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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퓨전국악밴드 차차웅의 콘서트는 재치 있는 Vcr 영상으로 시작되었다. 밴드 멤버들이 현대인의 생활상을 직접 연기하며 어떤 곡절을 흥얼거린다. 비어 있는 시간을 흥으로 채우고 싶을 때, 연애 사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칼퇴 대신 야근이 나를 기다려 약간 미칠 것 같을 때 그들은 말끝을 늘이고  묘한 가락을 덧붙이며 이따금 목소리를 구성지게 꺾는다. 묘한 가락이 무엇이냐면, 나가기 급한데 필요한 물건이 안 보일 때 한국인 입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그 타령 같은 곡조라면 더 쉽게 이해가 될 듯하다. 


공연의 사회자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과연 민요는 옛날 노래이기만 할까? 우리가 일상에서 느낀 감정에 저절로 붙어나오는 이 묘한 가락이 바로 민요가 아닐까? 민요는 ‘민중의 노래’라는 뜻이고 민요의 주제에는 민중의 사상, 생활, 감정이 담겨 있으니 민요를 전통음악으로만 규정하지 않는다면 과연 설득력 있는 말이다. 공연은 관객에게 인간사 공통된 감정을 상기시켰다. 그렇게 우리 조상과 오늘날 여전히 민요의 Dna를 가진 우리들의 사이를 좁히며 관객들을 민요의 세계로 초대한다. 너무 어려울 것도, 너무 낯설고 멀 것도 없는 민요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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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4일 소월아트홀에서 공연된 'The Gift: 묘한민요'는 메트라이프재단의 문화예술 사회공헌 ‘The Gift’의 일환이다. ‘The Gift’는 재능 있는 예술단체를 발굴하고 3년간 지원하며, 해당 예술단체는 지역사회의 힐링을 위해 ‘찾아가는 공연’을 개최한다. 네 번째 지원 단체인 퓨전국악밴드 차차웅은 사이키델릭 록과 전통 민요를 결합한 음악을 강렬한 퍼포먼스와 함께 선보인다.


차차웅은 신라 남해왕을 부르던 호칭으로 왕과 무당의 뜻을 동시에 가진 단어다. 밴드 차차웅은 무대 위에서 왕(차)처럼 놀고 무당(웅)처럼 신명나는 에너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겠다는 포부로 이 호칭에서 밴드 이름을 따왔다. 실제로 그들의 음악 중에는 전통 굿 음악을 기반으로 만든 곡들이 있고, 무속적 요소는 무대 연출에도 반영된다. 차차웅의 멤버로는 소리꾼 이가희, 보컬 및 퍼포먼스의 지서훤, 기타 강원우, 베이스 김기원, 드럼 임강토가 있으며 이날 공연에는 건반 세션과 한 명의 코러스, 세 명의 무용수가 무대에 함께 올라 1시간 30여 분의 연희를 만들었다.


차차웅은 첫 곡으로 건드렁타령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렁드건>을 불렀다. 건들건들한 분위기로 자유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곡이었다. 아이엠 그라운드 게임 노래를 차용한 <차차웅 그라운드>를 부를 때에는 공연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역할과 이름을 소개했다. 이 곡에 담긴 유머로 인해 관객의 낯설음이 줄어들기 시작했을 것이다.


<릴릴릴리>는 ‘날 버리고 가신 님 십 리도 못 가 발병난다’ 라는 익숙한 아리랑 가사와 개타령이 융합된 노래였다. 아리랑과 개타령이 어떤 연유로 합쳐졌는가가 궁금해진다. 한편, 익히 아는 노래와의 결합을 통해 보다 생소한 노래를 알게 되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후렴구가 중독적인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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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웅은 민요가 과거의 음악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소회를 묘한 곡조로 부르면 그 역시 민요라고 말한 바 있다. 차차웅의 곡 중에는 좀처럼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하루 끝 느낀 깨달음, 즉 생활인으로서의 일상담을 주제로 삼은 곡도 있었다. 한편 전통 색이 더 짙은 곡 <매화타령>을 부르기 전에는 소리꾼 이가희가 해가 넘어감에 따라 나이 먹는 것에 대한 헛헛한 기분을 얘기하며 곡을 소개해 전통을 한층 친숙하게 ‘오늘의 개인적인 고민’과 연관 짓기도 했다.


