떻게 작성할 것인지, 내 생각을 어떻게 텍스트로 풀어낼 것인지, 그 모든 과정이 텍스트 미디어의 작동 방식이다. 무턱대고 책을 읽으라고 소리쳐봐야 설득력이 없다. 어려운 책으로 시작하면 금세 질려버린다. 소설, 특히 고전문학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내 전공을 살려, 고리타분하게 여겨지던 고전문학이라는 게 어찌 보면 지금 우리들이 사는 방식과 크게 다를 게 없음을 설명해 보려고 한다. 부디 내 얕은 지식으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책을 향한 흥미를 다시 불러오는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이방인 - 알베르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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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전문학에 빠지게 만든 책이다. 아마 이 전공을 배우기 전이라면 큰 흥미는 못 느꼈을 것 같다. 내용 자체가 꽤 두루뭉술해 단순하게 내리꽂는 자극에 익숙해진 요즘 사람들에게는 너무 지루하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이 책을 풀어내지 못했다면 그 지루함에 무릎 꿇고 완독에 이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제였을 수도 있고, 잘 모르겠다.” 이방인이 시작하는 첫 문장이다. 뫼르소에게 모든 세상은 자기로부터 출발한 것이 부딪혀 되돌아와 투영되는 일종의 상에 불과하다. 주체 철학적 관점에 깊게 빠져있는 사람의 전형이다. 하지만 종장에 이르러서는 주체에게서 벗어나 세상이 나에게로 쏘아 보내는 것들을 받아들인다. 그와 동시에 나에게서도 세상을 향해 쏘아 보내며 상호작용을 하는 진정한 소통의 세계로 접어든다. 뫼르소에 빙의해서 세상을 내 관점에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보면 꽤 재밌게 읽을 수 있다. 관점의 전환은 언제나 전혀 다른 세계를 안겨준다.
카프카 -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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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는 중독을 반증한다. 스마트폰 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뉴스를 아무리 접해도 대부분 자신은 그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여긴다. 간단한 가정을 한 번 해보자. 지하철에 올라 문이 닫히고 난 후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내 핸드폰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가슴이 철렁하지 않으리라고 단언할 수 있다면 당신은 중독이 아니다. 반대로 그럴 수 없다면 당신도 중독이다. 언제나 손에 닿을 곳에 있기에 눈치를 못 챘을 뿐이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99.9%는 이미 중독이다. 그저 부재의 순간이 오지 않아 중독이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생각조차 못 하고 살고 있을 뿐이다.
전 세계의 모든 스마트폰이 아날로그 전화기로 바뀌었다고 가정해 보자. 마찬가지로 우리는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이미 완전히 익숙해진 미디어가 사라져 버림으로써 오는 충격 앞에 무력하다. 하루아침에 두 팔과 다리 대신 여덟 개의 다리를 얻어버린 게오르크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표상이다. 공포라는 건 그리 대단치 않다. 이미 몸에 익은 무언가를 잃어버린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공포에 빠져 인간의 이성을 잃어버린다.
제인 오스틴 -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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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애 프로그램이 인기다. 예나 지금이나 연애는 불패의 콘텐츠인가 보다. 우리가 환승연애, 나는 솔로, 솔로 지옥을 본다면 저 먼 옛날 사람들은 로미오와 줄리엣, 햄릿, 혹은 <오만과 편견>을 읽었다. <오만과 편견>은 참 흥미롭다. 다양한 인물이 복잡하게 엮여 있어 인물들의 성격도 천차만별이라 분석할 많다. 인간 유형과 상황에 따라 어떻게 서로 소통하는지, 어떤 형태의 소통과 관계성을 보여줄 수 있는가를 분석해 보는 것으로도 한 장에서 뽑아낼 이야기가 수도 없이 나온다.
배움이 얕은 사람인지라 깊고 자세하게 파고들 수 없어 얕고 다양한 접근을 골랐다. 인지부조화, 2단계 흐름, 이용과 충족. 어디서 들어보기도 했을 거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름도 있을 것이다. 전부 인간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행하는지를 다루는 이론들이다. 크게 이 세 가지 이론을 적용하여 <오만과 편견> 속의 인물들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풀어냈다. 조금 고리타분한 환승연애 패널이라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