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낯선 곳이 안정감을 주지는 않지만,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편안한 곳, 나와의 충분한 시간이 있어 나를 마주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두 달 전부터 떠날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시간을 내지 않으면 시간이 안 나서 평일에 연차를 내어 시간을 만들었다. 두 달가량 주말까지 많이 바빠지면서 더욱 부여여행에 대한 갈망이 커져버려서 난데없이 수요일에 연차를 냈다. 우선, 나에게 당일치기 여행에서 중요한 점은 뚜벅이, 잔잔함, 자연 정도 될 것 같다. 그래서 문뜩, 유적지와 박물관을 견학할 수 있는 부여가 어떨까 했고 서울에서도 많이 멀지 않아 제격이라 생각했다. 지도를 보니 갈 만한 곳은 걸어서 다 가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오전 6:30 부터 한 시간 반 짧게는 20분 간격으로 버스가 있어 평일이라면 기상하는 대로 버스를 예매해도 괜찮았다. 그래서 충동적인 여행도 너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등버스만 있는데 편도 2만 원이 안되는 돈으로 2시간 30분 가량 졸다 보면 도착할 수 있다.

 

부여시외버스터미널 → 부여 정름사지오층석탑 → 궁남지 → at267 카페(궁남지뷰) → 국립부여박물관

 

 

 

부여 정림사지 오층 석탑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부여 정림사지 오층 석탑은 너무 예쁜 돌담길에 둘러싸여 있다. 돌담길 안으로 들어가면 정림사지 오층 석탑이 광활한 마당에 우뚝 서있는데, 그래서 더 단단하고 멋있게 느껴졌다. 탑이 많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꽤 올려다봐야 하는데 단단한 바위로 석탑을 쌓았다는 거만해도 그 시대에 대단한 유적지로 여겨질 만하다. 석탑은 부처님의 사리(불교 유물)를 모시고, 공덕을 쌓으며, 불교를 널리 알리기 위해 쌓는다고 하는데 정림사지 오층 석탑을 지나 돌담의 가장 뒤쪽으로 가면 아주 예쁜 기와집이 있다. 사실 집은 아니고 부르는 명칭이 있을 것 같은데, 경전을 연구하고 교육하던 강당 안에 정림사지 석조 여래 좌상이 있다.

 

700여 년의 유구한 백제 역사에 비하면 오늘날 남아 있는 백제의 문화유산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부여 정림사지오층석탑이 제자리에 원래의 모습을 잃지 않고 남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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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남지


 

궁남지는 별표 5개 일단 쳐놓고 시작해야 한다. 입구부터 불규칙적인 작은 연못들이 있고 쭉 구불한 길을 따라가다 보면 궁남지가 나온다. 궁남지를 보자마자 입이 떡 벌어질 수 있다. 11월 요즘 같은 날씨에 바람이 불지 않아 춥지도 않고 하늘이 맑은 날 궁남지 연못은 하늘을 그대로 반사하고 있다. 부여에 간 날에는 궁남지의 연못에 물이 멈춰있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잔잔해서 하늘과 구름이 너무 예쁘게 비치고 있었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가 연못에서 분수가 나왔고 여백의 미를 분수가 채워주는 것도 아름다웠다. 뒤쪽으로 가면 궁남지에 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는데, 정자 형태로 되어있어서 신발을 벗고 올라가볼 수 있다. 정자 형태라 사방이 뚫려있어서 어느 곳을 보든 아름답고 시원하다. 궁남지를 나오는 길도 너무 아름다운데, 연꽃, 갈대, 오리 등 볼거리가 많아서 작은 습지대를 걸어가는 느낌이었다. 궁남지에서 영상을 가장 많이 남긴 것 같다.

 

『백제본기』 무왕35년조에 “궁의 남쪽에 연못을 파고 20리 밖에서 물을 끌어 들였으며 연못가에는 버드나무를 심었다. 연못 가운데에는 섬을 만들어 방장선산을 모방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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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267 카페

 

들렸던 궁남지 근처 카페도 살짝 넣어보자면, 궁남지 전체를 나와 갈 쯤 at267 카페가 있는데 다다르기 직전부터 다섯 걸음마다 걸음을 멈추게 된다. 너무 귀여운 오리들이 놀고 있는데 너무 사랑스럽고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물론 새하얀 독특한 새도 있다. 이 카페는 궁남지 뷰인데 테라스 쪽에 앉으면 궁남지를 차지하고 있는 버드나무와 오리들을 멀리서 볼 수 있다. 나도 궁남지를 바라보게 되어있는 테이블에 앉아 할 거 하면서 정면 보며 멍 때리기도 하고 잠깐 휴식할 수 있었다. 브런치, 디저트, 건강음료, 생과일주스, 커피 등 종류가 많고 내부가 널찍하니 트여있어서 추천하고 싶다.

