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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나는 가끔, 어떤 노래가 사람의 시간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믿는다. 비투비를 처음 알게 된 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어느 여름 저녁이었다. 휴대전화로 노래를 듣다가 흘러나온 한 소절.

   

 

“힘들어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잘 될 거예요

I believe in you”

 

 

 

 

그 단순한 문장이 그 시절의 나를 잠시 멈춰 세웠다. 그날 이후, 나는 아이돌 그룹 비투비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들을 좋아했던 시절의 나는 스스로를 설득하듯 살아가던 사람이었다.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매일을 꾸역꾸역 버텼다. 그때마다 그들의 목소리가 내 하루의 균형을 잡아주었다. 그건 단순히 좋아하는 아이돌의 음악이 아니라, 불안한 어린 마음이 세상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붙잡았던 버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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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려함 대신 진심을 보여주는 비투비


 

아이돌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는 수많은 팀의 이름을 듣고, 수많은 노래를 흘려보냈다. 화려한 조명 아래 등장했다가 어느새 사라지는 얼굴들 속에서, 유난히 오래도록 남은 이들이 있다. 비투비(BTOB).


그들은 아이돌이라는 산업의 표준화된 궤도 안에 있었지만, 동시에 그 바깥에서 자신들만의 리듬으로 걸어왔다. 내가 그들을 처음 좋아하게 된 것은 단순히 노래가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노래 속에서 위로를 느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반, 아이돌 산업은 포화 상태였다. 대형 기획사의 체계적 생산 시스템, 정교하게 계산된 퍼포먼스, 그리고 소셜미디어를 통한 팬덤 경쟁. 아이돌은 브랜드였고, 팬은 소비자였다. 그러나 그 소비 구조의 중심에서, 비투비는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음악을 만들었다. 그들의 발라드는 늘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넘어선 지나간 시간에 대한 위로를 노래했다. <그리워하다>, <괜찮아요>, <너 없인 안 된다>, <기도>까지.


그들의 음악은 사랑을 말하되, 그것이 항상 청춘의 불꽃일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오히려 다 타버린 뒤의 잿더미 속에서도 남아 있는 온기를 보여주었다.


아이돌 음악이 점점 더 전자음과 트렌드 중심으로 재편될 때, 비투비의 음악은 정직하게 노래를 중심에 두었다. 가창력을 과시하기보다 감정선을 정확히 전달하는, 그들의 하모니는 ‘보컬 그룹형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이것은 단순한 장르적 선택이 아니라 산업 구조에 대한 새로운 개척점이었다.


대형 퍼포먼스와 화려한 콘셉트 경쟁에서 벗어나,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고집하는 태도. 느리더라도 끝까지 함께 있어주는 모습. 그것이 비투비의 정체성이었다.


비투비의 음악은 늘 사람의 마음 가까이에 있었다. 사랑이나 이별, 상처나 위로 같은 너무 익숙한 감정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통과하면 새로워졌다. 그건 유행의 언어가 아니라 삶의 언어였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는 기술보다 온기가, 트렌드보다 체온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은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이 바쁠수록, 그 느린 위로가 더욱 빛난다. 그들은 효율보다 진심을, 소비보다 관계를 택한 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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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은광, 이민혁, 이창섭, 임현식, 프니엘, 육성재, 그리고 멜로디


 

비투비를 생각하면 늘 사람 냄새가 난다. 이 팀의 진짜 힘은 화음이 아니라 관계의 온도에서 나왔다.


서은광은 팀의 리더이자 메인보컬로 언제나 책임감이 크고 팀을 위해 노력하는 존재였다. 언제나 유쾌하고 가벼워 보이지만, 그의 웃음에는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배어 있었다. 그는 리더이자 비투비의 가장 큰 팬이었다.


이민혁은 다재다능함의 끝에서 성실함을 보여준 사람이다. 메인 래퍼이자 보컬, 작곡가이자 운동선수처럼 살아온 그는 꾸준함이 곧 재능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팬들 사이에서도 자기 꾸준한 자기 관리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이창섭은 비투비의 리드 보컬로 감성적인 목소리와 장난기 넘치는 모습이 매력이다. 그의 노래에는 늘 불안이 섞여 있다. 하지만 그 불안이 음악을 깊게 만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상처 입은 사람의 마음에 가장 정확히 닿으면서 위로를 전했다.


임현식은 팀의 보컬이자 작곡가, 작사가로 비투비에서 많은 노래를 만들었다. 자작곡으로 비투비의 방향성을 이끌었고, 그의 음악에는 늘 사람이 노래할 이유가 있고 듣는 이가 쉬어갈 쉼표가 있다.


