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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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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와 사운드, 오브제가 만드는 감각의 충돌

'움직임' 그 자체를 질문하는 실험적 퍼포먼스


효율과 표준화의 구조 속에서

개인의 리듬은 어떻게 동일화되는가

 

 

청년 안무가 오현택의 [TRNAS III: 주어 없는 움직임]이 오는 8월 5일(월)부터 6일(화)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번 작품은 퍼포머이자 창작자인 오현택과 사운드 퍼포머 오명석, 두 청년 예술가가 각자의 장르를 독립적으로 유지 하면서도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이다. 단순히 무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신체의 움직임에 그치지 않고 현대 사회의 보이지 않는 구조 속에서 개별적 감각이 어떻게 압력받고, 흔들리며, 이탈하거나 적응하는지를 물리적으로 질문하는 실험적 퍼포먼스다.

 

[TRNAS III: 주어 없는 움직임]은 제목 그대로 '주어 없는' 상태를 상상하며 출발한다. 무엇인가를 '하는 주체'가 부재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작품은 이러한 질문을 밑바탕에 두고 현대 사회에서 요구되는 '효율성'과 '표준화'라는 이름 아래 개별이 얼마나 쉽게 동일화되고 마모되는지를 물리적 장면으로 그려낸다. 두 퍼포머는 각각 하나의 오브제를 집요하게 탐색하며, 동일화된 구조 속에서 자신만의 감각을 되살리려 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오브제 탐구를 넘어 개인이 사회 속에서 자신의 리듬을 되찾고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마찰과 충돌을 겪는지를 드러낸다. 이는 곧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속한 사회적 환경과 구조, 그리고 그 안에서의 '움직임'을 성찰하게 만든다.

 

무대 위에서 움직임 퍼포머 오현택은 '밧줄'이라는 오브제를 중심으로 퍼포먼스를 이끈다. 밧줄은 그 자체로 강한 상징성을 지닌다. 유연하고 단단한 이 물체는 무언가를 이어주는 동시에 얽어매고, 포용하면서도 억압할 수 있는 이중적인 특성을 지닌다. 그의 움직임은 밧줄에 의해 지지되거나 흔들리며 때로는 거칠게 저항하고 때로는 그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흐른다. 밧줄은 신체에 물리적 압력을 가하고, 균형을 무너뜨리며, 결국 신체를 통해 '구조와 저항', '질서와 자유' 사이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함께하는 사운드 퍼포머 오명석은 소리를 또 하나의 오브제로 삼아 무대의 또 다른 층위를 형성한다. 사운드는 구조물 난간, 파이프, 금속선 등 물리적 요소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단순한 음향 장치를 넘어 퍼포먼스를 지탱하는 감각적 재료로 작용하며 미세한 진동을 통해 끊임없이 떨리고 울리는 공간 전체를 하나의 공명하는 장으로 변환시킨다. 이 사운드는 듣는 것을 넘어 몸으로 감각되며 음악이라기보다 환경이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물리적 행위로 존재한다. 오명석은 이를 통해 무대 위에 보이지 않는 '두 번째 무대'를 구축하며, 감각의 확장을 시도한다.

 

무대 위에서 들려오는 이 소리의 층위는 오현택의 신체와 밧줄이 구축하는 시각적 구조와 함께 호흡하며 관객에게 예측 불가능한 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우리는 스스로 움직이고 있는가, 아니면 움직이게 되는가?" 이 질문은 언어로 직접 제시되지 않지만 움직임과 소리, 그리고 물리적 질감들 속에 숨겨져 있으며 관객은 스스로 그 질문에 반응하고 사유하게 된다.

 

오는 10월 스튜디오 오프비트에서 본 공연의 기록을 담은 아카이빙북(도록)과 함께 상영회 및 애프터 토크가 마련되어 있다. 이는 공연의 순간이 무대에서 끝나지 않고 그 이후의 시간 속에서도 다시 이어지고 확장되기를 바라는 예술가들의 의지를 반영한다. 무대 밖에서 기록되고 다시 조명되는 과정은 [TRNAS III: 주어 없는 움직임]이 단지 지나가는 퍼포먼스가 아닌 하나의 지속 가능한 예술적 제안으로 존재하게 한다. 스튜디오 오프비트와의 협업을 통해 공연의 감각을 다른 형식으로 변주하며 관객과의 또 다른 접점을 시도하는 이 시도는 공연 예술이 동시대성과 지속성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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