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라고 하면, 어린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었다. 그림책은 동화책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말해서 어른이나 아이 모두 볼 수 있는 책이라는 것을. 그때부터 그림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림책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그림책을 몇 권 접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바로 그림책과 시가 굉장히 닮아 있다는 것이다.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그림책의 중심은 글이 아닌 그림이다. 글보다는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책인 만큼, 그림을 읽는 사람에 따라 느껴지는 바가 달라진다. 이것이 그림책의 매력이다.
책 <그림책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만들기 7단계>는 현업 그림책 작가이자, 실제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진행 중인 두 명의 작가가 그림책을 만들고 싶은, 혹은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다. 그림책을 완성시키는 과정을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7단계로 소개한다.
7단계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계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바로 아이디어 심기에 해당하는 2단계이다.
해당 단계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창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단계가 바로 아이디어를 추출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림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아이디어를 잘 다듬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궁금했다.
저자들은 아이디어 심기 단계를 크게 2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첫 번째는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것, 두 번째는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방법에는 크게 10가지가 있다.
1. 일기 쓰기
2. 영화, 드라마, 소설 등 다양한 콘텐츠 접하기
3. 전시 관람하기
4. 대화하기
5. 좋아하는 그림책 고르기
6. 인상적인 사건 떠올려보기
7. 나와 친구, 가족 등 주변 인물에 관해 생각해 보기
8. 좋아하는 것에 관해 쓰고 그리기
9. 사진 앨범 들여다보기
10. 인간 외의 대상, 동물이나 사물의 입장이 되어보기
이중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일기 쓰기'이다.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 그리고 감정들을 우리는 평소에 그냥 흘려보내곤 한다. 하지만 그 찰나에 답이 있기도 하다는 것.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다 보면, 그 안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건져 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소재를 선택하는 방법으로는 짧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소개되었다. 자신이 선택한 소재로 짧은 이야기를 완성시켜 보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야기가 잘 만들어지면, 해당 소재는 그림책으로 탄생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소재일지도 모른다.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짧은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방법은 앞으로 어떤 창작을 하던지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에세이를 한 편 쓴다고 가정해 보자. 글을 시작하는 것은 쉽지만, 생각보다 마무리를 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글을 시작하기 전에 큰 뼈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머리-가슴-배 3등분으로 나누어 각 문단을 대표하는 한 문장이 떠오르는가를 먼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면, 이 소재를 내가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인가를 판단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책 <그림책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만들기 7단계>는 이렇게 한 단계 단계를 자세한 to-do로 소개한다. 단순히 단계별 구분만 해둔 것이 아니라, 실제 각 단계의 역할과 활동을 제시하고 있어 확실히 수업 교재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만일 내가 그림책 만들기 워크숍을 운영한다면, 이 책을 활용할 것 같다. 그만큼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이 특징적인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좋은 아이디어와 소재를 발굴하여 나만의 그림책 한 권을 완성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글과 그림을 모두 스스로 작업하여, e-book이 아닌 종이책으로 출판을 해보고 싶다. 책 <그림책 작가와 함께하는 그림책 만들기 7단계>을 읽으며 그 도전이 현실 가능한 꿈일 것이라는 용기를 얻었다.
여러분도 그럴 것이다.
그림책을 만드는 여정이 궁금한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