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을 생각하면, 집안 곳곳에 미피가 그려진 물건들이 있었다. 색연필 같은 학용품부터 작은 그릇들까지. 미피는 그렇게 시나브로 나의 친구가 되어준 것이다.
미피 70주년을 맞아, 인사동 센트럴 뮤지엄에서 ‘미피와 마법 우체국’ 미디어아트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하여 기분좋은 마음 반, 오랜만에 미피를 만나 설레이는 마음 반을 품고 다녀왔다.
8개의 존으로 다양하게 구성된 이번 전시는 굉장히 넓은 공간에서 진행되다 보니 실제 미피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도 있었다.
#미피에게 마음을 담아 - 전시장 곳곳에는 미피의 생일을 축하하는 편지로 꾸며져 있었다. 사진처럼 편지가 가득 모여있어 그 따뜻한 마음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미피의 친구들과 이웃들 - 전시는 다양한 미피의 친구들과 이웃들을 소개해준다.
이전에는 자세히 본 적 없던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보고 읽으며, 미피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애정이 담겨있는 아이인지, 그리고 그런 아이가 우리에게 어떤 마음을 주고 싶은지를 느낄 수 있었다.
#추억들을 만나고 - 어릴 적에는 미피책이 유난히 커 보였다. 정사각형 모양이라 한 손에 딱 들어오지 않고 양손으로 쥐어야 해서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한 손으로 읽을 수 있을 만큼 성장했지만, 아직도 미피가 주는 한마디 한마디의 울림은 나를 또 성장하게 한다.
"미피는 실수 없이 잘 해냈어요."
#손으로 즐기는 미피 - 직접 당근을 뽑아볼 수 있는 체험존이었다. 눈으로 보고 읽고 지나가는 전시가 아니라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는 체험이 있어 좋았다. 어린아이들이 환하게 웃으며 당근을 뽑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미피가 바랬던 모습 아닐까란 생각도 하게 된다.
#미피와 할아버지 - 목수일을 하는 미피의 할아버지는 미피가 가장 좋아하는 빨간색 킥보드를 미피에서 만들어줄 정도록 미피에게 애정이 크다. 미피의 주변 인물들이 미피에게 주는 사랑을 엿볼 수 있는 그림이다.
#미피가 주는 일상 - 미피가 상품화되어 나오는 일상품들은 정말 많다. 위에 언급한 것부터 나의 어린 시절에도 미피가 빠지는 곳은 없었다. 미피와의 콜라보 상품처럼 미피가 그려진 상품들이 계속해서 사랑을 받는 이유는 미피가 가진 따뜻한 마음이 상품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더해서 그런 건 아닐 끼 생각하게 된다.
#숨겨진 편지들 - 전시장 곳곳에는 미피의 친구들과 이웃 그리고 가족들이 미피의 생일을 기념하여 미피에게 쓴 편지들이 숨어져 있다. 이런 편지들을 찾아서 보는 일은 마음을 따듯하게 하기 좋았다.
손으로 한 자 한 자 눌러써야 하는 편지가 가진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편지는 주고받는 사람 이외에도 그 행위 자체로 따뜻한 온기를 가져온다.
나의 소중한 아기 토끼 미피에게.
날이 화창하고 좋았던 날,
아빠와 엄마는 우연히 천사를 만났어.
천사는 우리에게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귀띔해 주었지. 그리고 며칠 뒤에 미피라는 작고 소중한 아기가 우리 곁으로 왔단다.
엄마가.
#다양한 공간의 향현 - 캠핑장, 잔디언덕등 미피에 등장하는 공간들을 재현한 곳들은 마치 미피 세계관 안에 들어와 그곳을 구경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미피와 우리들의 특별한 아지트 그리고 아늑한 공간이 새로 생긴 것이다.
#직접 참여하는 디지털 아트 - 화면에서 보리스가 좋아할 만한 것을 고르면 그게 그대로 벽에 비치는 미디어 아트에 반영되는 시스템이다. 처음에는 모르고 화면만 이리저리 만지다가 미디어 아트가 움직이길래 봤더니 내가 고르는 게 그대로 구현되어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 다양한 체험이 가능해 더욱 풍성한 전시이다.
#다양한 미피의 색을 모아 - 미피에는 미피를 구성하는 ‘딕 브루너 컬러’라는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 알게 되었다. 약간 단조롭지만 조화로운 원색으로 이루어진 미피의 컬러들은 색에 매우 까다로운 딕 브루너가 자신이 만든 색만을 미피에 사용한 것이다.
“빨강은 당신을 향해 다가오는 따뜻한 색”
“노랑은 앞으로 돌출되는 색으로, 빨강과 녹색이 따뜻한 것은 노랑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초록은 전하고 싶은 일을 전할 때 필요한 색”
“파랑은 쌀쌀하고 차가운 색, 당신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색. 두려움과 추위를 그릴 때 사용한다.”
“동물의 색, 회색”
“갈색은 땅과 자연의 색”
#딕 브루너는 - 미피를 그린 딕 브루너는 간결함의 미학을 이야기해왔다. 아이들을 위한 복잡한 마음이 아닌,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표현하려 노력한 따뜻한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미피에게 묻어 나온 것 같다.
#나와 함께 할 미피들 - 이번 전시 마지막에는 기프티샵도 준비되어 있어 다양한 미피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나 또한 작은 미피를 입양하여 앞으로의 길을 따뜻하게 할 함께 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미피를 기억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넓고 다양한 공간 구성이기에 친구들과 연인들과 특히 가족들과 함께 다양한 추억을 떠올리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오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