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131.jpg

 

 

『거대한 죄』는 『전쟁과 평화』, 『부활』등으로 유명한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후기 사회사상을 집약한 산문 선집이다. 1900년부터 1909년까지 그가 남긴 사회비평 및 사상적 글들을 엮은 바다 출판사의 ‘톨스토이 사상 선집’ 시리즈 중 열 번째 권이다.




1. 레프 톨스토이는 누구인가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 『부활』과 같은 작품들로 유명한 톨스토이는 훌륭한 작가가 많기로 유명한 러시아에서도 유난히 상징적인 작가 중 한 명이다.


19세기 초 러시아 폴랴나 귀족 가문에서 넷째로 태어난 톨스토이는 부유하게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일찍이 부모를 잃은 탓에 내면적으로 방황을 겪었다. 청년기까지는 방탕한 생활을 했으나, 크림 전쟁과 유럽 여행을 계기로 그는 인생과 사회에 대해 깊은 성찰을 시작하였다.


이후 그의 영지에서 농민 교육과 개혁에 힘쓰며 사회적 책임감을 키웠고, 평생을 러시아 농민의 빈곤과 고통에 대해 탐구하며 대책을 갈구했다.


청년기부터 1870년대 초까지 그는 상류사회와 농민의 삶을 모두 경험하며, 인간 심리와 도덕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등 그의 문학적 대표작들도 이 시기에 집필했으며 사회 제도에 대한 비판보다는 개인의 도덕적 성장과 실존적 고민에 집중하였다.


1882년, 모스크바 인구 조사에 참가하게 된 톨스토이는 이 조사를 통해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깨닫게 된다. 이것은 톨스토이가 본격적으로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어, 그에게 있어 전환점이 된다.


이후 말년까지 톨스토이는 제도 교회와 국가, 사법 군사 권력 등 모든 강제적 권위에 반대하며 비폭력, 무저항, 사랑, 용서, 단순한 삶, 채식, 금주, 금연과 같은 금욕주의를 실천했다. 사유재산, 특히 토지 소유를 부정하며 농민 중심의 평등 공동체를 지향했다. 사회적 불의와 자본주의 문명, 근대 문명의 타락을 비판하였다.


그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 『부활』, 『크로이체르 소나타』등에서 죽음, 구원, 사회적 부조리와 도덕적 자기완성을 강조하였다. 비교적 초기작에 해당하는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등의 작품과 비교해봤을 때 작품의 주제는 확실히 죽음과 구원, 부조리와 도덕적 자기완성으로 건너왔음을 볼 수 있다.

 

 

 

2. 거대한 죄란?


 

톨스토이는 “노동하지 않는 자의 토지 소유”와 같은 사회적 불의를 ‘거대한 죄’로 규정하며, 인간의 도덕적 책임과 공동체적 정의를 강조했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톨스토이는 그의 삶 전면에 있어 러시아 철학사와 문학사, 사상사에 있어 중요한 인물이다.


그가 이토록 중요한 인물인 이유는, 그의 삶과 작품 전반에 러시아 역사의 영향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죄』는 1900~1909년까지 그의 생 마지막 10년 동안 발표한 글들을 수록하고 있다.


제목과 ‘톨스토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주는 걱정과 달리 의외로 책은 어렵지 않게 읽혔다.

 

톨스토이가 말하는 ‘거대한 죄’란, 소수의 사람들이 노동 없이 토지를 소유하고, 대다수 인민이 자신이 태어난 곳의 토지 일부를 사용할 권리를 빼앗기는 당대 러시아 사회 구조적 불의이다.


러시아는 세계적으로 보아도 매우 특수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영토를 가진 국가이지만, 그 땅은 매우 척박하며 춥다. 오랜 기간 봉건적 농노제와 대지주 중심의 토지 소유 구조가 유지된 탓에, 러시아는 서유럽에 비해 근대화가 매우 늦었고 전체 인구의 80퍼센트가 농민이었다.


제정 러시아의 붕괴와 1905년 혁명으로, 마르크스주의가 확산되며 러시아 사회는 세계적으로 특이한 위치에 봉착하였으며, 사회주의의 가장 주요한 모델이 되었다.


그러나 톨스토이는 인생 전반에 걸쳐 러시아의 근대사에 부딪쳐온 인물로서, 독자적인 사상을 펼치며 러시아만의 역사, 사회 구조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였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오직 유럽적인 모델이 말하는 바를 굴종적으로 반복만 하는 이들의 사고는 놀랍도록 빈곤하고,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들의 메마른 심장과 잔혹성 그리고 위선이다."] - 239쪽

 

그는 러시아라는 나라의 특수성과 인민의 농민성을 꼬집으며, 유럽적인 모델의 모방은 러시아에게 있어 의미가 없음을 강력히 주장한다.


 


3. 우리는 이해할 때가 되었다.

 

거대한 죄_평면.png

 

 

21세기 한국에서, 지금 이 톨스토이의 『거대한 죄』를 읽어야 할 이유는 뭘까?

 

러시아와 대한민국은 지리적,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특성에 있어 여러 차이점을 갖는 동시에,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수많은 전쟁과 외세 침략을 거친 농업 중심의 나라이자, 뒤늦게 근대화를 맞이했다는 점에서 러시아와 한국의 근대문학은 어딘지 유사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거대한 죄』속의 논리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21세기 한국은 ‘부동산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토지와 주택의 자산이 매우 중요한 나라이다. 작은 영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소유는 소수에게 극도로 집중되어 있으며 세대간 계층과 불평등을 고착시키고 있다.


무려 한 세기 전의 인물이지만, 여전히 그의 사상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정의의 문제를 날카롭게 제기한 이 책은, 21세기 한국에서 오늘날 더더욱 중요한 문제서적이다.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