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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쌀쌀한 공기에 오스스 소름이 돋았다. 쌀랑한 바람이 불고 구름이 좀 낀, 쾌적하고 야속한 날씨였다. 공항 로비에 캐리어를 내버려둔 채 우리는 공항 안과 밖을 들락거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쏟아지기에는, 뭐랄까, 너무 적당히 어두운 하늘이지 않나.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공항에서 연락이 닿지 않는 현지 가이드를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한 시간, 혹은 두 시간쯤 지났을까. 슬그머니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건 어정쩡한 밤하늘의 빛깔이나 기약 없는 가이드에 대한 불안과는 조금 다른, 그러니까 무더운 한국의 공기 아래서부터 혼자 키워왔던 나만의 불안이었다. 그 불안을 기어코 이 먼 몽골 땅까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챙겨왔던 것이었다.


몽골? 갑자기?


몽골에 가고 싶다는 말에 당황도 잠시, 나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가자.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있다고 했고, 경이로운 사막이 있다고 했고, 쏟아지는 별들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화장실이 없을 수도 있다고 했고, 물이 안 나올 수도, 전기가 없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상관없었다.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마음을 빼앗길 것들이, 혹은 마음을 두고 올 곳들이 너무 많은 나라였다, 몽골은. 그런 기대를 품고 일정을 잡았다. 착실히 경비를 모으고 소중한 동행을 구했다. 그렇게 별을 찾아 별 가까이를 날아서 몽골에 도착한 우리는 매일 매일 맑고 까만 밤을 기다렸다.


밤이 오기 전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낮이 있었다. 덜컹덜컹 흔들리는 차를 타고 달리는 길의 굽이굽이마다 우리는 감탄을 내뱉었다. 손톱만한 푸른 잔디들이 가지런히 펼쳐진 초원을 눈으로 쉼 없이 좇았고, 아무데서나 아무렇지도 않게 풀을 뜯는 양과 소와 말 들과 얼굴을 마주쳐보려 애썼다. 낙타를 타고 내려와서 모두 딱딱한 등에 배겼던 엉덩이를 움켜잡고 있던 일이나, 함께 사진을 찍자며 어디든 차를 세워 초원 위를 방방 뛰었던 일이나, 팔뚝에 앉아 퍼덕거리는 독수리의 무게에 휘청거리던 그 모든 일들이 다 아름다웠다. 어느새 거센 진동이 안락하게 느껴져 달리는 차 안에서 우리는 매번 편안한 잠에 빠졌고, 잠시 눈을 떴을 때 펼쳐진 풍경에 새롭게 감탄했다가, 다시 꾸벅꾸벅 정겨운 졸음에 빠지길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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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직 별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별이 많이 뜰까요. 그래도 오늘 밤엔 별을 볼 수 있을까요. 우리는 매일 물었고, 바람이 이렇게 많이 불면 비가 온다는 거예요, 몽골은. 난처한 표정을 짓는 가이드의 대답을 들었다. 화창하다가도 금세 바람, 구름, 빗방울이 드리웠다. 그토록 넓은 몽골 땅이고 그보다 더 넓은 하늘일 텐데, 야속한 먹구름은 우리만 졸졸 따라다니는 것 같았다. 어쩌면 끝까지 별을 못 보고 떠날지도 몰라. 설마. 그건 아니겠지. 잠시 잊고 있었던 불안이, 별을 핑계로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잠깐씩 말이 없어질 때마다 우리는 각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말 어쩌면.


우리는 별을 애타게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그들을 만났다. 아무리 말해도 마음을 알 수 없는 일들이 많았을 텐데,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을 조금 알 수 있었던 사람들. 손짓과 몸짓과 미소로 반가움을 한아름 선물해준 유목민 가족들. 그들의 집에서 하루를 묵기로 한 날이었다. 볼이 불그스레한 아이들은 처음 보는 낯선 손님들을 향해 방방 뛰며 웃고 안기고 매달렸고, 어머니는 인자한 미소로 직접 만든 차와 치즈를 한가득 내어줬다. 시종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아버지는 직접 손질한 양고기로 전통요리를 만들면서 굳이 우리를 기다렸다가 묵묵히 과정을 보여주곤 했다. 우리는 하늘도 별도 잊은 채 그곳에서의 시간을 즐겼고, 그 시간이 행복해질수록 동시에 초조해졌다. 우리는 각자 여행 짐을 풀어 선물로 줄 만한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기껏해야 라면 몇 봉지, 각자 쓰려고 가져왔던 화장품 샘플들, 혹시 몰라 챙겨둔 소주 한 병과 얼마 남지 않은 한국 과자들이 고작. 받은 것이 너무 커서 갚을 길을 알 수 없었던, 그토록 기분 좋은 불안의 순간이었다.


 

그 밤.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은 우리들은 다함께 몽골의 노래를 불렀고, 하나의 술잔으로 독한 술을 여러 번 돌려 마셨으며, 언어보다 눈빛으로 서로를 알아갔고, 마침내 별을 만났다. 기적처럼 구름이 물러간 하늘에 쏟아질 듯 빽빽이 수놓아진 별들을. 고개만 들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처럼 환상적으로 흐르고 있는 은하수를, 너무 깜깜해서 오히려 아름다운 그런 밤하늘을.

 

다음 날 따뜻한 아침상을 대접받고 아쉬운 마음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어머니는 이른 아침 갓 짜낸 우유 한 동이를 들고 우리를 기다렸다. 우리가 채비를 마치자 차의 네 바퀴에 우유를 고루 뿌렸다. 무사히 잘 가라는 기원이었고, 앞으로 잘 살라는 축원이었다. 그날 아침, 나는 세상에 정말로 마법이 있을 거라고 믿어버렸다. 마법이 없다면 기적이, 기적이 없다면 대신 사람이 있다고. 오늘 밤 별보다 비가 먼저 쏟아진다면 나는 바보처럼 오늘의 실망보다 내일의 희망을 먼저 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몽골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이제는 정말 모든 것이 괜찮았다. 불안도, 실망도, 실패도, 정말 모든 것이 다 괜찮았다.


어땠니, 너의 몽골은? 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거야.


마침내 깜깜한 밤 쏟아질 듯 빛나는 별들을 만났는데

별보다 예쁘게 사람이 쏟아져서

벌써 흠뻑 젖어버렸던

우리는 그런 여행을 하고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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