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를 때 제목만 보고도 마음이 동요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음악을 한다는 것은’은 그래서 시작부터 더욱 특별했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이 아니고 ‘음악이라는 것은’도 아닌, ‘음악을 한다는 것은’이라니.
흔히 지금은 성공한 많은 뮤지션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예능프로그램, 혹은 인터뷰에서 많이 듣곤 했다. “아버지가 음악 하는 걸 반대하셨어요”, “음악이 너무 하고싶었죠"와 같은 많은 음악인들의 회상을.
이 때문에 ‘음악을 한다’는 말을 들으면 누군가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고뇌와 고독의 폭풍을 온몸으로 이겨내는 이미지가 자동으로 연상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제목에서 뚜렷이 느껴지는 주체성과 어딘지 모르게 결의에 차 보이기도 하는 그 말에 이끌려 그래, 과연 음악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지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부푼 마음으로 책의 첫 장을 넘겼다.
책 제목의 목적어 내지 서술어. 음악을 한다는 것은, 무한히 자신을 확장하며 개성을 다듬는 일이었다. 크로스오버밴드 잠비나이의 해금 연주자로서 세계 곳곳을 누비며 관객과 소통하고 뜨거운 음악을 나눠온 삶을 살아온 저자만이 가지는 독창적인 에피소드가 이에 해당한다.
평창올림픽 폐막무대에 오르고, 세계적인 밴드와 나란히 라인업에 올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무대를 지켜보며, 천혜의 자연이 펼쳐진 너른 들판에서 연주하며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유일무이한 경험을 누구보다 가까이 듣는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누군가의 삶은 그 사람이 되어보지 않고는 자세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에세이집을 읽다 보면 그런 것이 어느 정도는 가능해진다. 세계투어를 돌며 만난 그날의 날씨와 무대, 그리고 관객을 빠짐없이 자세히 기억하고 또 생생히 묘사하는 저자의 역량 덕분일 것이다. 마치 어제 느낀 듯 살아있는 감정과 내면의 소리를 왜곡 없이 들려주는 화술 덕분에 저자만이 가진 무수히 특별한 경험과 그 독창성이 더욱 빛나며 한 편으로는 마음 깊이 스며든다.
음악을 한다는 것은 또, 인생을 살아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독히도 흥미를 붙일 수 없었던 해금에 마음 갈피를 잡을 수 없었던 대목을 읽을 때에는 절로 자세를 고쳐 앉게 되었다. ‘이게 과연 내 길이 맞는가’를 수도 없이 고민했다는, 나의 일기장의 어느 한 문장과도 다르지 않을 정도로 깊은 공감을 느꼈던 저자의 고백은 어떻게 그런 인생의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한숨 돌릴 수 있었는지를 궁금하게 했다. ‘나는 왜 이 길에 서 있나, 이게 정말 나의 길인가’라는 가사 한 문장을 듣기 위해 무수히 반복재생했던 가수 GOD의 ‘길’이라는 노래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또다시, 이번에는 조금 다른 멜로디로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유일무이한 삶의 이야기 속에서도 넓게 펼쳐진 공감의 장이 있기에 안락하고 포근한 마음이 든다.
독창성과 공감이라는 두 가지 테마 위에서 연주되는 책의 멜로디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신선한 자극을 주다가도 마음 편히 듣기 좋은 친숙한 리프로 돌아온다. 그 사이에는 음악이라는 단단한 본질이 있다. 단아한 한복을 입고 전통음악을 연주하다가도 다음 날은 강렬한 헤비록에 몸을 맡기는 저자가 자신을 묘사했던 것처럼 양극단을 부지런히 오가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특성을 많이 닮았다.
저자는 음악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 가슴 벅찬 일이라는 것을, 또 각자의 삶에서 겪는 고난과 기쁨을 이겨내는 모든 과정과 결과와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는 것을 고해주었다. 그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기록을 혼신을 다해 전해주었음에 경의와 감사를 표하고 싶다. 그리고 음악뿐 아니라 글과 이야기로 세상과 사람을 이으며 새로운 위로를 전하는 그의 무한한 확장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