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내게는 전혀 다른 문제다.

   

좋아하는 것은 비교적 빨리 알아차릴 수 있다. 눈이 먼저 반응하고 마음이 먼저 안정된다. 그런데 잘하는 것은 그렇게 간단히 말이 나오지 않는다. 어렴풋이 손에 익은 것들은 있지만, 그것을 “내 능력”이라고 단정하기엔 망설여진다.

 

그래서 요즘 나는 자주 한 가지를 생각한다. 내가 어디까지 좋아할 수 있고, 어디까지 잘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둘이 만나는 지점은 어디인지. 이 글은 그 지점을 찾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서 시작해 내가 믿고 싶은 힘을 더듬어보는 기록이다.

 

 

 

좋아하는 것: 아름다움과 안정

 

나는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한다. 화려함이나 수수함의 문제가 아니다.

 

내 눈에 아름답게 인식되는 것,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주는 존재들이면 충분하다. 꽃, 맑은 하늘, 기와와 한옥의 선, 깔끔한 시계, 헬로 키티. 요가 수련에서 동작이 억지 없이 이어질 때의 자연스러운 플로우. 진실된 눈을 마주쳤을 때 느껴지는 맑음. 하양이 주는 단정한 여백. 이런 것들은 내 마음을 조용히 정리해준다.

 

나는 감각을 통해 안정에 닿는 편이다. 부드러운 촉감의 물건들, 부드럽게 넘어가는 음식, 라벤더 같은 향. 정리된 종이 한 장을 바라보는 순간 생기는 숨 고르기. 이런 것들은 ‘좋아함’이라기보다 내가 살아가는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에 가깝다. 좋아하는 것들이 있다는 건,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조건을 내가 알고 있다는 뜻이다.

 

 

 

좋아함의 공통점: 맑음, 정돈, 부드러운 흐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묶어보면 공통점이 있다.

 

맑음, 정돈, 부드러운 흐름. 맑은 하늘과 진실된 눈은 꾸밈 없는 투명함을 닮았고, 하양과 깔끔한 시계와 정리본은 군더더기 없는 상태를 닮았다. 요가 플로우는 끊기지 않는 전환을 보여준다.

 

내가 끌리는 것은 대체로 “더하기”가 아니라 “덜어내기” 쪽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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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볼 때 화려함보다 결을 본다. 오래 봐도 지치지 않는 톤, 과장하지 않는 선, 흐트러지지 않는 리듬. 내 취향은 누군가에게는 단순하고 심심해 보일지 모르지만, 내게는 가장 믿을 수 있는 형태다. 그 안에서 마음이 안정되고, 생각이 정돈된다.

 

 

 

잘하는 것: 정리, 구조화, 그리고 아직 모르는 부분

 

잘하는 것을 물으면 나는 잠깐 멈춘다.

 

리서치, 공부해서 정리하기, 도식화하고 구조화하기. 분명 나는 이런 일들을 오래 해왔고, 어느 정도는 손에 익어 있다. 그런데도 “이게 내 강점이다”라고 말하려면 망설여진다. 잘한다는 말에는 책임 같은 것이 붙기 때문이다. 잘한다는 건, 언제든 그 수준을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내가 반복적으로 해온 일들을 떠올리면 공통된 동작이 있다. 정보를 모으고, 핵심을 골라내고, 보기 쉽게 정리해 다른 사람의 이해를 돕는 일. 복잡한 것을 단정한 형태로 옮기는 과정에서 나는 비교적 편안해진다.

 

어쩌면 ‘정리’는 능력이라기보다, 내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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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믿는 힘은 집념에 가깝다. 욕심내는 마음, 이뤄내기, 고집 부리기, 반복. 어떤 결과물을 보면 “여기만 더 다듬으면 좋아질 것 같은데”라는 감각이 생긴다. 그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한 번 붙들면 오래 간다. 남들이 멈추는 지점에서 한 번 더 손을 대고 싶은 마음. 그게 나를 앞으로 밀어준다.

 

나는 단번에 번쩍이는 타입은 아닐 수 있다. 대신 반복하면서 선을 맞추는 쪽에 가깝다. 한 번에 완벽하려 하기보다, 조금씩 더 맑게, 더 정돈되게, 더 부드럽게 만드는 방식.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결이 그렇듯, 내가 만들어내는 결과물도 결국 그 방향을 닮아간다.

 

 

 

대상의 부재: 취향은 선명한데 결정은 어려워

 

요즘 고민이 많은 이유는 그 집념을 걸 대상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취향의 호불호는 명확하다. 무엇을 보면 편안해지고, 무엇이 나를 어지럽히는지 안다. 하지만 커리어나 인생의 중요한 결정은 취향처럼 간단히 결론 나지 않는다. 현실적인 조건과 시간, 성장,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지가 한꺼번에 걸려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접점을 찾고 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만나는 지점. 내가 오래 반복해도 덜 지치고, 오래 다듬을수록 더 좋아지는 방향. 아직 그 지점의 이름은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세계의 결이 ‘맑음’과 ‘정돈’과 ‘부드러운 흐름’이라면, 내가 향해야 하는 일도 그 결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쪽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 좋아할 수 있고 어디까지 잘할 수 있는지를 아는 힘은, 내 기준을 잃지 않으면서도 실제로 움직여보는 힘일 것이다. 대상은 머리로만 정해지지 않는다. 해보고, 반복해보고, 다듬어보고, 그 과정에서 내 마음이 덜 소모되는 방향이 드러난다.

 

아직 확정된 결론은 없다. 다만 방향은 있다. 맑게, 단정하게, 흐름 좋게. 진실하고 과장 없이. 그리고 그 방향을 향해 반복할 수 있는 어떤 일을 찾는 것. 지금의 고민은 불안이라기보다, 내 삶의 기준을 더 정확히 세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 과정을 오래 붙들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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