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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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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날마다 상실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처음에는 누군가와의 대화 속에 잠들어 있는 적막한 공허라는 생각. 그러나 구태여 공허를 일깨워 소란스럽게 만들어 버린 나의 빈자리, 나의 공허, 나의 전락이라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내가 상실하게 되는 것들. 내가 되찾을 수 없는 마음을 상상한다. 무엇을 찾고 싶은지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이 일들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면 결국 문학이 되고 말까 봐 두렵기 때문에. 혹은 내 말들이 문학이 되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런데 다름 아닌 문학이야말로 이런 진실들에 뿌리를 내리고 태어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 롤랑 바르트, 「애도 일기」, p.33

 

 

문학적 글쓰기와 일상적 글쓰기(이런 구분이 가능한지, 타당한지 확신이 없다) 사이를 오가며 번민하는 시간이 너무 많은 것들을 상실케 한다. 어째서 나는 솔직한 고백과도 같은 글쓰기를 원할 때조차, 스스로를 속여가면서 그러한 글쓰기를 문학적으로 환치하고 마는 것일까. 부끄럽다. 내가 문학을 흉내 내는 사람이기에. 그리고 두렵다. 그럼에도 내가 문학을 놓을 수 없는 사람이기에.

 

나를 떠나간 사람도 이런 나의 모습에 염증을 느꼈을 것이 분명한데 나는 자꾸만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는다. 문학적 가면을 쓰고 나의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너무 쉽게 나의 두려움을 고백할 때, 그런 마음으로 나의 글쓰기를 드러내보일 때 나는 매번 나의 죄를 잊는다. 불필요한 말로써 짓는 죄로부터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작가의 말이 원망스럽다. 그가 나의 상실을 처음부터 예견하고 있었으므로. 그런데 그는 죄를 용서받는 길은 고사하고 나의 상실을 애도하는 법조차 말해주지 않았다.


 

이제 나는 안다, 나의 애도가 엉망이 되리라는 걸. (...) 내가 겪은 애도를 (그 어떤 언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무엇으로 만드는 건 내가 그 애도를 히스테리적으로 표현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의 애도는 똑같은 박자로 중단 없이 지속되는 아주 특이한 무엇이다.

 

- 롤랑 바르트, 「애도 일기」, p.41, p.94

 

 

어머니를 잃은 사람의 애도와 무엇을 상실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의 애도가 같은 층위에서 조명될 수는 없겠지만 둘 모두 결국 엉망이 된다는 점에서는 같다. 일상 속에서 범람하는 애도를 타인에게 설명하는 일이 가당찮음은 물론, 나 자신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까닭은 애도의 비교 대상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설명하고자 한다면 우선 다른 대상과의 비교를 통해 차이를 알아야 한다. 얼마나 많이, 얼마나 깊이, 얼마나 대수롭지 않게, 얼마나 지독하게. 그러나 그런 식으로 설명하게 되면 모두가 예외 없이 고통받는 히스테리로 전락하게 된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날마다 천천히 상실하는 기분을 상상한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어쩐지 오랫동안 이어져온 일처럼 느껴진다. 또 무엇이 있을까. 또 누가 나를 위해 애도해 줄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슬픔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 그러자 뒤따르는 일말의 죄의식. 때로 스스로 생각한다. 나의 지나친 슬픔은 결국 너무 예민한 나의 감수성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는 평생 그렇지 않았던가: 항상 너무 지나치리만큼 예민하게 느끼지 않았던가?

 

- 롤랑 바르트, 「애도 일기」, p.53

 

 

나의 예민함을 다른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의 슬픔이 나의 고독을 앞설 때 슬픔을 홀로 먹어치우는 법을 몰라 어떻게든 꺼내놓으려 하는 나를 본다. 지금까지 글쓰기를 통해 슬픔을 다루어왔다는 사실에 죄의식을 느낀다. 그것은 감수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감수성이 나의 내밀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나는 일기를 쓰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일기가 내게 반드시 특정 형식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주인 없는 일기장이 내 책상 위에 놓여있을 때를 기다리고 싶다. 지나친 슬픔으로 얼룩진 일기장이라 해도 괜찮다. 그게 아니라면, 누가 나를 애도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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