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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클레어 키건은 긴 문장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부분 두 줄이 넘지 않는 짧은 문장들로 이야기가 결합 되어 있다. 그럼에도 문장 사이사이에는 인물의 복잡함이 잘 담겨 있다. 끝내 문장 뒤에 숨겨져 있던 인물들의 삶의 굴곡을 찾아내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숨은 그림 찾기와 십자말풀이 게임을 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소설의 지면에 숨겨진 단서들을 찾으며 몇 번을 다시 읽었고 작가가 적어둔 상징에 나만의 해설을 적으면서 재미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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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존 롤러의 외동딸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된 소설은 과거에 그녀와 비밀의 사랑을 나눴던 사제를 주인공으로 선택하여 현실과 이상, 선택이 반복되는 삶 속의 갈등을 이야기한다. 그 속에서 진주 목걸이가 끊어지는 상황에서 사제가 그녀의 온기를 느낀 순간부터 인물과 인물을 둘러싼 공간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중심인물인 사제는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아봐야 한다. 소설의 인물들은 갈등을 겪기 마련이다. 그는 “성당 문을 잠그자마자 그가 책임져야 하는 마을”(32p)로 인해서 단순히 “목책을 넘어 강으로 걸어 내려가고”(32p) 싶다는 작은 소망조차 이룰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사제라고 하기엔 신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인 기도에 깊은 생각을 담지 않는다. “기계적으로 기도를 시작”(42p)하며 “식후 감사 기도를 드리지만 한마디도 마음으로 느껴지”(49p)는 게 없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모습을 보길 원하고 사제가 되는 방법을 배우길 원한다. 사제는 그런 인물이다. 소설에서 단 한 번도 이름이 명명되지 않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당신 문제 있어요.”(59p)라고 명명되는 그런 인물.


보조 인물은 어떠한가. 사제와 사랑을 나눴던 신부(그녀의 이름은 케이트이지만, 사제는 그녀를 명명하지 않는다.)는 진주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유감스러운 상황에서도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는다.”(52p)


즉, 그녀는 강인하고 적극적이다. 하지만 결혼식장이라는 공간 안에서는 손을 떨고 초록색 눈에는 아무것도 담지 않으며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조용히 앉아 있다.”(49p) 공개적으로 그녀에게 자매가 없어서 땅을 나눠 가질 수 없음이 유감이라고 말하며 비웃음의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있기도 하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독자는 그녀가 결혼식을 하겠다는 선택이 실패로 가리라고 비참하게 예상한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가 말한 것처럼 실수하고 힘든 일을 겪은 후에 그녀는 성장하게 될 것임을 믿는다. 신부(사제)가 걷고 있는 푸른 들판을 신부(그녀) 역시 걷게 될 것임으로 소설이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제에게 변화할 여지를 준 또 다른 보조 인물은 이동식 주택에 사는 중국인이다. 그는 “자기만의 깨끗한 공간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자 “자신이 하는 일을 믿고 그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63p)으로 명명된다. 사제와 반대의 인물이다. 물론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중국인의 두 번의 차와 건조하고 따뜻한 손으로 인해서 사제는 “하느님은 어디 있지?”(64p)라는 질문에 답을 얻고 그는 선명함을 찾게 된다. 중국인의 집 목재 대문을 열고 나온 순간부터 봄이 왔고 오리나무가 싹을 틔우며 “양 한 마리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 푸른 들판을 가로지르”(64p)기도 한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에선 사제가 버거운 현실에서 걸음을 떼며 “내일의 삶에 대해서 생각”(64p)하기에 이른다. 즉, 중국인은 사제에게 문제가 있음을 직시하게 하며 자신 일에 즐거움을 느끼게 만드는 중요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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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설의 첫 장에서 두 가지를 주목해야 한다. 결혼식 분위기와 주목(朱木)이다. 먼저 그날의 결혼식에는 오르간 연주자가 연주하는 ‘바흐의 토카타’가 흐르고 있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띠로리’로 시작하여 절망적인 분위기를 주는 대표적인 곡이다. 게다가 들러리는 말이 없고 4월의 하늘에서는 창백한 구름이 갈라지기까지. 즉, 작가는 독자에게 첫 장면에서 결혼식에 늦은 신부와 장례식 같은 웃음없는 공간을 보여준다.


그리고 주목은 나무의 한 종류로 단정화라는 꽃이 피며 꽃말은 고상함, 비애, 죽음이 있다. 주목의 씨앗에는 독이 들어 있어서 종종 독극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32p에 근거하여 맑은 바람이 불어서 묘지 길 쪽으로 날아간 베일은 결혼식이자 한편으로는 죽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소설 시작에서 그는 죽음을 가지고 있다가 변화하는 시점부터 죽음을 의미하는 베일을 강에 흘려보낸다. 강은 흘려보내는 공간이자 비움을 만드는 공간이다. 베일을 떨어뜨림으로써 신을 떠올리고 내일을 살아간다. 결국 소설 첫 장의 부정적 흐름은 한 차례의 인과성을 거치면서 강까지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작가는 시노트의 입을 통해 차별과 대립을 말한다. 종교의 다름, 인종의 다름, 성별의 다름을 말이다. 소설에서는 가톨릭과 개신교, 아일랜드인과 중국인,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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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제와 의미는 ‘선택’이라고 말하면 적확한 표현이리라.


소설의 인물은 모두 선택한다. 그녀를 처음 만난 날 머리카락에 손을 뻗는 선택, 동시에 그녀도 그에게 손을 뻗는 선택, 사제직을 내려놓지 않고 신부가 되겠다는 선택, 결혼하여 신부가 되겠다는 선택, 마침내 푸른 들판을 계속 걷겠다는 선택까지.


결국 독자는 ‘선택의 연속인 인생’을 보게 된다. 잔이 반쯤 빈 건지, 찬 건지를 물어보는 이발사의 물음에 사제는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말한다. 그 옆의 여자는 “둘 다겠죠. 둘 중 하나만일 수는 없잖아요.”(38p)라며 정답을 말한다.


즉, 우리는 선택을 하면서 실패나 성공 둘 중에 하나만 계속할 수는 없다. 성공과 실패 모두 경험하면서 살아낸다. 신부의 아버지인 롤러의 말처럼 말이다. “그저 물러서서 마음대로 하게 놔둬야 해요. 실수하게 내버려둬야 하죠. 그게 힘듭니다. 하지만 힘들어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더 큰 일을 당할 뿐이에요.”(39p) 소설의 주제는 상징과도 이어진다.


소설은 공간에 여러 나무를 상징의 장치로 심어 놓았다. 32p의 주목, 33p의 버드나무와 느릅나무, 55p와 64p의 오리나무. 그 외에도 나무로 만든 물건이 많이 나온다.


처음에 나오는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고 그때마다 사제에게 “머나먼 과거를 불러”(33p)일으킨다. 그러나 그가 진주에서 온기를 느낀 순간부터 “바람은 가라앉아서 이제 나무도 잠잠”(53p)함을 알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사제는 나무의 상징과 함께 중국인을 만나며 푸른 들판을 걷기 시작한다. 즉, 바람은 마치 과거의 흔적이다. 바람이 불면 나뭇가지는 흔들린다. 그러나 밑의 단단한 뿌리까지 흔들리면 안 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잘못 선택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마치 소설의 인물들처럼 푸른 들판에서 잘못 걸음을 옮길 수도 있다. 그러나 내일을 맞이하며 선택함의 용기를 잃지 않고 푸른 들판을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떠올리면 마치 나무가 하늘을 딛고 걸음을 옮기는 것처럼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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