 

 

 

국립부여박물관


 

심금을 울린 박물관! 박물관도 계속 발전한다! 이렇게 트렌디할 수 있다니!

 

지금 떠올려도 무료로 관람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뜻밖의 미디어아트 상영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선, 전시실부터 차례대로 들어가 유물들을 관람했는데, 오랜만에 신석기 시대부터 역사를 차례대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이 유물들이 너무 신기하고 이런 걸 만들었다는게 대단하고, 특히, 장신구들을 보면서 어느 시대이든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어 하는구나 생각했다. 지금 봐도 아름다운 장신구들이 많았다.

 

부여박물관에서 가장 잘 알려진 유물로 생각되는 “백제금동대향로”는 진짜 사진으로 안 남기고 못 배긴다. 자세히 볼수록 너무 아름답고 신비롭다. 백제금동대향로는 단독 방이 마련되어 있는데, 그 앞에 스크린 터치로 백제금동대향로를 360도 회전하면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스크린으로 먼저 보고 마주했는데도 새까만 방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금색 금동대향로가 분위기를 완전히 압도했고 아름다웠다. 정말 자태라고 해도 될 정도로 자태가 아름다웠다.

 

이름에도 있듯이 향로로써 향을 피워 부정한 것을 깨끗이 하기 위한 도구인데, 산이 겹겹이 쌓여있는 형태와 가장 아래에 봉황이 받치고 있어 더 묘하게 다가왔다. 상상 속 동물과 새, 다른 동물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기록하고 싶은 유물은 “사택지적비” 이다. 비석에 일정한 간격으로 칸을 치고 안에 글자를 새겨 놓은 유물인데, 해당 문장은 중국 남북조시대의 사륙변려체이며, 사택 가문을 비롯한 백제 귀족들이 향유했던 문화의 한 면을 보여준다고 한다. “세월의 덧없음, 늙어 가는 것에 대한 탄식과 불교에 의지하는 벡제인의 정서”를 담고 있다고 비석 옆에 적혀있다. 그 비석에 적혀있는 글은 아래와 같다. 한자를 우리말로 아름답게 풀어쓴 것 같다.

 

 
갑인년 정월 9일 내지성의 사택지적은 날이 갈수록 몸이 쉽게 노쇠해지고 달이 갈수록 돌아오기 어려움을 슬퍼하여 금을 뚫어 진귀한 당을 짓고 옥을 다듬어 보배로운 탑을 세우니 높이 솟은 늠름한 모습은 신령한 빛을 뿜어 구름을 보내는 듯 하고 위엄 있고 비장한 용모는 성스러운 밝음을 머금어
 

 

전시실 관람을 마치고, 아주 타이밍 좋게 중앙에서 미디어아트가 상영되었다. 박물관 천장이 뚫려있는 건 아닌 거 같고 빛이 들어오게 되어있는 것 같은데, 그 빛을 차단시키도록 천장이 모두 닫히면서 미디어아트가 시작된다. 천장 아래에는 큰 “부여석조”라는 아주 단단해 보이는 돌 항아리가 있는데 그 부여석조와 천장을 활용해서 미디어아트가 진행된다. 예스러운 작품들로 미디어아트를 만드니 너무 새롭고 신비롭고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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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군데 더 들리고 싶은 곳이 있었지만, 당일치기로 간단하게 잘 즐기고 왔다. 모든 곳이 아름답고 적당히 신비롭고 잔잔했고 자극이 전혀 없고 편안했다. 부여는 서쪽에 있지만 중간에 있으니 서울이나 전라도 정도에서는 충분히 가볍게 다녀올만한 곳이라 생각된다. 평일에 다녀와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사람도 적으니 온전히 자신과 마주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자연과 관람거리가 가득한 부여로 잠깐 떠나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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