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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스스로 문장을 써내려 갈 용기 -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도서]

책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를 읽고

by 강소정 에디터
2025.12.24 13:34

 

 

언젠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디자인 관련 직무를 수행하려면 각종 디자인 툴을 다룰 줄 알아야 되고, 회계 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회계 관련 자격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글을 쓰는 행위는 특별히 다루어야 할 프로그램도 없고, 자격증을 취득할 필요도 없다. 단지 활자를 기록할 수 있는 사물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다.

 

이러한 이유를 핑계로 글을 '잘'쓰기 위해서 어떤 점을 신경써야 하는지 고민해보지 않았다. '자음과 모음을 알맞게 조리할 수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며,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해 그 무엇보다도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더군다나 이제는 AI만 있으면 한 문장을 한 페이지 분량으로 단 몇 초만에 늘릴 수 있다. 마치 달콤한 사탕에 중독된 아이처럼, 글을 쓰다가 막히는 순간마다 ChatGPT의 유혹에 빠졌고, 스스로 고민할 시간을 아까워하며 인공지능이 던지는 모든 문장을 의심 없이 받아적었다.

 

그렇게 AI가 많은 것을 해결해 주는 시대를 사는 동안, '나'라는 단어조차 말할 수 없는 벙어리가 된 듯했다.

 

그런 내게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느낀 재미를 다시금 일깨워준 책이다.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_띠지_평면.png

 

 

글을 쓴다는 건 선율을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

 

반면 책을 쓴다는 건 교향곡을 작곡하는 일에 가깝다.

 

- p.5

 

 

글과 책을 각각 선율과 교향곡에 비유한 이 표현은, 글쓰기를 좋아함과 동시에 음악을 사랑하는 나를 순식간에 책으로 끌어들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특정 도서를 '인생 책'으로 정할 때 생각보다 많은 요소를 고려한다. 저자의 필력이 괜찮은지, 내용의 기승전결이 적절한지, 불특정 다수에게 필요한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는지 등등. 이러한 요소들을 모두 충족시킨 책들이 훗날 베스트셀러가 되고 스테디셀러가 된다.

 

그러나 나의 경우에는 조금 단순하다. 나를 사로잡는 딱 한 문장만 있어도 그 책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간다. 차마 내가 표현해 내지 못한 생각들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주면 이보다 속이 후련해질 수 없다. 이처럼 개개인마다 책의 매력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의 저자는 필요 이상의 어려운 표현을 쓰지 않고도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에 대해 섬세하게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 글을 쓸 때 정보의 깊이보다는 해당 글이 누구에게, 어떤 순간에, 어떤 방식으로 닿느냐를 중요시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알게 되었다.

 

 

인간의 예민함이 가장 정밀한 편집 도구이기도 하다.

 

- p.156

 

 

이 책에서 가장 신선했던 점은 저자가 ChatGPT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해 풀었다는 점이다.

 

AI가 만들어준 문장이 어딘가 어색하다는 걸 알면서도 나보다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꾸준히 이용했다. 인공지능을 수차례 사용하면서 점점 나만의 색깔이 담긴 문장을 쓰는 법을 잃어갔고,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이 쓴 문장을 흉내내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ChatGPT는 자신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잘 쓰는 걸 흉내 낼 줄 아는'존재로 소개한다. 내 생각과 완전히 반대되는 답변을 읽고, AI를 다른 관점에서 보게 되었다. 인공지능은 각종 기사와 연구 자료를 통해 이미 알려진 정보를 그럴듯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그것을 우리에게 전달할 뿐이지만, 해당 정보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이와 더불어, 인공지능이 우리를 대신할 수 없는 이유는 결국 실제로 경험한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글을 쓰는 일에 있어서 AI보다 더 많은 특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활용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기쁨을 누리고, 슬픔에 공감하고, 불평등에 분노할 줄 알면서도 그것을 문장에 녹이지 못했던 것이다. 글을 잘 쓰는 방법보다는 글을 쓰는 목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책의 저자는 우리의 일상과 가까이 있는 것들을 대상으로 글쓰기의 의미를 알려준다. 이와 더불어, 굳이 어려운 표현을 쓰지 않고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글쓰기 비법을 가르쳐준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친구 이름으로 삼행시 짓기 대회'에 나가 수상을 한 이후로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다. 지금까지 글을 쓰는 일을 단순히 취미로 생각했기에, 특별히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전해질 글을 쓴다는 것에 책임감을 갖게 되었다.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읽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한 글자 한 글자를 섬세하게 다루며 글의 목적을 잃지 않도록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글쓰기가 어렵게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다른 책보다도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를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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