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발을 딛고 서있음에도 물속과 공중 사이 어딘가에서 떠 있고, 손끝에 닿는 무언가도 없이 공허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불안은 종종 몸보다 먼저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물리적인 환경과는 상관 없이 발 딛는 땅 같은 건 없고, 주변은 계속해서 변해가고, 가만히 서있으려 해도 무언가에 떠밀리듯 행하는 일들이 많다.
이번 달에 그린 그림 속의 소녀처럼, 흐릿해지는 중심을 마음 한가운데에 놓은 채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균형을 잃는다. 그러나 잘 보면, 소녀는 완전히 추락하지 않는다. 선명하지 않아도 분명히 어딘가를 잡아 몸을 지탱하고 있고, 아주 희미하게나마 어딘가와 연결된 줄기가 있다.
불안 속에서 중심을 잡는다는 건 불안하지 않은 척 버티는 일이 아니라, 흔들리는 자신을 인지하고, 그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지점 하나를 찾아내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가끔은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보호막이 실은 우리를 잠시라도 살게 해주는 산소통이 되기도 하고, 발끝에 매달린 한 갈래의 끈이 또 내일을 버티게 해주는 이유가 될 때도 있다. 불안은 나를 무너뜨리려는 적이 아니라, 내가 아직 미세하게라도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일 때가 많다고 받아들이고 싶다.
우리는 불안을 떨쳐내는 법이 아니라 불안과 함께 숨 쉬는 방법을 배우는 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