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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100억을 쏘아 올리는 이유 [문화 전반]

한화 세계 불꽃축제 이야기

by 주민경 에디터
2025.10.0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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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을, 나는 한화 세계 불꽃축제를 보러 이촌 한강공원으로 향했다. 축제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여의도를 비롯한 곳곳의 한강공원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고, 돗자리를 펼친 가족들과 삼각대를 세우는 사진작가들로 북적였다. 저녁이 되자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기대감이 고조되었고, 마침내 첫 불꽃이 터지는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는 동안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한화는 왜 매년 1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이 축제를 개최하는 걸까?


2000년부터 시작된 서울 세계 불꽃축제는 한화그룹의 대표적인 사회 공헌 사업으로 꾸준히 이어져 왔다. 매년 10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하면서도 입장료 없이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왔으며, 한화 관계자는 "서울 세계 불꽃축제는 수익 사업이 아닌 그룹 차원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이라고 밝혔다. 화약으로 시작한 기업이 그 기술력을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켜 사회에 환원한다는 철학은 단순한 기업 마케팅을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25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 번도 수익을 내지 않으면서도 축제를 이어온 것은 기업의 정체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예술인가, 마케팅인가 - 불꽃축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양면적이다. 한편으로는 세계적 수준의 불꽃 기업들이 참여하여 음악과 조명이 어우러진 종합예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다. 각국의 팀들이 자신들만의 스토리와 기술을 선보이며 경쟁하는 모습은 단순한 불꽃놀이를 넘어선 예술적 퍼포먼스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화라는 기업의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거대한 마케팅 행사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100억 원을 쓰면서도 수익이 0원이라지만, 그로 인해 얻는 브랜드 가치와 긍정적 이미지는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이 반드시 대립적일 필요는 없다. 기업이 자신의 정체성을 살려 사회에 이바지하면서 동시에 브랜드 가치도 높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상적인 사회 공헌의 모습이 아닐까.


인파 속에서도 가는 이유 - 작년 축제 현장은 솔직히 말해 불편했다. 주최 측 추산 100만 명 이상이 몰려들었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 제대로 자리도 잡기 어려웠다. 불꽃이 터질 때마다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배경음악도 거의 들리지 않았고, 음악과 함께 연출된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화장실도 멀고, 나갈 때는 지하철역까지 인파에 휩쓸려 느리게 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불꽃이 하늘을 수놓기 시작하는 순간, 이 모든 불편함은 사라진다. 마법과도 같은 순간이다. 일상의 공간인 한강이 순간적으로 비일상적인 무대로 변하는 마법 같은 경험,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탄성을 지르는 집단적 감동, 이런 것들은 불편함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 축제는 단순히 불꽃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는 것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생중계가 만든 새로운 관람 문화 - 현장의 불편함을 보완하는 것이 바로 유튜브 생중계다. 직접 가지 못하는 사람들도 실시간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 현장에서는 들리지 않던 배경음악과 나레이션, 안내 방송이 선명하게 들린다. 불꽃 하나하나가 음악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각 팀이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가 무엇인지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여러 카메라 앵글로 촬영된 영상은 현장에서 한 방향만 바라볼 때보다 더 다채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실제로 나도 작년에 현장에서 본 후, 집에 와서 유튜브로 다시 보았는데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현장은 분위기와 에너지를, 온라인은 작품성과 디테일을 즐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관람 방식은 더 많은 사람이 축제에 접근할 수 있게 했고, 불꽃축제를 진정한 '국민 축제'로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


쓰레기와 환경, 축제의 이면 - 화려한 축제가 끝나고 남는 것은 감동만이 아니다. 100만 명의 시민이 떠나고 간 자리에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아쉬움을 남긴다. 돗자리, 일회용 용기, 음료수 캔들이 한강공원 곳곳에 버려지고, 정리하는 데 며칠이 걸린다. 불꽃 자체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 화약 폭발로 인한 대기 오염,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지적된다.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진 시대에 이런 대규모 축제가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축제를 없애야 한다는 결론보다는 더 나은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진다. 친환경 불꽃 개발,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 관람객의 자발적 정리 문화 조성 등 개선의 여지는 충분하다. 100억을 쏘아 올리는 축제라면, 그만큼의 사회적 책임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불꽃은 계속된다 - 한화 세계 불꽃축제는 많은 모순을 안고 있는 듯 보인다. 수익 없는 사회 공헌이지만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예술적 가치가 있지만 상업적 행사이며,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불편함과 환경 문제를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축제가 25년간 이어지고 있는 것은, 그 안에 담긴 진정성과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기 때문이다.

 

한화가 화약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예술로 승화시켜 사회에 환원한다는 철학, 100억이라는 돈을 수익 없이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쓴다는 결단, 이런 것들이 모여 한국을 대표하는 가을 축제를 만들었다. 앞으로도 이 축제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며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불완전하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고, 논란이 있지만 그래서 더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이 축제가, 매년 가을 우리에게 잠시나마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순간을 선사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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