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출근길 버스에 일어난 일이다.
모두가 분주한 이른 아침, 버스가 도착예정시간을 훨씬 넘겼음에도 오지 않았다. 평소보다 10분 이상 지체되어 온 버스에 한 아주머니가 기사님에게 바쁜 아침에 이렇게 늦게 오면 어쩌냐며 역정을 내시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사님 또한 아주머니께 욕을 하시기 시작하며 큰 언쟁이 움직이는 버스 안에서 오고 갔고, 기사님이 무엇인가를 세게 두드림과 동시에 둔탁한 소리가 발생하며 싸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그 둔탁한 소리가 버스 내 기기의 고장의 원인이 되었던 것인지, 언쟁이 끝나고부터 버스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고 결국 버스는 고장이 났다. 버스 내 승객들은 모두 내려야만 했고, 다음 버스가 도착해 갈아타기까지 버스 기사님과 몇 어른들의 욕이 섞인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해가 미처 다 뜨지도 못한, 일과를 제대로 시작하기 전부터 각자의 입장만 내세우며 별 이득도 없는 싸움을 듣고 있으니 나까지 맥이 다 빠진 채로 어찌저찌 하루를 시작해야만 했다.
그 날 퇴근 후 친구와의 약속에 향하는 지하철은 조금 달랐다.
퇴근 시간이라 온 사람들이 다 붐비는 지하철에 유치원생에서 기껏해야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엄마와 함께 탔다. 많은 인파와 더불어 모두가 지칠 시간임에도 한 어른이 아이를 보자 자리를 비켜주셨다. 아이는 엄마의 눈치를 보더니 감사합니다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몇 정거장 후 한 어르신께서 탑승하셨는데, 팔이 바들바들 떨리시며 손잡이를 잡고 서계시기 힘든 상태로 보이셨다.
각자의 화면에 집중한 탓인지 모두가 지켜있는 탓인지 이 칸엔 어르신이 앉을 자리가 도무지 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아까 그 아이가 다시금 엄마 눈치를 보더니 어르신께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었다. 사람이 정말 많아 작은 몸으로 일어서있기 힘들다는 것을 본인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며 아무도 의무가 아니었던 양보를 종용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시금 되돌려주는 모습에 마음이 참 따뜻해졌다.
그날 밤 잠에 들기 전, 침대에 누워 하루를 되돌아 보니 아침, 저녁에 이런 일이 대중교통 내에서 같은 날에 발생하다니 하며 참 신기했다. 배려, 사랑, 사람의 힘을 실감할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사람이 늘 북적북적한 출퇴근길 대중교통처럼 세상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모두가 다르기에 전부 이해하기 어렵고, 그들이 내민 사랑의 형태도 당연히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서로가 내민 조그만 한 사랑이 모이며 결국 세상을 사랑으로 가득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이 각자의 형태로 빚어진 사랑으로 가득 차길 바라며, 요즘 나의 출퇴근길 플레이리스트에 꼭 담겨있는 노래의 한 소절과 함께 글을 마친다.
Make a wish everyone would be covered in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