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단어는 '처방'이었다. 처방은 보통 몸이 아플 때 병원에서 받는 것이지만 이 책은 독서가 줄 수 있는 치유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책을 읽는 일이 삶의 한 장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 그리고 독서가 회복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을 펼치게 만든 이유였다.
저자 '루스 윌슨'은 힘든 시기에 자신이 사랑해 온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을 다시 읽으며 삶을 돌아보고 흔들렸던 마음을 회복해 나간다.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다시 읽기'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삶의 단계가 달라지면 문장이 다르게 읽히고 인물이 새롭게 보인다는 사실을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보여준다. 다시 읽는다는 행위는 곧 삶의 의미를 다시 찾는 여정이다.
사실 나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에 익숙한 독자는 아니다. 『오만과 편견』이라는 제목만 알고 있을 뿐 실제로 읽어본 적은 없었다. 고전 소설이라는 이유로 막연한 거리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 『에마』 같은 작품들이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관계와 선택, 자존감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이 책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어렵게 분석하기보다 삶의 순간마다 꺼내볼 수 있는 이야기로 소개한다. 관계에 지쳤을 때, 나 자신이 흐릿해졌을 때, 혹은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두고 싶을 때 어떤 이야기가 곁에 있으면 좋을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이 책은 고전 문학을 설명하는 책이라기보다 고전을 통해 삶을 다시 바라보는 방식을 제안하는 책처럼 느껴진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책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처방전' 형식이다. 실제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듯이 자신의 상황에 따라 읽으면 좋은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제시하고 그 책이 줄 수 있는 효과와 함께 예상되는 부작용까지 덧붙인다. 이 장치는 이 책이 단순한 독서 추천서가 아니라 끝까지 '처방'이라는 개념을 성실하게 밀고 나간 책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또 하나 마음에 남았던 것은 저자 루스 윌슨의 태도였다. 나이가 들어서도 변함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곁에 두고 살아가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미래를 떠올리게 했다. 나 역시 시간이 지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며 그것을 삶의 일부로 지켜낼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저자처럼 나이가 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거를 변함없이 곁에 두고 좋아하고 싶다.
돌이켜보면 나는 소설보다는 만화와 애니메이션과 함께 자라온 사람에 가깝다. 책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경험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읽는 시간이 나에게 맞는 속도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는 몇 권을 읽었는지보다 어떤 순간에 어떤 이야기를 만났는지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는 나에게 독서를 삶 가까이로 불러들이는 계기가 되어줄 듯하다. 언젠가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 한 권을 천천히 읽으며 그 이야기 속에서 나를 발견해 보고 싶다. 이 책은 그 시작점에 놓인 다시 읽고 다시 살아가도록 권하는 처방전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