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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외동으로 자란 내가 외동임을 밝혔을 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외롭지 않아요?”였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늘 “안 외로워요.”였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외로움이 뭔지 아직 잘 모른다. 안 외롭다는 대답도 외로움을 잘 몰라서 한 대답이었다.


도서 <외로움의 함정>은 나처럼 외로움이 뭔지 잘 몰랐던 사람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책이다.

 

 

(평면표지) 외로움의 함정.png

 

 

 

외로움의 함정 단계별 특징


 

외로움에도 단계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주변에 손을 내미는 것만으로도 극복할 수 있는 일상적 외로움의 단계를 거쳐 개인의 일상생활에 확연한 지장을 주는 심화적 단계, 그리고 개인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사건이나 사고 등으로 인한 고립적 단계까지 총 3가지 단계가 있다고 한다.


여기까지 보면 누구나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결국 큰 사건, 사고만 없어도 외로움의 단계가 진전되는 경우는 없겠구나.‘ 하지만 이렇게 생각한다면 방심하다가 결국 ’외로움의 함정’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외로움을 겪고 있는 개인이 자신의 상황을 얼마나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 상황과 인식이 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되는가도 외로움의 단계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 52쪽, <외로움은 어떻게 함정이 되는가>

 

 

여기서 외로움의 크기는 상관없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매우 작은 결핍이라도 지속될 때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다.


심화적 단계에 들어선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상황을 인지하는 것이다. 심화적 단계로 돌입하기 이전의 본인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여러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책에서는 이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임을 인정하고 있다. 심화적 또는 고립적 단계에서는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데, 이것 또한 개인의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중독, 외로움의 지표


 

예전에 옷을 미친 듯이 샀던 적이 있다. 며칠 전에 산 바지랑 똑같은 바지를 사고, 또 사고, 한 달이 채 안 되는 몇 주의 시간 동안 30만 원 정도를 썼던 적도 있는 것 같다.


30만 원이면 누군가에겐 ’에게’ 소리가 나올 정도일 수 있지만, 당시 내가 편의점 알바로 한 달에 버는 돈이 60만 원도 채 안 됐던 걸 생각하면 가당치도 않은 소비였음은 확실하다. 심지어 그때 산 옷들에 대해 잘 샀다고 평가되는 옷은 거의 없다.


그 시기의 나는 스스로 ‘어렸을 때 형편 때문에 옷을 많이 못 샀으니까 그때의 한을 지금 푸는 거다’라는 생각을 하며 애써 합리화하곤 했다. 책을 통해 이러한 경험 또한 나름의 외로움이었음을 다시 보게 되었다.


 

쇼핑 중독은 특히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외로움의 중독 현상이다. 외로움과 공허함 등의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혹은 가난에 대한 콤플렉스를 보상하려는 결핍 욕구로 인해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잔뜩 사들인다.

 

- 147쪽, <사회구조적으로 고립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마음의 외로움을 물질적으로 채우고자 하는 것이 쇼핑 중독, 알코올 중독과 같은 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외로움이 유발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중독은 SNS 중독이 아닐까 싶다.


SNS에는 사람들의 좋은 면만 올라온다는 걸 알면서도 쉴 새 없이 타인을 부러워하고, 나에게서는 무언가 과시할 것이 없을지 찾아보고, 팔로워 수와 팔로잉 수의 차이를 계산하고, ‘좋아요’와 댓글 수에 집착하고, 내가 올린 스토리를 누가 봤는지 체크하는 등, 이 많은 과정에서 남들과의 비교와 자기 비하가 발생한다. 결국 그것은 또 다른 외로움을 초래하고, 끊임없이 SNS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악의 고리를 만들고 만다.


*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의 끝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나약한 존재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랬고 성장하는 과정은 물론 성장한 후에도 의지할 곳이 필요하다. 특별히 원대한 꿈을 꾸며 강한 의지를 품고 대단한 노력을 하려고 해도 한순간에 무참히 무너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중략) 자신의 상태가 어떤 상황인지를 평상시에 의식적으로 판단하여, 이에 대한 나만의 충전 방식을 어떻게 만들지 생각해 보자.

 

- 302쪽, <고립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하나>

 


외로움은 특정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처럼 외로움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어쩌면 이미 외로움의 작은 씨앗을 품고 있을 수 있다. 도서 <외로움의 함정>은 그 작은 씨앗이 더 크게 자라버리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의 작은 습관 하나까지도 외로움의 다른 얼굴일 수 있다.


외로움은 무작정 회피하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더 들여다보아야 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외로움에 빠지지 않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길이 조금은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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