난봉가 변주곡인 <나 어이할거나>를 들으면서는 민요 중에서 난봉가가 필자의 취향임을 알게 되었다. 다른 퓨전국악밴드가 재해석한 난봉가를 접한 적이 있다. 노래가 오묘한 것이 참 매력적이라 느꼈다. 그런데 이번에도 <나 어이할거나>에서도 난봉가 곡조가 두드러지는 부분에서 특히 개미를 느낀 것이다. 퓨전국악 청음 경험이 조금이나마 쌓이면서 선호가 겹치는 부분을 발견하며 필자는 자신의 전통 민요 취향도 한 걸음씩 발굴하기 시작했음을 느낀다. 이것이 퓨전으로 클래식에 도달하는 과정 중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스페셜 게스트로 ‘AUX’의 소리꾼 서진실과 ‘밴드날다’의 소리꾼 오단해가 출연해 큰 성량으로 농부가와 뱃노래를 열창했다. 두 소리꾼은 작년에 ‘The Gift’의 <심청날다> 공연에서 본 적이 있기에 한층 반가웠다.


공연 초반의 낯설음은 어느덧 풀어지고 관객들은 가수가 참여를 유도할 때 누구보다 신나게 가사를 외치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 노래 <런어웨이>(제주허튼굿)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일어나 헛세 헛세 후렴을 부르며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분명 처음에는 좌석 공연장의 차분한 분위기 속에 있었는데 공연 말미에 와서는 거진 스탠딩 공연을 즐기는 분위기가 되어 있었다. 다른 관객들의 반응에 나 또한 흥이 올랐다. 옆 사람과 말도 나눈 적 없는데 세트리스트가 퓨전국악이라 그런지 같이 즐기고 있다는 데에서 묘하게 공동체 의식까지 느껴졌다. 콘서트를 감상하다 보면 간혹 경험하곤 하는 하나되는 느낌에 우리나라 전통 문화가 진하게 가미되면 이런 효과까지 생기는 것일까? 새삼 신기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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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웅 멤버 중 지서훤은 보컬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담당하며 노래를 부르다가 무당처럼 뛰고, 몸 연기를 하고 격한 춤을 췄다가 다시 노래를 불렀다. 노래로 돌아올 때의 숨고르기 능력과 그 체력이 신기했는데 알고보니 그는 봉산탈춤 전수자에 배우 생활도 다양하게 한 이력이 있었다. 그는 노래도 하고 격한 춤도 추면 심장이 터질 것 같지만 관객들에게 진심을 다한 에너지가 전해질 때면 기쁘다고 한다.* 지서훤과 차차웅 멤버들의 에너지가 잘 전달되어 관객들은 즐거워 보였고, 필자 또한 한 시간 반 공연이 40분 공연처럼 체감될 정도로 재미있게 관람했다.


이번 콘서트로 차차웅의 음악을 알게 되어 기쁘다. 그들 음악과 제주 굿의 연관이 깊어 보이는데 그 내력이 조금 궁금해졌으며, 난봉가라는 민요에 대해 더 깊게 알아가고 싶어졌다는 것이 공연 감상을 갈무리하며 드는 생각이다. 헛세헛세 열심히 외친 관객들과 공연자들 모두 올해는 잘 마무리해 보내주고 새해 복 많이 받는 연말연시가 되기를 바란다.

 

 

* KTV 교양 다큐멘터리 유튜브 영상 <국악 우리가 잇다> 차차웅밴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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