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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나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일본어를 배웠다. 최근에는 일본어를 쓸 일이 없어 실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일본어로 일상적인 대화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 일본어와 한국어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정말 많다. 영어와 달리 어순이 같은 건 편하다. 같은 한자 문화권이어서 단어를 외우기 어렵지 않다. 다만 내가 직접 글을 쓰고 대화를 하게 되면 두 언어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내 일본어 선생님은 내가 글을 써 갈 때마다 일본인들은 이런 표현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지적해 주셨고, 회화에서는 늘 발음이 어색했다. 가장 언어 간의 차이를 크게 느낀 것은 내 목소리였다. 모국어인 한국어를 구사할 때 내 목소리는 낮은 톤이지만, 일본어를 구사할 때는 신경쓰려 해도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다와다 요코에 관해 이야기하며 내 개인적인 언어에 대한 감상을 빼놓을 수 없었다. 책 <영혼 없는 작가>의 작가 다와다 요코는 엑소포니 문학, 즉 모국어 밖으로 나간 상태의 문학을 쓰는 작가이다. 작가의 모국어는 일본어지만, 독일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낯설었던 독일어가 익숙해지는 경험을 통해 독일어 창작을 시작했다. 모국어 바깥으로 나감으로써 오히려 모국어를 쓸 때는 보지 못했던 부분을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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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출간된 <영혼 없는 작가>는 2011년 초판본의 개역 증보판이다. 초판본이 절판된 이후 많은 독자가 복간을 간절히 바랐다고 한다. 전의 초판본에는 열네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와다 요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아홉 편을 추가해 전체 스물네 편의 글을 담은 책이 되었다.


나와 같은 외국어 학습자라면 이야기에서 계속해서 자신의 외국어 학습 경험에 대해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서 글의 도입부에서 말한 외국어를 접한 경험 이외에도, 나는 글을 쓸 때 자주 ‘언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사전에 나와 있듯 언어는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데 쓰이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이며, 나는 우리가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과 경험 따위를 설명해 내려 할 때 새로운 언어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경험을 설명하는 나만의 언어가 생기는 것이다.

 

낯선 언어를 접하는 다와다 요코의 경험은 나와 비슷하게 느껴짐과 동시에, 그 경험을 확장해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는 글은 또 나에게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감상을 받았다.


그중 하나로 작가의 사물에 대한 인식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작가는 ‘연필’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언급한다. 작가는 독일과 일본의 연필은 거의 다르지 않지만, 일본어에서 ‘엔피츠’라고 부르던 연필을 독일어에서 ‘블라이슈티프트’라고 부르며 완전히 새로운 물건을 다룬다는 감상을 받는다. 그 이후로 일본어와 다른 독일어의 문법과 단어들을 마주하며 작가는 ‘나와 연필의 관계가 언어로 이어진 관계’라는 것을 느낀다. 

 

 

58p

영혼은 비행기처럼 빨리 날 수 없다는 것을 인디언에 관해 쓴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여행할 때 영혼을 잃어버리고 영혼이 없는 채로 목적지에 도착한다. 심지어 시베리아 열차도 영혼이 날아가는 것보다 빨리 간다. (중략) 어찌 되었든 그것이 여행자에게 영혼이 없는 이유다. 긴 여정에 관한 이야기는 영혼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영혼 없는 작가>라는 제목에 궁금증이 생긴다. 영혼 없는 작가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작가는 비행기보다 빨리 날 수 없는 영혼을 언급한다. 영혼은 우리 안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존재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존재다. 마치 우리가 태어난 땅, 부모가 사용하는 언어를 다른 의문 없이 받아들이는 것과 같이 말이다. 모국어의 땅을 떠나 다른 언어의 땅으로 떠나는 일은 나의 영혼과 다른 세상을 마주하는 일이다.


우리는 주변의 세상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인 나머지 많은 것을 놓치고는 한다. 그리고 <영혼 없는 작가>는 우리가 많은 것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 준다. 우리도 한 번쯤 영혼 없는 작가가 새로운 세상을 마주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작가라는 말은 생각보다 거창한 것이 아닌, 내 감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이 책이 영혼 없는 작가가 되어보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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