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31일. 8월의 마지막 날은 유난히 고양시가 음악으로 물든 하루였다. 킨텍스 제1전시장 4, 5홀에서는 메가필드뮤직페스티벌 2025가 열렸고, 바로 옆 홀에서는 실리카겔의 공연이, 고양체육관에서는 데이식스의 10주년 콘서트가 개최됐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각각의 장소로 우르르 몰려가는 관객들을 보며, 음악과 공연이 이렇게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새삼 실감 났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한껏 기대하는 마음으로 찾은 메가필드뮤직페스티벌 2025는 익숙한 경험 속에서 신선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 예상보다 더 넓은 실내 공간에 깜짝 놀랐다. 대부분 페스티벌은 공연장 초입에 판넬이나 포토 존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메가필드뮤직페스티벌은 바로 공간 양 끝에 배치된 F&B 부스와 푸드존부터 시작하여 공간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입장하자마자 푸드 존을 따라 앞쪽으로 걸어가면 조금씩 커다란 규모의 무대 배치가 보이는 구조였다. 2개의 무대가 나란히 붙어있는 구조고, 각 무대 옆쪽으로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독특했던 점은 실내 페스티벌임에도 불구하고 스탠딩 존, 피크닉 존, 그리고 좌석 존까지 총 3개의 관객 공간이 구성된 점이었다. 스탠딩 존과 피크닉 존, 혹은 스탠딩 존과 좌석 존이 혼합된 형태는 봤지만, 이렇게 세 형태가 모두 준비된 페스티벌은 처음이었다. 관객 입장에서 장시간 편하게 관람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럼에도 역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단연 라인업이 아닐까. 30일 토요일에는 g.o.d부터 이창섭, 정은지 등 실력파 대중가수의 무대를, 31일 일요일에는 독보적 스타일의 밴드 쏜애플과 로맨틱펀치, 소란, 거기에 다이나믹듀오까지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었다. 장르와 세대, 취향을 초월하는 페스티벌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관객에게 다채로운 공연과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라인업이었다.
모든 아티스트의 무대가 궁금했지만, 그 중에서도 메가필드뮤직페스티벌 2025에 가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너드커넥션 때문이었다. 이전에 봤던 ‘SUPERNOVA!’ 무대를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참고로 나는 드럼과 베이스가 쿵쿵 울리는 강렬한 밴드 음악을 선호한다. 자고로 밴드 음악은 일단 심장을 뛰게 해야 하고, 그러려면 템포가 느린 감성 노래는 상대적으로 덜 듣게 된다.
너드커넥션 | 그러나 이번 메가필드뮤직페스티벌 2025에서 나의 새로운 취향을 발견했다. 31일 너드커넥션의 무대는 잔잔한 곡들로 시작해 강렬한 곡들로 마무리했는데, 그날따라 현장에서 오히려 그들의 나른하면서도 오묘한 곡들의 무대가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이날의 ‘버들길’과 ‘Castel’ 무대가 기억에 남는다. 아직도 스탠딩 존에 서 있던 관객들이 함께 리듬을 타며 즐겼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손에 카메라를 든 관객도 거의 없었다. 다들 무대 쪽을 바라보고 각자의 감성을 느끼는 듯 보였는데, 그날따라 왠지 그 무드가 내게 오묘하게 느껴졌다.
최유리 | 같은 이유로 이날 나에게 새로운 감각을 깨워준 아티스트였다. 죄다 강렬한 느낌의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평소 발라드는 거의 듣지 않는다. 잔잔하고 감성적인 노래라도 무조건 리듬이 있어야 취향에 맞았다.
그런데 이날 최유리의 무대는 너무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했지만, 목소리는 단단하고 깨끗하기만 했다. 특히 ‘숲’과 ‘바다’ 무대가 기억에 남는다. 최유리의 무대는 관객을 단번에 아득하고 잔잔한 자연 속으로 데려간다.
멘트 타임에 최유리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관객들의 떼창을 듣고 감동하여 오랜만에 심장이 일렁였다고 말했는데, 문득 삶을 살아가며 그 ‘일렁임’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정말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 가장 나를 ‘일렁이게’하는 것은 역시 음악과 축제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소란 | 소란의 무대는 경쾌함이 어떻게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무대였다. 평소 어둡고 강렬한 음악이 아니면 ‘신난다’는 감각을 잘 느끼지 못했는데, 이날 소란의 무대는 너무도 신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관객에게 율동을 유도하며 관객과 하나가 된 ‘가을목이’ 무대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페스티벌은 당연히 무대도 중요하지만, 아티스트가 멘트 시간을 어떻게 이끌어가는지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소란은 관객이 지쳤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게 하며, 1시간이 너무도 짧게 느껴지도록 했다.
메가필드뮤직페스티벌 2025를 다녀오고 내가 콘서트보다 페스티벌을 더 좋아하는 이유를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페스티벌은 다채로운 취향을 공유하는 장이다. 장르와 색깔이 달라도 그 다름에서 오는 매력을 계속해서 발견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내게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모든 음악을 다 좋아하지는 않는 음악 편식쟁이인 나에게 메가필드뮤직페스티벌 2025는 신선한 감각을 주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내 플레이리스트를 보니 원래는 듣지 않았을, 들을 일도 없었을 음악들이 보였다. 물론 아직 여전히 취향에 맞는 노래들을 더 많이 듣고 있지만, 그대로 조금은 다른 세계를 받아들이게 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