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트랩_어텀페스타_700x1000.jpg

 

 

블랙코미디 법정극


하룻밤의 놀이가 드러내는 인간의 민낯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은 서울시극단의 올해 마지막 작품으로 스위스 출신 세계적 극작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단편소설 [사고](Die Panne)를 원작으로 한 블랙코미디 연극 [트랩](Trap)을 11월 7일부터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선보인다. [트랩]은 2024년 초연 당시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올해는 더욱 단단해진 앙상블과 새로운 배우의 합류로 완성도를 높였다.

 

프리드리히 뒤렌마트(1921~1990)는 독일어권 현대극을 대표하는 극작가로 [노부인의 방문], [물리학자들], [로물루스 대제] 등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는 과장된 전개와 기괴한 상황을 통해 인간의 위선과 사회의 모순을 드러냈으며, 단편소설 [사고]는 그가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 중 하나다.

 

[트랩]은 우연히 벌어진 '재판 놀이'를 통해 인간의 죄와 위선을 드러내는 블랙코미디다. 출장 중 자동차 사고로 작은 시골 마을에 머물게 된 주인공 트랍스(박건형)는 은퇴한 판사(남명렬)와 검사·변호사·사형집행관 출신 친구들의 만찬 자리에 초대된다. 그러나 장난처럼 시작된 '모의 재판'은 점차 진짜 법정극으로 변모하고, 트랍스의 숨겨진 죄와 책임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작품은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죄를 짓기도 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유머와 아이러니로 풀어내며, 웃음 뒤에 날카로운 성찰을 남긴다.

 

이번 작품은 초연의 창작진들이 다시 의기투합했다. 제45회 서울연극제 대상 수상작 [새들의 무덤]을 연출한 하수민이 다시 연출을 맡았으며, 남경식 무대디자이너는 관객이 마치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듯한 몰입적 공간을 구현했다. 의상은 연극 [천개의 파랑], 뮤지컬 [더 트라이브]의 EK디자이너, 분장은 창극 [패왕별희], [춘향]을 작업한 김종한 디자이너가 참여해 미학적 완성도를 높인다.


주인공 트랍스 역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시카고], 연극 [햄릿] 등에서 폭넓은 활동을 펼친 배우 박건형이 새롭게 합류한다. 그는 평범한 외지인이 서서히 피고로 몰리는 심리적 변화를 치밀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또한 [새들의 무덤], [미궁의 설계자] 등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손성호가 사형집행관 역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린다.


퇴직 판사 역의 남명렬은 이해랑연극상, 동아연극상 등을 수상한 관록의 배우로, 인간 본성의 아이러니를 깊이 있게 보여줄 예정이다. 강렬한 카리스마의 손성호 배우(사형집행관)와 함께 동아연극상 연기상에 빛나는 강신구(검사), 섬세한 캐릭터 해석의 김신기(변호사), 탄탄한 연기력의 이승우(가사도우미)까지 서울시극단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강력한 앙상블을 완성한다.


하수민 연출은 "[트랩]은 작품의 제목이 뜻하는 '사고'처럼 작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의 우연한 '사고'들을 다루지만 그 속에는 인간에 대한 다양한 관찰과 관점, 삶에 대한 진지한 철학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트랩]은 불편한 진실을 블랙코미디라는 형식으로 풀어내며 웃음 뒤에 날카로운 성찰을 남긴다."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연극적 경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시놉시스


출장길에 사고를 당한 보험 외판원 트랍스는 우연히 시골 마을의 한 저택에 머문다. 은퇴한 판사와 검사, 변호사, 사형 집행관이 벌이는 저녁 만찬에 초대된 그는 농담처럼 시작된 '재판 놀이' 속에서 피고석에 앉게 된다.


가벼운 놀이 같던 재판은 점차 집요해지고, 트랍스의 과거와 무심히 저질렀던 잘못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유쾌한 만찬은 냉혹한 법정으로 변하고, 그는 자신이 결코 피할 수 없는 죄와 마주하게 된다.


블랙코미디 연극 [트랩]은 웃음 속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며, 인간의 본성과 도덕, 책임의 경계를 날카롭게 묻는다.

 

*

 

서울시극단 Seoul Metropolitan Theatre

 

서울시극단은 시민의 문화수요 충족과 수준 높은 연극의 향유를 위해 1997년 창단되었습니다. 공공성과 미학, 보편적 주제를 통한 대중적 가치를 지향합니다. 이미 검증된 고전극에서부터 장르를 넘나드는 각색극, 다른 시선으로 동시대를 바라보는 창작극,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가족극 등을 올렸습니다. 또한 연극의 저변확대를 위해 시민연극교실을 해마다 운영하고 신진예술가들을 발굴하여 창작 환경의 개선에도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앞으로도 시민들과 같이 생각하고 같이 울고 웃으며 옛날의 향수와 현재의 체감,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와 긴장감을 함께 공유하겠습니다. 시민이 감동하는 우리 연극의 표준과 미학을 지켜가겠습니다.

 

 

박형주이 에디터의 다른 글 보기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 ART insight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