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 야마모토. 그 이름을 발음하는 순간, 떠오르는 색은 단연 ‘검정’이다. 하지만 그에게 검정은 그저 단순한 색이 아니다. 그것은 질문이고, 철학이며, 때로는 분노이다. 요지는 늘 검정을 입는다. 그리고 우리는 그 옷을 통해 시간과 해체를 마주하게 된다.
"질문"
요지 야마모토의 옷은 늘 질문을 던진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왜 여성복은 꼭 몸을 드러내야만 하는가? 왜 완벽한 재단만이 세련됨이라 불리는가? 그는 의도적으로 구조를 어긋나게 만들고, 옷을 흐트러 뜨리고, 미완의 상태로 남긴다. 완벽한 균형 대신 균열을 택하며, 그곳에서 본인의 철학을 끌어 올린다. 요지는 말한다. “완벽은 추하다.”고, "나는 인간이 만든 물건 어딘가에서 흉터, 실패, 무질서, 왜곡을 발견하고자 한다."고. 그렇게 무질서하고 왜곡된 의상은 우리에게 비로소 ‘아름다움’이라는 모순을 가져다 준다.
"철학"
요지 야마모토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를 넘어, 하나의 미학이 되었다. 그의 철학은 단지 ‘검정’이나 ‘해체’에 머물지 않는다. 그가 말하는 검정은 “겸손하면서도 거만하고, 게으르면서 편안하며 동시에 신비롭다.” 패션의 흐름을 거부하는 그의 태도에, 이처럼 잘 부합하는 색이 존재할까. 트렌드를 따르지도, 나이와 성별도 가리지도, 어떠한 신체에도 억지로 순응하지 않는 옷. 그에게 의상은 화려함을 위한 것이 아닌, 삶을 위한 도구이다. 멋을 위해서 입는 것이 아닌, 삶을 위해 입는 것이다.
그는 검정이 곧 자유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자유를 위한 의지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검정색이야말로 가장 어울리는 색이라는 것이다. 검정은 단호하고, 우직하게, 그리고 절제된 형태로 그의 철학을 조용히 나타낸다.
그는 천과 천을 연결하는 동시에 해체하는 철학자다. 요지의 옷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깊어진다. 닳고, 해지고, 약간씩 변형되며, 입는 사람의 이야기를 흡수한다. 그것은 단순히 ‘오래가는 옷’이 아니다. ‘지속되는 옷’이다. 요지 야마모토는 유행을 좇지 않는다. 그저 시간을 따라 흐르며, 천천히 닳아 아름다워진다.
“나는 닳는 옷을 만든다.”는 그는 시간을 하나의 가치로 여겼다. 10년 후에 입어도 낯설지 않은 이유는, 그의 옷이 처음부터 시간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요지의 옷은 우리와 함께 세월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지니고 아름다워질 것이다.
"분노"
요지는 시즌이 바뀌어도 늘 본인의 디자인의 영감이 되는 것은, 바로 ‘분노’라고 말한다. 그에게 디자인은 그저 미적인 표현이 아닌, 세상을 향한 반발이기도 하다. 그가 1972년 Y’s를 설립한 뒤, 일본의 컬렉션을 거쳐 1981년 파리에서 꼼 데 가르송과 컬렉션을 선보이며 여성복 라인을 공개하였을 때, 이는 단순한 데뷔가 아니었다. 그 당시 패션계를 뒤흔드는 하나의 파격적 행보였다. 당시의 여성의 라인을 강조하고 몸을 드러내는 트렌드를 두고, 그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바로 ‘남성복 같은 여성복’을 선보인 것이다. 그는 그 이유를 본인의 유년기과 연결 지어 설명한다. 가부키초, 즉 유흥의 거리에서 생활하던 그가 마주하는 여성들은 언제나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이는 결코 여성을 위한 옷이 아니었다. 그들은 본인이 아닌 남성의 시선을 위한 옷을 입고 거리를 걸어 다녔다. 그리고 그는 이에 분노했다.
그리고 또 다시 질문했다. 여성이 왜 남성의 시선을 위한 옷을 입어야 하는가? 그의 디자인은 이 질문과 분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게 몸을 숨기고, 구조와 실루엣으로 본인의 몸을 지키는 디자인을 추구하게 되었다. 요지는 옷에 주로 모노톤의 색을 사용한다. 요지가 ‘남성적’이라고 말하는 이 모노톤은, 일종의 ‘저항’의 형태를 지닌 것이다. 아까도 언급하였듯, 그에게 의상이란 남을 위해 꾸미는 것이 아닌 본인을 위해 존재하여야 하는 도구다.
2016년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그의 영감은 “세상은 불공평하다”라는 분노라고. 그는 여성복에 대한 분노뿐만 아니라, 유년 시절 가난하게 살아 올 때도, 그리고 대학에 진급하여 장래를 이미 보장받은 친구들을 볼 때도 언제나 분노라는 감정을 느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그 분노를 그저 내면에만 머물게 하지 않았다. 그의 손 끝에서 보이지 않던 감정은 옷이라는 언어로 번역되었고, 실루엣과 색이라는 형태로 승화되었다. 그에게 분노는 그저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다. 하나의 원천이자, 예술적 자극이다.
이번 2025 S/S 컬렉션은 그 철학이 또 한번 진화하고 발전했음을 보여 준다. 특유의 해체주의적 디자인과 모노톤의 색조가 무대를 지배하는 가운데, 마지막을 장식한 다섯 피스의 붉은색 드레스는 의외의 파격이자, 그의 정교한 디자인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해체와 절제의 미학 속에서 극적인 감정을 연출했다.
요지는 이번 컬렉션에 대해, “마치 어린아이가 만든 옷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 설명을 뒤로 한 뒤 다시 한번 런웨이를 바라보면, 곳곳에 숨어 있던 의도가 더욱 선명해진다. 불규칙하게 위치해 있는 리본, 거칠게 엮인 원단, 모호한 비례와 균형. 마치 어린 아이가 꿰맨 듯한 감상을 전한다. 우리는 다시금 흐트러진 옷 속에서의 요지 야마모토만의 의도된 어긋남, 그리고 그 안에 자리 잡은 명확한 구조를 감상할 수 있었다.
살아 있는 동안 요지 야마모토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는 것, 그것이 요지가 꿈꾸는 브랜드의 방향성이다. 그리고 그는 이번 쇼를 통하여 이에 한 단계 더 다가갈 수 있었다. 혼란스러움 속의 정교함, 균열 속의 균형을 나타내는 그만의 아방가르드한 디자인은 언제나 낯설고도 익숙한 방식으로, 세상을 향해 질문한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사진 출처: @yohjiyamamotoofficial, The Shop Yohji Yamamoto, Yohji Yamamoto 공식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