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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너머로 보기에도 시린 공기가 느껴지는 어느 바닷마을. 그 마을에 찾아온 한 사내는 그의 사연을 몰라도 알 수 있을 만큼 공허와 우울감을 짙게 내뿜는다. 이윽고 관객에게 알려지는 사실, 사내는 성공한 영화배우로, 재산과 명예 그리고 커리어우먼인 아내까지 갖추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이토록 우울하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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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극 무대에 오를 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 그는 돌연 모든 것을 회피하듯 이 바닷마을로 휴가를 떠난다.

 

하지만 호텔 방의 커피 머신은 말을 듣지 않고, 숙박객들의 사진 요청은 끊이지 않으며, 마사지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에도 전화벨은 울려댄다. 바쁜 아내는 그의 이야기에 좀처럼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런 사소한 불편과 단절 속에서, 그의 우울은 점점 더 짙어진다.

 

그러던 때 우연히 마주한 옛 연인. 젊은 시절 뜨겁게 사랑했지만 결국 그는 그녀를 떠났고, 각자 다른 사람과 가정을 꾸렸다. 그는 유명 배우가 되었으며 그녀는 한적한 이곳 바닷마을에 정착하여 학생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다.

 

다시 만난 둘은 마치 시간을 되돌린 듯, 눈을 빛내며 맑은 미소로 서로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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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삶이 공허하고 권태로웠던 것일까? 혹은 과거 이별의 순간에 제대로 마침표를 찍지 못했기 때문인가? 두 사람은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다시 가까워진다. 이것이 영화 〈두 번째 계절〉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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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두 사람이 왜 헤어졌는지, 헤어진 뒤 어떤 시간을 살아왔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격정적인 멜로나 자극적인 치정극도 아니다. 그저 이 마을의 파도처럼, 쓸쓸하고도 잔잔한 시선으로 두 사람의 감정을 따라간다.

 

며칠 동안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서, 두 사람은 예전처럼 마주 보고 웃고, 손을 잡고, 춤을 춘다. 그러나 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더 분명해지는 결말은 또 한 번의 이별이다. 결국 각자의 집으로, 각자의 가족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이 결말을 뒤집을 용기도, 그럴 만한 명분도 두 사람에게는 없다.

 

영화의 끝자락, 젊은 시절 찍지 못했던 마침표를 이제야 찍기 위해 그녀는 그의 호텔을 찾는다. 두 사람 사이에는 침묵, 그리고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그녀는 잠시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마치 자신에게도 들려주듯 천천히 말한다.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약속해.”

 

그가 돌아올 일은 없고 우리의 관계는 이렇게 영영 끝나는 것이라고 인정해야만 자신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 관계가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에 내 일상을 모두 걸어야 하니까. 그의 얼굴에는 슬픔과 주저함이 동시에 스친다.

 

며칠간 되찾았던 젊은 날의 감정과, 지금 지켜야 할 삶 사이에서 그는 잠시 멈춰 선다. 하지만 그 역시 알고 있다. 그가 다시 돌아와서는 안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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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계절〉이 특별한 이유는, 사랑을 선택과 결과의 문제로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누가 옳았는지, 무엇이 더 나은 삶인지에 대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이미 각자의 자리를 가진 사람들이 잠시 스쳐 가며 느끼는 감정의 결을 가만히 보여준다. 대사보다 오래 머무는 침묵, 폭발하는 감정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풍경, 그리고 설명되지 않은 과거들이 만들어내는 여백 속에서 관객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기억과 이별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는 누구나 한 번쯤 지나온 계절을 조용히 다시 걷게 만드는, 나의 두 번째 계절을 만나게 하는 시간에 가깝다.

 

누구나 겪어보았을 법한 현실적인 이별의 감정을 지금의 계절과 잘 어울리는 미장센으로 아름답고 잔잔하게 담아낸 영화 〈두 번째 계절〉은 오는 1월 28일부터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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