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 6-7년 전, 대학교에서 서양 문화 관련된 수업에서 ‘단테의 신곡’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다.
오래전이라 내용이 잘 기억나지는 않았기 때문에 올해 연극을 통해 내용을 보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미션 포함 약 2시간 40분 정도 되는 연극이라는 것을 알고 내가 과연 집중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몰입이 강한 연극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정동환 배우님의 무대 인생 55주년 기념 연극이라는 것도 의미가 있었고 이 내용이 과거에만 머물러있던 것이 아닌 현재 사회에서도 고민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나를 바라보기도 하고 타인을 바라보기도 하고 세상을 바라보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극적인 것들이 흘러넘치는 세상 속에서 인간이 진정으로 가져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했을 때 결국 '사랑'이 아닐까 싶었다.

연극은 주인공 '단테'가 '베르길리우스'와 함께 지옥, 연옥, 천국으로 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특히 지옥에서 어떤 죄를 지었고 어떤 벌을 받게 되는지를 집중해서 보여주는데 배우들의 연기 덕분에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연극을 보자마자 느낀 점은 죄를 짓고 살지 말아야겠다는 것이었다.
지옥 속 사람들은 다양한 죄로 벌을 받는데 벌받는 모습을 보면서 타인에게 상처 주면서 살고 싶은 마음이 원래도 없었지만 그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죄짓고 살고 싶지도 않고 타인을 고통받게 하는 인물로 삶을 살아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다. 그만큼 지옥 속 모습이 인상 깊었다.
물론 연극은 허구일 뿐이고 우리가 사후 세계를 경험해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옥의 모습 또한 상상이락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보다는 정신없는 삶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살 수 있는 것인지 고민한다면 이 연극을 충분히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공연을 보고 난 후 정동환 배우님의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본작은 원래 대극장용 공연이었고 이번에 소극장용 공연으로 재구성을 했다고 한다. 몰랐던 사실을 알고 연극을 생각해 보니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내가 알고 있는 일반 연극과는 달랐던 부분이 생각나기도 했다. 완성도 있는 작품을 위해 세심하게 고민한 흔적이 잘 드러났고 관객인 내가 오롯이 느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내 주관이 강해지는 것이 때로는 고집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될 때 '왜 저러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물론 쉽지는 않다. 단테의 신곡을 보면서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다시금 깨달았다. 사랑하면 아껴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럼 질투, 비난, 교만과 같은 감정도 없을 수 있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긴 시간 동안 집중해서 연기를 한 배우들의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더 어려웠을 수도 있는데 모든 배우들의 열정 덕분에 나도 의미 있게 공연을 본 것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보고 싶은 연극이다.
5년 뒤, 10년 뒤 내가 또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싶은 순간에 본다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