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챗GPT를 활용한 지브리 프사


 

kimitachi018.jpg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스틸컷 - 스튜디오 지브리 제공

 

 

SNS를 보면 자신과 닮은 지브리 풍 캐릭터를 프사로 걸어놓은 유저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25일, 챗GPT가 발표한 신규 이미지 생성 AI 모델 '챗GPT-4o' 을 활용한 사진들인 것이다. 해당 모델은 '심슨', '디즈니' 등 다양한 캐릭터 풍의 AI 사진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스튜디오 지브리' 풍의 사진이다.


해당 모델이 발표된 이후 챗GPT를 활용하는 국내 일간 활성 이용자 수가 120만을 발표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대비 약 56% 증가한 수치이다.


이런 지브리 프사 열풍 현상에 OpenAI CEO 샘 올트먼은 "그래픽처리장치가 녹아내리고 있다"며 사용 자제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저작권을 생각하지 않은 행위이다, 해당 사진을 만들기 위해 제공한 인간의 얼굴이 어떻게 쓰일지 모른다"라며 저작권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일본 문화청 'AI 저작권 침해 아니다'


 

pexels-markusspiske-965345.jpg

 

 

일본 문화청은 이러한 AI 열풍에 화풍 같은 '아이디어'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며, 이를 모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AI 생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보호하면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으며, AI 기술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이 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며 "AI가 특정 장면을 베끼지 않는 한, 화풍 모방 자체는 저작권법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미국 뉴욕의 프라이어 캐시먼 로펌 소속 조시 와이겐스버그 변호사 또한 "해당 이미지로 훈련된 모델이 적절한 라이선스나 승인을 받았는지 문제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작품 스타일, 즉 ~풍 이미지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지만, 문제가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AI는 무언가를 학습하여 결과물을 도출하기에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다. 즉, AI가 지브리 풍으로 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나 이런 그림을 위해 애니메이션을 무단으로 학습시켰을 경우 저작권상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단 저작권의 문제만이 아니다


 

pexels-tara-winstead-8386440.jpg

 

 

챗GPT를 활용한 AI 프사가 지브리의 그림을 무단으로 활용하는 단순 저작권 문제만이 아니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의 4월 3일 자 기사에 따르면 오픈AI 관계자가 "초상권 침해 문제를 고려해 사진 속 얼굴 그대로를 활용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미지를 픽셀 단위로 쪼개 AI 학습 데이터로 쓸 수 있다"라 주장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지브리 열풍'을 계기로 오픈 AI가 텍스트보다 구하기 힘든 이미지 데이터를 축적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AI 사진 생성을 위해 활용된 각종 애니메이션 저작권 문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AI 프사를 위해 사용된 사용자의 사진 또한 어떻게 활용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현업 만화가들의 생각은


 

IMG_3069.jpg

만화가 이빈 작가의 X 캡쳐 사진

 

 

만화 '안녕 자두야'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만화가 이빈은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다음과 같은 심경을 밝혔다. "대부분의 sns와 자주 가는 여행 카페에서조차 서로들 경쟁하듯이 자신의 프사를 지브리스타일로, 또는 짱구 스타일로 만들었다고 자랑하며 올리고 있네요. 보기 힘들어서 들어가질 못하겠습니다. 이젠 트위터까지 그럴거라 생각하니 지금 올리는 그림이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올리고있어요. 마음이 아픕니다."


또한 그는 "이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가족사진을 지브리 스타일의 그림으로 만들었다며 즐거워하는 일반인 친구를 보며 친구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스스로는 힘이 빠졌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IMG_3071.jpg

감독 이시타니 메구미 X 캡쳐 사진

 

 

원피스의 애니메이션 감독인 '이시타니 메구미' 또한 지난 1일, AI로 만든 지브리 풍 홍보 영상 관련 게시물에 남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AI를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의견을 리트윗했다. 이후 "(AI가) 지브리를 더럽히고 있다"는 게시물을 함께 올렸다.


지난 16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한 다큐를 통해 'AI를 이용하면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그로테스크한 움직임을 구체화할 수 있다' 는 의견에 "누가 만들었든 고통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며 "매우 불쾌하다, 자신은 이런 기술(AI)을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 이건 내 삶 자체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CG없이 모든 그림을 손으로 그리는 가내수공업을 고집하며, 한 장면을 만드는 데 수백 장의 그림을 그리는 작업 방식으로 유명하다.


 

 

한스 요나스의 '윤리적 공백' 


 

kimitachi010.jpg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스틸컷 - 스튜디오 지브리 제공

 

 

독일의 철학자인 한스 요나스는 그의 저서 <책임의 원칙>을 통해 급격한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파생되는 윤리적 문제를 기존의 윤리가 해결해 주지 못하는 간극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윤리적 공백'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여러 문제가 얽혀있는 AI 프사는 현재 이런 '윤리적 공백'의 국면에 놓여있다.

 

지난 23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해, 그리고 그의 삶을 깎아 내어 만든 애니메이션을 관람하는 대중들을 향해 "어떻게 살 것이냐"고 물었다.

 

필자 또한 작년 만우절 때 AI를 활용한 게임 패러디 사진을 프로필로 변경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해당 글을 준비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클릭 한 번으로 한 사람의 인생철학이 카피 되는 시대의 우리들은 정말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무엇이 맞고 무엇이 틀렸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우리의 윤리를 위해 잠시 피트 스탑(pit stop) 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20250323204355_fhkegfve.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