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다 보면 꽤나 자주 그리고 많이 여러 가지 전시와 공연들을 다니게 되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퇴근 후 먹는 치맥에는 고민 없이 돈을 쓸 수 있다고 하듯이, 나에게는 영화 한 편이 그런 느낌인 것이다. 물론 때로는 치킨 값으로 해결되기도, 때로는 치킨 서너 마리 값은 써야 할 때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여러 문화생활을 즐기다 보면 정말 많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물론 단순히 길을 걷다가도 수없이 많은 인파를 만나고 헤어지지만, 이 경우는 조금 다르다. 같은 목적을 지니고 꽤 오랜 시간 어느 정도 일정한 장소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평소라면 만날 일 없던 사람들을 한 장소에 가둬(?)두는 것이랄까. 과장을 좀 보태면 그렇다.
이렇듯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장소를 공유할 때, 그 안의 사람들이 모두 다른 성향과 취향을 가졌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리고 나와 다르다고 해서 누군가가 꼭 잘못된 것은 아니기에 나는 그 안의 사람들을 최대한 존중하고자 늘 마음을 먹곤 한다. 특히 스스로 (특히 관람을 할 때는) 좀 더 예민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나는 영화나 공연을 관람할 때 의자에 정말 가만히, 말 그대로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편이다. 나에게는 이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릴 때는 옆에서 꼼지락거리는 사람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또 지켜보다 보니, 모든 사람이 나처럼 가만히 있는 것을 쉬워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건 그들이 공연을 방해하려거나 매너가 특별히 없어서라기보단, 그냥 최대한 참은 게 그 정도일 수 있다는 걸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 편이 오히려 나의 심신 안정에도 도움이 되곤 했다.
그렇게 평화로운 문화생활을 이어가던 중, 시련은 찾아왔다. 얼마 전, 나는 한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러 갔다. 유명 피아니스트와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너무나 고대하던 공연이었다. 기대하던 만큼 공연은 너무나 흥미롭고 벅차올랐다. 그러나 공연장을 나설 때 나의 기분은 그리 좋지 못했는데, 바로 옆자리의 어느 두 관람객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좀 부산스러운 관람객이구나 생각했다. 이 정도는 다년간의 훈련으로 다져온 이해심으로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나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자(굳이 그 과정을 적지는 않겠다) 점점 공연보다 옆자리가 신경 쓰이는 날 발견하게 되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도 괜찮았다.
날 정말 당황하고 또 황당하게 만든 일은 피아니스트의 연주 때 일어났다. 연주에 심취해 온 몸을 써가며 연주를 하는 모습을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며 감상하고 있었다. 무릇 연주자들이 연주에 집중하며 몸이나 머리를 흔들거나 눈을 감고 음색을 느끼는 일은 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순간 내 눈에 옆자리의 관객이 들어왔다. 그들은 피아니스트의 행동을 따라하면서 웃기다는 듯 비웃음과 함께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순간 내가 오해한 걸까 싶었지만, 비언어적 표현이란 것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듯 그들의 행동은 누가 봐도 ‘비웃음’이었다. 이후에도 공연이 끝난 후 관객이 박수를 치면 연주자 혹은 지휘자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서로에게 감사를 표하는 모습에도 도대체 언제까지 인사를 하냐며 또 다시 비꼬는 듯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고 집에 오며 계속 생각해보았다. 불쾌한 기분이 가장 컸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 이유가 있었을까 생각해보았다. 결론은 그들이 그저 배려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들은 클래식 공연이 처음이었을 수 있다. 그래서 공연의 내용이 귀에 들어오기보단 심취한 피아니스트가 신기했을 수도 있고, 끝없이 이어지는 박수의 행렬이 지루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공연이 처음이라고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는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공연이 지루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지루함을 핑계로 무례하게 굴지는 않는다. 이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이 처음 경험해보는, 혹은 취향에 맞지 않는 것들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과연 나는 그동안 어떠했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리고 결심했다. 앞으로는 더욱더 조심하고 또 존중하자. 내가 겪어보지 못한 문화라 당황스럽더라도 우선 그들의 예절을 지키자.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건 그것이 내 취향인지 아닌지, 그리고 그에 따라 다시 즐길지 아닐지 뿐이다. 누군가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고 해서 그가 무시해도 될 만한 사람이란 뜻은 아니다.
이번 공연은 비단 문화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삶에서 상대를 수용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고, 일상에서 얼마나 이를 잊고 지내는지도 깨달았다. 내가 불쾌함을 느꼈듯,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도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내가 먼저 배려해야 나 또한 그 배려를 원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