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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기척도 없이 성큼 다가왔다.

 

여름이 다가올 때까지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는가 문득 생각해 보면, 어쨌거나 흘러 가는 대로 시간을 전달받으며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시간의 흐름이 마치 형체를 지닌 채 피부에 닿아 오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몸을 맡겼다. 나에게는 봄보다는 여름이 조금 더 만개한 듯한 계절로 다가온다. 무엇이든 시작하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본격적인 감정이 싹트는 것이 느껴진다. 등을 타고 흐르는 땀이 무언가를 일깨워 준다. 내가 살아 있다는 자각과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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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잡념이 많은 타입의 사람이라는 건 진작에 깨닫고 있었다. 한때는 비워냄의 미학이라는 말에 사로잡혀 나를 거부하고 미워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이런 사람이구나, 하며 지내고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인정하고 나면 비로소 편해진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서만 깨달을 수 있도록 설계된 모양이다. 항상 인정하고 나면 편해지는데도 그 과정이 너무나도 어렵다. 내 방식이 분명 옳다고 떼를 쓰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마음이 넓지도 철이들지도 않은 듯하다.


빈 껍데기 같은 삶을 살아 온 지 너무 오래됐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에 나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행위를 멈추고,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내 안의 자유를 꺼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너무나도 자유롭고 싶었기에 너무나도 결박된 삶을 살았다. 자유라는 개념에 나를 가두었다.

 

완벽주의가 오히려 완벽해질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이에 동의한다. 계속해서 작고 세세한 것에, 그리고 과하게 이상적인 것에 집착하다 보면 결국은 그 무엇도 끝낼 수 없다는 것이다. 높은 이상을 좇으며 불안해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그리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 보며 그 이상에 천천히 다가가 보는 것은 어떨까? 사람들은 사회의 흐름에 의해 지나치게 조급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농담과 같은 이 말을 기억해 보자.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은 키즈 모델밖에 없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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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해변의 카프카>에서 읽었던 불완전함만이 완전해질 수 있는 것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방황하던 당시의 나에게 굉장한 위로를 가져다 준 말이었다. 불완전하기에 완전해질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다. 불완전함은 결코 부정적인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 들여져야 하는 개념이다. 우리는 불완전하기에 완전해질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내 인생의 모토가 된 말이기도 하다.


그렇게 완벽주의에서 조금은 벗어나, 불안이라는 감정을 거부하는 것을 멈추어 보았다. 그리고 인정해 보았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지금 나에게 스며들고 있구나, 하고 인정하고 받아 들였다. 이는 어떻게 보면, 내가 보다 완전해질 수 있도록 해 주는 나만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가장 먼저 든 감정은, ‘편안하다’라는 감정이었다. 쉬고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일하고 있어도 왜인지 모르게 불안하던 나에게 편안함은 매우 이질적인 감정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동시에 너무나도 달가웠다.

 

세세한 것에 집착하는 것을 멈추고, 멀리서 나를 바라보며 하고자 하는 큰 틀을 잡아 보자.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해 보며, 천천히 발전해 보자. 우리는 아직 불완전하기에 미래에 완전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불안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한 번쯤은 나의 친구처럼, 나의 동반자처럼 조금은 편하게 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불안하다는 것은, 다시 보면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이를 이해하고 어깨를 나란히 한다면 우리는 보다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다.

 

서두에서 말했듯, 이제 여름이다. 여름은 흔히 미화의 계절이라 불리고, 나 역시 이에 동의하지만서도 여름만이 주는 생기를 결코 부인할 수는 없다. 무언가 싹튼 것이 푸르르게 만개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그 전 단계인 봄은 나의 새싹이 만개할지 알 수 없는 불안의 계절이다. 불안한 그대들은 지금 인생의 봄을 살아 가는 중이리라. 꽃 피는 봄을 살아가는 그대들이 푸르르게 만개하는 인생의 여름을 맞이하기를 바란다.

 

보다 편안해지고 싶은 세상의 모든 불안한 완벽주의자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이 글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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