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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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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조사를 오가며 인간관계에 회의감이 든다. 몇십 년 만에 연락 한번 없다가 청첩장을 주는 친구도 있지만, 애매하게 연락을 안 하다가 찔러보기 식으로 보내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초대를 받으면 고마운 마음으로 갔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고마운 사람들도 물론 많지만 몇몇은 주변인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축의금 한 번에 고맙다는 말없이 끊어진 사람들…… 내게 힘든 상황이 왔을 때 혹은 경조사 때는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그러나 이건 진짜와 거짓을 분간 지을 수 있는 확실한 기회다.

 

언젠가부터 사람을 주변에 많이 두지 않는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그러했다. 나의 인간관계는 한번 알면 깊게 뿌리내리는 편이다. 예전에는 얕고 넓었었다. 그래도 여러 분야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알아두면 좋다고 생각했었다. 이전에는 상대방이 내게 1을 주면 나는 3으로 다가갔다. 누군가가 다가오기보다 내가 먼저 다가가야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나이를 먹다 보니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나무가 햇빛을 받아 더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적당한 가지치기가 필요하다. 엉키고 말라죽은 나무는 빨리 솎아내야 한다. 그래야 더 튼튼하게 나아갈 수 있으니까.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니까. 어쩌면 계산적이고 불필요한 사람들의 모습을 가려내는 나를 보며 ‘나도 나이를 허투루 먹지 않았네’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렇게 사람들을 옥석 가리듯 거르며 ‘나도 꽤 계산적인 건가’라고 생각했었다.

 

허나 관계 가지치기를 쿨하게 하면 주변이 깔끔해진다. 애매하고 계산적이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으니 에너지를 소모가 줄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켜주는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연락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 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안부를 몇 번 묻고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사이지만 어제 본 친구처럼 편한 사이도 있다. 인연이 되는 사람들을 마주하며 현재까지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 고등학생 때부터 알았던 지인들도 있지만 첫 직장부터 최근 직장까지 항상 회사를 다니며 아직까지 내 속내를 털어놓을 만큼 좋은 관계의 사람들이 많다. 

 

진정한 관계를 정말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오 년 전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갑작스러운 부고 문자에 한달음에 와준 지인들이 있었다. 미안해서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음에도 와준 사람들도 있었다. 좋은 날보다 슬픈 날 함께해 준 사람은 평생 간다고, 아직도 나는 그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내 주변에 꽤 많은 사람들이 왔고, 헛살진 않았다고 느꼈던 순간이었다. 인간관계, 회사 생활에 상처받은 날도 있었지만 좋은 사람이 더 많으니까. 나이를 먹을수록 인간관계가 좁아지고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했다. 영원한 것은 없는 법이다. 인간관계도 지금의 모습과 다르게 또 흘러갈 것이다. 인생도 그러하듯이.

 

중요한 것은 버리고 자르는 것에 아까워하지 않는 것, 애매한 관계는 언젠가 썩을 수도 있으니 과감하게 솎아내는 것이 중요하니까. 인생의 바운더리에서 나를 지켜주는 사람인지 아닌지 확실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싹둑 - 어떤가, 내 관계의 나무가 조금 깔끔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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