프니엘은 리드 래퍼이자 메인 댄서로 역할하며 비투비가 댄스 곡을 할 때마다 중심이 되어 팀을 이끄는 멤버다. 영어 랩과 한국어 랩 모두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 나간다. 유일한 외국 멤버로 사진 찍기를 좋아하며 팀 내에서 에너지를 맡고 있다.


육성재는 보컬로 초창기부터 배우 활동을 병행하면서 비투비를 세상에 알렸다. 배우로서 활동이 많아 아이돌임을 모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는 막내로 밝고 장난기 많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배우로서도 예능인으로서도 그는 늘 비투비의 성재였다.


이 여섯 명의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관계는 하나의 공동체였다. 그들은 서로를 경쟁자가 아닌 함께 버텨낼 동료로 여겼다. 아이돌 산업이 개인화의 논리로 흘러가던 시기, 비투비는 ‘함께’라는 오래된 단어를 끝까지 지켜냈다.


 

 

3. 그들이 걸어온 지난 16년이 꽃길만은 아니었다


 

비투비의 초창기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대중의 관심은 강렬한 콘셉트와 중독적인 후렴구에 쏠려 있었고, 그들의 정통 보컬 음악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음원 성적보다 무대 위의 진심을, 화려함보다 인간미를 택했다. 결국 시간이 증명했다.

 

2015년, ‘괜찮아요’로 음악방송 1위를 차지했을 때 그건 단순한 성과가 아니라 노력의 결과었다.


그들은 스스로의 리듬을 믿었다. 한 번의 유행보다, 오랜 신뢰를 선택했다. 이 선택은 산업적으로는 비효율적일지 몰라도, 결국 그것이 그들을 가장 오래 살아남게 만든 이유였다.


오랜 군백기와 공백기를 거치며도 그들의 팀워크는 흔들리지 않았다. 비투비가 보여준 건 단순한 음악의 성공이 아니라, 진심으로 오래 가는 팀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그들은 시대의 중심을 차지하진 않았지만, 언제나 그 자리를 지켰다. 아이돌 산업에서 유지는 곧 저항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요구받는 세계에서,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고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들은 변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진화했다.


2020년대 들어 K-pop은 글로벌 산업이 되었다. 팬덤의 규모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커졌고, 음악은 더욱 디지털화되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비투비의 존재는 여전히 단단하다. 그들은 글로벌 스타라기보다는, 국내 음악 시장의 정중앙에서 장기적으로 신뢰받는 뮤지션으로 자리했다.


이제는 그룹 아이돌뿐만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개인 앨범을 내고 드라마를 찍으며 뮤지컬 배우로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비투비는 단지 오래된 아이돌이 아니라, 아이돌 산업의 휴머니즘을 상징하는 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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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 명의 멜로디로서


 

비투비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나는 오랫동안 비투비를 좋아했다. 학창 시절, 시험 기간마다 <괜찮아요>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았고, 학교를 오가는 길에는 비투비가 낸 전곡을 메들리처럼 들었다. 그 시절 내게 그들의 목소리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삶의 일부였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되고, 음악 취향이 넓어졌지만, 이상하게 비투비의 노래만은 여전히 들을 때마다 그때의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그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내 삶의 어딘가에 남아 있다. 일상 속에서 문득 흘러나오는 노래 한 구절이 그 시절의 나를 다정하게 불러낸다.


비투비는 내게 단순한 아이돌이 아니다. 그들은 진심이 통할 수 있다는 신념을 심어준 사람들이다. 화려함이 사라져도 남는 건 결국 사람의 온기라는 것을, 그들은 몸으로 보여주었다.


그들의 음악은 내 청춘의 배경음악이자, 삶을 덜 외롭게 만든 온기였다. 시간이 흘러도, 그들의 노래는 내 마음의 난로처럼 남아 있다. 조용히 타오르며, 한때의 나를 여전히 따뜻하게 덥힌다.


이제 나 역시 팬으로서의 열정적인 시절은 지났지만, 여전히 그들의 노래를 들을 때면 마음 한쪽이 따뜻해진다. 그건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 그들이 내게 가르쳐준 삶을 사랑하는 법 때문이다.


유행은 지나가고, 세대는 바뀌지만, 진심으로 부른 노래는 남는다. 비투비는 그 사실을 증명해온 팀이다.


돌아보면, 나는 그들의 팬이었기보다, 그들의 시대를 함께 산 사람이었다. 그 시절, 비투비의 노래는 나의 배경음악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노래는 내 청춘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으로 남았다. 그 문장은 아마 이렇게 요약될 것이다.

 

 

 

 

“예지앞사. 예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사랑해.”

 

그 말이 여전히 내 안에서 울리고 있다.

 

비투비는 그렇게, 여전히 나의 삶 한켠에서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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