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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상한 춘자씨


 

일요일에 창작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를 보고 왔다. 더줌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는 칠순을 맞은 치매 노인 고춘자와 그의 칠순 잔치를 연 가족들의 이야기를 서두로, 치매 노인의 애환과 사회적 인식, 가족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4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선정된 이 뮤지컬은 록, 트로트, 보사노바 등의 음악 장르를 다양하게 소화하여 각 서사에 어울리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춘자의 칠순 잔치로 간 고깃집에서, 춘자는 직원이 들고 있는 불에 놀라 ‘불이야!’ 소리치며 도망친 채 그대로 실종된다. 가족들은 춘자를 찾아다니며 만난 유치원 선생님과 택시 기사님 등 춘자의 행적을 알아냄과 동시에 춘자의 ‘이상 행동’에 대해 사과를 한다. 유치원생의 뒤를 쫓아다니며 아이의 외모를 수정이와 비교해 평가하거나, 택시를 타는 도중 실례하는 등 치매 노인의 행동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극 중 가족들이 그들에게 사과하거나, 민망함에 되레 화를 내는 모습은 치매 가족을 둔 우리의 삶과 흡사하다. 춘자씨는 정말 이상하다. 자신의 몸에서 ‘물고기’가 빠져나갔다고 생각해 숫자 칠십에서 영을 뺀 일곱살이 되었다 생각하고 아이처럼 골목을 뛰놀며 길을 잃어버린다. 가족이 아닌 관객의 입장에선 일흔의 나이인 춘자씨의 실례나 일곱 살 같은 행동이 부끄럽고, 쉽게 기억을 되찾지 못해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춘자씨의 삶을 돌아보면, 그녀가 칠순 잔치에서 그토록 빌고 싶었던 소원이 무엇인지 차츰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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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호근)

 

 

 

그녀의 세계 속 뚜렷한 사랑


 

춘자는 정말 어린아이가 됐을 뿐일까? 그녀는 자신의 진짜 소원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그녀만의 세계를 헤맨다. 물고기를 뒤따라 움직이고 똥파리에게 은빛 가루의 나라에 가게 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그곳에 가면 그리운 사람들을 전부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빛 가루의 나라는 백 살은 된 어른이 갈 수 있기에, 너무 어린 일곱 살 춘자는 거절당한다. 그러다 춘자는 하늘에서 내려온 수화기를 통해 그리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다. 젊을 적 바다에서 잃은 남편과 집에 불이 난 바람에 잃게 된 막내딸 수정이를 비롯해 그녀의 어머니, 심지어는 키우던 누렁이와 대화를 나눈다. 그들과 이야기를 한 춘자는 자신의 소중한 소원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녀만의 세계를 헤매다 교회에 도착한 춘자는 남은 두 아들의 행복과 건강을 기도하며 가족과 재회한다.


이 외 사이드 스토리로 유머까지 챙긴 이 뮤지컬은 관객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단순한 망각뿐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춘자를 보며 관객은 치매의 무서움과 속사정을 솔직하게 느낄 수 있다. 또 ‘어린이는 자라나고 노인은 늙는다’는 대사를 통해 단 한 번뿐인 삶이 서글프면서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일상에 밀접하지만 깊이 생각하기 무서운, 가족의 치매와 사랑을 다룬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는 러닝타임 95분, 정가 55,000원으로 올해 6월 1일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극적인 반전이 없어도 관객을 이끄는 가족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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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김호근)

 

 

 

그 후, 우리의 이야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치매 환자는 65세 이상 노인 기준 약 97만 명으로, 내년이면 100만 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이는 노인 인구의 약 10%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극중 둘째 아들 홍성찬은 실종 신고를 하면 춘자에게 ‘치매 환자’ 낙인이 찍힐 거라며 만류한다. 치매 노인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 분명히 나타나는 대목이다. 최대한 치매를 숨기려는 사람과, 치매라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회. 우리 사회의 시선이 개선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올해 3월 18일, 보건복지부에선 실종과 사고 등 각종 예방을 위해 ‘2025년 치매정책 사업’ 자료를 공개했다. ‘치매엔 고스톱이 좋다’, ‘눈에 보이는 벽에 각종 주의 글귀를 크게 적어두는 게 좋다’는 것도 맞지만, ‘실종 치매 환자’ 발생 예방 및 관련 사업을 주변인이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하단의 내용은 위 자료를 참고해 조금의 정보를 축약하였다.


먼저, 배회할 수 있는 노인의 경우 ‘치매안심센터’에서 어르신 인식표’를 보급받을 수 있다. 이 경우 회당 인식표 80매와 보호자용 실종대응카드 1개를 제공받는다. 일반 시민이 치매 환자를 발견했을 경우 경찰에 신고한 뒤, 경찰이 인식표의 고유번호를 확인하여 가족에게 연락할 수 있는 간단하며 확실한 지원책이다. 또한 신속한 가정 복귀를 위한 ‘지문 등 사전등록제’를 활용해 경찰청에 치매 환자 및 보호자의 신상을 등록할 수 있다. 이는 치매안심센터뿐 아닌 가까운 파출소에서도 편리하게 등록할 수 있다. 그 외 ‘복지부-경찰청-민간 협약으로 손목시계형 배회감지기를 무상 보급(‘치매안심센터’ 매뉴얼 확인)’받거나, 홍보물 무료 제작 지원 등 다양한 실종 예방 사업이 있다.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는 ‘치매체크’ 앱을 추천한다. 앱의 배회감지서비스를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치매 환자의 위치 확인이 가능하고, 보호자가 설정한 안심구역을 치매 환자가 벗어날 경우 보호자 알림 기능이 있다. 자세한 사항은 보건복지부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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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우리가 직접 좋은 세상이 되는 것이다. 매일 울려대는 긴급재난문자의 실종자 알림이 줄어들고, 우리의 수많은 ‘춘자씨’가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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