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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2025년 기준으로 우리의 친구 미피가 70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이번 전시는 미피의 생일 축하 기념으로 미피의 마을과 삶에 대해 추억해보는 시간이다. 마을은 총 8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구역마다 미피의 일상과 삶 전반을 구경하는 기회가 된다. 이 모든 것들을 찬찬히 둘러보며 지난 시간 동안 왜 미피가 세대를 뛰어넘어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함께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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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미피는 단순하다. 동그란 눈과 엑스자 입으로 이루어진 미피의 모습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다. 혹여나 슬픈 일이 있을 때면 그 눈에 눈물 몇 방울만 추가될 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기에 연령대에 상관없이 이해하기도, 공감하기도 쉽다.


전시회는 미피 자체만이 아닌, 미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주변 인물과 풍경을 함께 묘사한 작품이 많다. 자칫 표정이 똑같거나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미피지만, 주변을 그림으로써 그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유추해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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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미피의 표정은 모두 똑같아 보이지만, 아이와 함께 하늘을 나는 미피도,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미피도 전부 행복해 보인다. 파란 하늘 아래 생기와 희망을 전달하고자 하는 미피의 모습이 그려진다. 미피의 작가인 ‘딕 브루너’에 따르면 ‘부모들은 책을 보고 너무 단순하다고 했지만, 아이들은 책을 집어 들고 부모님께 사달라고 애원했다.’라고 말했다. 무언가 어려운 개념을 단순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어렵듯이 인생의 다양한 감정들을 이렇게 간단하게 표현했음에도 공감과 친근함을 이끌어내는 것은 미피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다.


미피가 사랑받는 두 번째 이유는 여섯 가지 색을 이용해 미피의 감정과 주변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표정만으로 미피의 생각을 들여다보기 어려울 때 주변의 색을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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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주변의 사랑을 듬뿍 받거나 반가운 사람이 방문하고 너무 기쁠 때 미피의 배경은 빨강색이다. 반면 마음이 괴롭거나 삶에서 차가움을 느낄 때 미피의 주변은 파란색으로 그려진다. 이밖에도 학교나 교실, 텐트 등 미피가 안정감을 느끼는 실내는 노란빛으로 표현한다. 따뜻함을 나타내며 미피가 함께하는 이들과 즐거움을 얻을 때 주로 볼 수 있다.


살아가는 세상에서 옷 하나 고를 때도, 휴대전화의 배경을 바꿀 때도, 여러 디자인을 조합해야 할 때도 색깔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밝은색과 어두운색으로 슬픔과 기쁨을 나타내기도 하듯이 사회적 상징이나 이미지를 나타낼 때도 색은 핵심 역할을 한다. 그런 세상 속에서 다양한 색상으로 주변과 일상을 강조하는 미피는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귀여운 외형과 함께하는 여러 색상은 흔하게 나타나는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도 비슷하였기에 스스로의 감정과 색을 대입해보며 위로를 받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미피는 삶의 이상향의 표본이 된다. 전시회에 마련되어 있는 ‘꿈의 언덕’과 ‘햇살 정원’은 이상향의 세계를 가장 잘 나타낸 작품 중 하나이다. 미피의 아빠가 꽃에 물을 주고 강아지가 뛰어노는 정원은 넓은 자연과 어우러진 따뜻하고도 낭만적인 전원생활의 모습을 보여준다. 언제나 해야 할 일이 있고, 마무리해야 할 것들이 놓여있는 세상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은 어떤 고민도 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꿈의 언덕도 마찬가지다. 이곳이 반영된 그림책에서는 ‘미피가 구름 위에서 별을 던지며 논다’라는 표현이 사용된다. 행복한 기억을 추억하며 즐거운 것들을 상상하는 모습이 반영된 표현이다. 옆에는 관람객들이 직접 올라가볼 수 있는 언덕이 마련되어 있어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다소 어두운 배경 속 초록빛 언덕을 직접 올라가보며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에 체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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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미피와 주변 친구들은 항상 서로에게 친절하고 너그럽다. 곳곳에 놓여있는 편지는 미피에게 전하는 고마움과 따뜻함이 녹아 있다. 할 일이 많아 힘들어하는 이웃을 돕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우러져 노는 것 등에서도 모두와의 조화와 화합을 추구하는 미피의 모습을 느끼게 된다. 주변이 전하는 편지의 내용도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따뜻한 언어로 고마움과 기쁨을 전하는 편지의 내용에 마음이 저절로 흐뭇해진다. 


미피의 일상과 생일을 담은 전시다 보니 주변은 아이들로 가득했다. 내가 어릴 때도 미피는 유명했고 관련 물건과 인형도 항상 유행했었는데,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미피는 여전히 즐거움을 주는 존재라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다. 당시에도 미피는 너무 유명해서 미피의 입이 엑스자인 이유에 대한 괴담이 유명하기도 했었다. 그만큼 미피는 모두의 관심과 사랑 속에서 매년 생일을 맞이해왔다.


귀여운 그림을 그리며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을 텐데 작가의 안목과 상상력에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지나치게 세상을 낭만화하지도, 차가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지도 않고 그 경계를 적절히 지켜나가며 공감을 얻는 것이야말로 현실과 이상의 조화가 이루어진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벌써 70번째 생일을 맞아 오랜 시간 동안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미피지만, 세월이 계속 지나도 미피가 지금 모습 그대로 우리의 곁에 있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지금의 아이들이 자라나서도 언제나 미피를 추억하며 옛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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