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아프다.”
하루가 두통으로 망쳐진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쉬지 못함에서 오는 심리적인 고통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문제는 단순히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흘러나오는 TV 소리, 사람들의 비속어, 거리의 싸움 소리, 그리고 내면의 시끄러운 고민의 파동까지.. 나의 뇌를 시끄럽게 하는 것들이 투성이다. 그런 나에게 선물같이 찾아온 한 권. 조금은 내 뇌를 쉬게 해줄 수 있는 <뇌가 힘들 땐 미술관에 가는 게 좋다>에 대해서 소개한다.
책을 펼치자마자 색깔이 펼쳐졌다. 이리저리 펼쳐진 색깔의 방향 속, 나도 모르게 전시관 의자에 앉아서 사색에 잠기는 것처럼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그리고 마주한 문장.
“예술은 인류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각 시대의 동향을 만들어왔다.”
책을 읽기 위해 카페에 들어가는 순간 들리는 음악, 식탁 앞에 걸려있는 작가를 모르는 작품, 사람들의 정답 없는 사담들 그 모든 것이 아우러져 위 문장에 공감하게 했다. 발걸음을 옮길 수 있고, 심미적인 감명을 느낄 수 있는 비법은 오랜 시간 동안 예술이 인간들 속에 축적되었기 때문임을 그때 알게 되었다. 그 이후 책에 더 몰입하게 되었고, 미술관에 가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위 책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예술이 뇌를 휴식하게 해준다는 것을 넘어서서 미술이 뇌를 “어떻게 교육하는지”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뇌가 일방적으로 소비되는 방식과는 다른 방향성으로 우리 뇌가 진화되어 왔다는 것이 매우 희망적이었다. “암기와 주입으로 지친 우리의 뇌가 유의미한 방향으로 성장한다면, 예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으로부터 오는 작은 바람이었다. “어쩐지.. 암기가 그렇게 하기 싫더라”라는 안심에서 온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뇌는 표준화 시험의 답안지 채우기나 교과목 평가에 대한 열띤 논쟁에 관심이 없다. 뇌는 새로운 신경 경로를 만들고 끊임없이 진화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우리의 학습 방식은 대개 주입식 암기와 기억하기 위주로 설계된 사회적 교육체계와 절대 같지 않다.”
새로운 신경 경로를 만들고, 끊임없이 진화하도록 설계된 우리의 뇌가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바로 예술인 것이다. 즐기는 자가 노력하는 자를 못 이기는 것처럼. 똑똑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내 뇌의 선천적 시스템에 맞춰 발전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사실이 크게 와닿았다.
그럼 깨달았으니, 뇌를 잘 즐기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책이 제안한 방법에 관해서 얘기해 보겠다. 바로 “표현적 글쓰기”. 이미 내가 하고 있지만,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영원히 모를 바로 “글쓰기”이다.
"표현적 글쓰기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한 연구에서는 과거의 트라우마적 사건에 대해 글을 쓰는 행위가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는 결정적 영역인 중앙대상피질을 활성화시켜 뇌 신경 활동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감정과 느낌에 언어를 부여하는 행위가 살면서 겪는 힘겨운 사건들에 맥락을 입히고 그것을 더 잘 이해하도록 신경생물학적 수준에서 돕는다는 뜻이다."
글을 쓸 때, 뇌가 꿈틀거리는 감각을 느낀다. 그 과정이 부정적 감정을 처리하는 중앙대상피질을 활성화시켰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내가 정말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점을 실감나게 했다. 팩트를 담은 텍스트뿐만 아니라 나라는 사람에 대한 감정과 느낌을 글자로 재구성하는 과정이 되려 내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하고 나를 더 성장한 생물체로 만든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최근 들어 글쓰기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 잠시 키보드와 연필을 쥐지 못했다. 손목이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내가 책과 예술로 돌아온 이유.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뇌와 피질이 살아 움직임을 느낀 사람은 그 감각을 잊지 못하고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 잠시라도 잘 놀고 쉴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를 알아야 하기에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그리고 이 책에 따르면 이 행위 모두 예술이다.
그 중 “미술관”이라는 장소가 주는 명확한 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개념적인 미술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정답이나 정의가 아니라, 생각을 이끌어내게 해주는 힘이 미술관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고, 이에 격하게 동의한다. 갤러리를 열어보고, 미술관에 갔던 기억을 떠올리면 작품이 아니라 작품을 보고 내가 느꼈던 감상들의 생동감이 더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다시 내 뇌가 살아 움직인다. 제대로 휴식을 취하고 놀기 시작한다!
다만 이런 감각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해, 이 책을 더 널리 추천하고 싶다. 나만 느끼기에는 너무 아깝다. 그리고 미술관뿐만 아니라 또 무슨 예술이 나라는 생명체를 살아있게 만드는지 직접 탐색하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