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금), 4월 16일부터 18, 19, 22, 24, 25일로 총 여섯 차례 진행되었던 콜드플레이의 두 번째 내한이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2017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의 2회 공연으로 10만명을 모았던 첫 내한 이후 무려 8년만이었다.
COLDPLAY: MUSIC OF THE SPHERES World Tour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렸던 이번 내한은 해외 가수의 방한 역사 이래 최다 관객수, 최다 공연 횟수를 기록한 ‘역대 최대 규모’의 공연이었다.
공연 횟수(6회)와 관객수(1회 5만명X6회=총 30만명 운집)는 지난 내한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하며 이 전설적인 밴드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특히 4월 16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온라인상에서 공연 후기가 입소문을 타며 잔여 티켓을 구매하기 위한 긴 대기 행렬이 연일 이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공연은 막을 내렸지만, 여전히 모두가 ‘콜드플레이’ 여파에 젖어 열광하고 있다. 나 역시 실제로 그 순간들을 마음에 담으며 열심히 즐겼던 한 명의 관객으로서 그 생생한 후기를 전해보려 한다.
나는 지난 4월 24일 (목) 5회차 공연을 감상했다.
고민의 여지 없이 살면서 한번쯤은 콜드플레이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호기로운 마음 반,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신나게 놀고 올 생각 반으로 끊어두었던 티켓이었다. 그렇게 기대감을 잔뜩 끌어안고 기다리니, 들뜬 표정의 관객들이 드넓은 그라운드와 3층에 이르는 객석에 가득 들어찼다. 5만명 가량의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오직 콜드플레이의 공연을 보기위해 하나로 뭉쳤다.
“You’ve got a higher power, you’ve got me singin’ every second, dancin’ every hour, (넌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매 순간 날 노래하게 하고, 매 시간 날 춤추게 하지,)” – Coldplay, Higher Power
카운트다운, 그리고 쏘아 올려진 불꽃과 함께
2시간에 달하는 공연 내내 콜드플레이는 ‘One Team’이라는 범우주적 개념을 그들의 무대로서 가시화한다. 한국에서의 공연을 비롯한 이번 “MUSIC OF THE SPHERES” 월드 투어를 통해 콜드플레이가 전세계에 전파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아주 명료하고 간단하지만 우리가 망각하고 있었던 근원의 것들이다.
사랑의 힘, 평화의 기도, 지구의 소중함, 우주의 다양성.
혐오와 전쟁, 환경 오염과 이방인 Alien에 대한 배타적 태도가 당연시되는 오늘날, 콜드플레이는 다시금 사랑, 평화, 지구, 우주를 몸소 노래한다.
“Still my beating heart, We'll all be free to fall in love, With who we want, and say … People of the pride, (여전히 고동치는 나의 심장, 우리 모두 원하는 이들과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외치자, 긍지의 사람들이여,)” – Coldplay, People of The Pride
콜드플레이의 음악은 웃음을 주고 위로를 전하는 ‘사랑의 힘’이 무엇인지 직관적이지만 작위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알려준다. 마치 ‘이래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니?’ 묻는 듯 눈부시게 빛나는 무지갯빛 하트와 웃음으로 가득 찬 축제 분위기 속에 녹아들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다시 한 번 사랑이라는 것을 믿어보고 싶어 지는 것이다.
“And so we pray, We’ll be singing “Baraye”, ‘til nobody’s in need and everybody can say, (그래서 우리는 기도해, 우리는 “위하여(이란의 여성인권 시위곡)”를 부를 꺼야, 누구도 도움이 필요하지 않고 모두가 말할 수 있을 때까지,)” – Coldplay & TWICE, WE PRAY
여섯 번의 공연에 모두 게스트로 섰던 K-POP 그룹 트와이스(TWICE)가 함께 한 WE PRAY 무대는 웅장하고 호소력 짙었다. 콜드플레이의 보컬이자 프론트 맨 크리스 마틴은 공연 중, 이곳에 모인 우리 모두의 사랑과 기도, 희망을 지구상의 곳곳으로 보내주자고 이야기한다.
콜드플레이는 이렇듯 즐기기 위해 모인 우리 모두가 목청껏 함께 호응하는 것만으로도 동참할 수 있는 하나의 가치를 더한다. 그렇게 현장에 모인 우리 모두는 한 마음 한 뜻으로 이 ‘평화의 기도’가 필요한 어딘 가에 닿길 바라며 노래할 수 있었다.
크게 화제가 되었던 것은 내한과 더불어 그들의 이번 월드 투어가 얼마나 환경 문제를 고려하였고, 실질적으로 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갔는가, 였다. 콜드플레이는 지난 2017년 투어 이래로 탄소 문제에 대한 경각심과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월드 투어를 중단한 바 있다. 그런 그들이 8년 뒤, 공연장 내 일회용품의 강경한 반입 금지, 친환경 팔찌 재활용, 관객 친화적인 동력 자전거와 키네틱 플로어 설치, 공연 수익의 기부와 캠페인이라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다시 돌아온 것이다.
특히 팔찌 재활용 부문은 서울이 6회 공연을 통틀어 회수율 99%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키네틱 플로어와 파워 바이크는 관객이 움직임에 따라 운동 에너지가 다음 투어를 위한 전력으로 변환되는 것이다. 공연 중간중간에 감상자들은 이를 일종의 참신한 이벤트로서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사진처럼, 나 역시 공연 도중 파워 바이크를 타고 무대를 즐겼는데, 나의 즐거움이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이들의 행보에 효용 있는 한걸음이라는 점이 와닿았을 뿐더러 ‘지구의 소중함’이 환기되는,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번 ‘COLDPLAY: MUSIC OF THE SPHERES 월드 투어’는 아마 전례 없는 지속가능 친환경 공연의 모범 사례로 남지 않을까.
“And you, you are my universe, and I, In the night I lie and look up at you, When the morning comes I watch you rise, (넌 내게 우주 같은 존재야, 난 밤이 되면 누워 널 올려다 보고, 아침이 밝으면 떠오르는 널 바라보기도 해,)” – BTS & Coldplay, My Universe
먼 우주에서 내려다 보았을 때, 우리 모두는 그저 작은 먼지 같은 존재들일 것이다. 그런 인간사에, 누군가를 ‘우주’라 여기게 되는 것은, 각자의 고유한 빛으로 반짝이는 존재들로 서로를 인식하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콜드플레이는 우주적 관점에서 이 지구의 우리 모두를 포함해 지구 밖의 어딘가 살고 있을 외계인까지 ‘One Team’이기에 서로 사랑하자고 이야기한다. 배타적인 태도가 만연한 이 시대에 외계인의 탈을 쓰고 다양성의 이름 아래 포용을 말한다.
“BELIEVE IN LOVE”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마법 같았던 공연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은 사랑을 믿어보자는 환한 권유였다. 혐오와 불신, 배타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마법 같은 그 단어. 콜드플레이가 이번 내한 공연을 통해 뿌리고 간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 모두의 마음에 사랑의 싹의 틔우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