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을 영화롭게 만든 순간들 중 인디그라운드의 배급아카데미 활동은 단연 1등이었다. 영화 안팎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모여 내내 영화 얘기를 하고도, 며칠 후에 만나면 또 다른 영화 얘기를 하는 사람들과의 만남. 한 해가 더욱 깊어졌다.
이제와서 다 지난 상영회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2026년에도 영화롭기 위한 나만의 다짐이다. 무엇이라도 함께 해보자는 마음과 다같이 또 영화를 사랑해보자는 다짐.
기획 상영회를 준비하며 우리는 각자의 희노애락을 다시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삶의 수백가지 순간들에서 다른 희노애락을 찾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정시상영단' 단원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정시에 암전되는 모든 극장들에게도 사랑을 보낸다. 어두운 극장 속에서 느껴지는 모든 희노애락과, 그 순간들, 그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영원하기를! - 편집자주 '정시상영단' 정주원
다시 쓰는 희노애락 : 정시상영단 첫 번째 기획 상영회
세상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감정을 우리는 ‘희노애락’이라 부릅니다. 하지만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만으로는 우리의 삶을 모두 담아내기엔 부족합니다. 정시상영단은 “희노애락의 의미를 다시 써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희망 · 노동 · 사랑 · 음악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삶의 다채로운 순간들을 스크린 위에 비춰보려 합니다. - '정시상영단' 박채원
프로그램 노트 _ <아빠는 외계인>
‘원석’은 요즘 들어 엄마 ‘경애’가 걱정된다. ‘경애’는 망원경으로 우주를 바라보고, 잡음만 가득한 전화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유는 단 하나, 외계 행성에 있는 남편이 돌아오기로 한 약속의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믿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들 ‘운석’은 연극치료를 신청하지만, 막상 아버지 역으로 등장한 배우는 어딘가 너무 젊고 어색하다.
박주희 감독의 단편 <아빠는 외계인>은 부재의 시간을 통과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다정한 유머와 따스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믿음’과 ‘기다림’이라는 감정의 양면을 경애와 운석의 시선으로 나누어 담으며, 이별이 남긴 공백이 어떻게 다시 희망의 빛으로 남을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하다가도, 이내 마음을 조용히 흔드는 노재원, 박준면, 문유강 배우의 연기가 영화의 마지막 순간까지 애틋한 울림을 남긴다. - '정시상영단' 정지수
<리뷰왕 장봉기>
현실에서는 분리수거 하나에 눈물짓는 아파트 경비원이지만, 온라인 배달 어플에서는 막강한 힘을 가진 '리뷰왕 장봉기'씨. 어느 날, 입주민 대표 갑두에게 부당한 갑질을 당한 그는 온라인 세상의 힘을 이용하여 현실의 부당함에 맞설 기회를 잡는다.
<리뷰왕 장봉기>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권력이 충돌하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유쾌하게 풍자한다. 혐오가 난무하는 세상 속 장봉기씨가 선택한 복수의 결말은 진정한 '갑과 을'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되짚어보게 한다. - '정시상영단' 양지영
<사요나라, 사랑해, 사요나라>
영화는 청춘이 감당해야 하는 꿈과 현실, 그리고 사랑의 순간을 아름답게 담담히 비춘다. 세상의 복잡한 현실 속에서도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이별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관객은 가장 순수하고 격렬했던 그 때의 감정을 함께 느끼게 될 것이다.
청춘의 한복판, 가장 소중한 첫사랑과의 이별 앞에서 이들은 서로에게 '제대로' 사요나라 할 수 있을까? 이들의 아름답고 서툰 이별 여정에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 '정시상영단' 박채원
<언니를 기억해>
연홍(윤보윤)은 언니 연옥(채연희)과 같이 재스민 클럽에 같이 산다. 담벼락과 숲 속, 클럽 안의 테이블을 누비면서 이곳에는 절망이 없는 듯 명랑하다. 이곳을 나만의 포근한 공간으로 인식하는 연홍과는 달리 연옥과 언니들은 앞서 수 많은 언니들이 쓰러졌다며 변화를 도모한다. 미군 기지촌 여성의 이야기는 뮤지컬의 안무와 넘버로 표현된다. 감독이 이야기한 것처럼 '행동이 더 이상 행동으로만 표현될 수 없을 때 '춤'이 된다'. 기억해야 한다는 외침이 노래가 되어 다가올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극장을 나가며 질문을 되먹임하는 과정은 어떤 방향으로든 실천을 낳을 것이다. - '정시상영단' 옥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