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다양하다.
누군가는 아직 이 세상에 순수함과 꿈과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런 환상적인 말들은 전부 덧없는 것이며 사람들은 서로를 믿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 중간에 서서 두 입장 모두 일리 있는 말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나 또한 그렇다.
그런 생각을 할 때면 가끔 떠오르는 인물 하나가 있다. 영화 <웡카>의 주인공, 윌리 웡카다.
웡카는 옛날 영화 <찰리의 초콜릿 공장>에서 처음 등장했던 초콜릿 공장의 주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가 하면,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 <웡카>는 오롯이 웡카의 이야기만을 다뤘기 때문에 이 영화로 이 인물을 기억하는 이들도 꽤나 있을 것이다.
<웡카>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 영화에서 그려낸 웡카는 정말 순수하고 아름다운 인물이라는 것이다.
웡카가 영화 안에서 처음 부르는 노래에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이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윌리 웡카는 자신의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을 가정하지도 않는다. 그는, 그의 초콜릿에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웡카는 처음부터 고난을 마주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던 1실버를 하수구 구멍에 빠트리고, 한 푼의 돈도 없던 그는 ‘친절한’ 남자 블리치를 만난다. 블리치는 돈이 없어도 재워줄 곳을 알고 있다며 웡카를 스크러빗 부인의 여관으로 안내한다. 순수한 웡카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여관에서 잠을 청한다. 사람들에게 악의와 숨겨진 음모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웡카다.
하지만 다음 날, 웡카에게 날라오는 것은 ‘1실버’ 의 아주 싼 금액이 아닌, ‘엄청난’ 청구서다. 사기 수준으로 금액을 책정해 계산을 요구하는 스크러빗 부인과 블리치의 모습에, 웡카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세탁 공장에 갇히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을 믿지 말라는 것? 월리 웡카처럼 순수하고 희망에 차 있는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 <웡카>는 계속해서 순수한 사람 웡카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웡카는 그를 돕는 세탁 공장의 동료들, 같은 처지로 붙잡혀 있던 소녀 누들, 자신의 초콜릿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 요정 움파룸파 등의 도움을 받으며 계속해서 초콜릿을 판매하겠다는 자신의 꿈을 시도한다.
그는 순수하고 선한 인물답게, 동료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초콜릿을 팔아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해 주겠다는 의지를 영화의 끝까지 지켜 나간다.
온갖 방해와 음모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꿈과 본성을 지켜 나가는 인물. 동화 속에서나 등장했던 이 인물은, 어른이 되어 동화를 믿지 않게 된 관객들을 다시 한 번 설득시킨다. 세상은 동화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웡카가 된다는 건 썩 달갑지 않은 일이다. 세상이 꿈과 순수함과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열정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바보같이 순수한 인물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어쩌면, 우리는 가끔씩 동화를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