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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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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오필리아', 존 에버렛 밀레이

 

 

마치 여성이 물에 잠겨 죽기 직전의 모습이나, 주변의 아름다운 꽃들은 모순적으로 느껴집니다.

 

이 그림은 '오필리아'라는 그림으로, 소설 '햄릿'의 여주인공 오필리아의 마지막 순간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존 에버렛 밀 레이가 그렸습니다. 천천히 물이 차오르는 긴 드레스에서 보듯 꽃을 상징적으로 활용해서 숨이 다하기 직전의 순간을 강조했습니다. 식물학자에 버금 갈 만큼 세밀하게 그린 식물들은 이 "불쌍한 여인"의 상황을 넌지시 알려주는데, 빅토리아 시대(영국 1837~1901년)에 널리 통용되었던 꽃말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장미는 아름다운 사랑을 말하고, 버드나무는 버려진 사랑을 뜻합니다. 또한, 어린 오필리아의 제비꽃 목걸이는 순결, 이른 죽음을 상징합니다."] - 책 '화가들의 꽃' 中

 

어린 오필리아의 품에 있는 꼿들 사이로 꺾인 장미 한 송이가 떠다닙니다. 이는 '5월의 장미'를 뜻하는데, 5월이면 장미가 아직 미처 다 피어나지 못한 시기로, 우리나라의 '새벽 달'과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그림 속에서 죽어가는 오필리아 곁에 있는 아름다운 꽃들은, 그 아름다운 자태만으로는 모순적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사실 꽃들이 모두 '버려진 사랑', '순결', '이른 죽음' '못 다 핀 꽃'이라는 슬픔의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는 작품의 주제와 부합하도록 어우러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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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 존 싱어 서전트

 

 

영국계 미국인 화가 존 싱어 서전트가 영국 코츠월즈에서 두 해 여름 동안 그린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 작품은 그의 경력에 전환점이 된 작품입니다.

 

존 싱어 서전트는 당시 '마담 x'라는 그림으로 큰 논란을 겪던 시기였습니다. 파리 살롱전에서 큰 논란을 겪은 존 싱어 서전트는 영국으로 피신해서, 버크셔의 템스강에서 보트를 타던 중 '황혼의 등불'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브로드웨이 마을에서 피신해 사는 동안 친해진 두 소녀에게 아름다운 등불을 들고 꽃들 사이에 서 줄 수 있겠냐고 부탁을 합니다. 두 소녀는 흔쾌히 몇 분간 등불을 들고 황혼 저녁 속에서 꽃들 사이에 서 있어 주었습니다. 2년에 걸쳐 완성한 이 그림 덕분에 존 싱어 서전트는 다시금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두 소녀의 순수함과 꽃들이 잘 어우러진 작품인 것 같습니다. 또한, 황혼이라는 햇빛이 거의 사라질 시간대와, 환하게 빛나기 시작하는 등불의 조화는 '빛'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아이디어였습니다. 덕분에 작품을 보는 대중들은 아름다운 색감을 누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오필리아'와 위 작품 '카네이션 백합 백합 장미'는 책 '화가들의 꽃'을 통해 알게 된 작품입니다. '화가들의 꽃'은 '내 마음을 훤히 밝히는 명화 속 꽃 이야기'라는 부제목을 가진 책으로, 꽃을 담은 여러 작품들을 모아두고 있어, 새로운 형태의 큐레이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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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진과 그림, 글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작가와 디자이너가 미적 감각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앵거스 하일랜드와 켄드라 윌슨으로 두 명 모두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작가였습니다. 앵거스 하일랜드는 영국의 왕립예술대학을 졸업 하고 현재는 디자인 회사 펜타그램의 공동 경영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디펜던트'가 선정한 영국의 10대 그래픽디자이너 중 한 명이며, D&AD 상을 비롯해 100개 이상의 상을 수상했고, '심볼', '보라색 책', '고양이 책' 등 13여 종과,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또한, 켄드라 윌슨은 '가든스 일러스트레이티드', '컨트리 라이프', '옵서버' 등의 세계적 원예 잡지에 참여했으며, '강아지 책', '감각을 위한 정원', '화가가 사랑한 나무들'을 썼습니다. 세계적 디자이너와 세계적 원예 전문가의 만남이라니, 이 책이 왜 아름답게 느껴졌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표지에 있는 그림은 앙리 마티스의 '노란색의 조화(Harmony in Yello, 1928)'라는 그림이었는데, 한승연 디자이너의 아이디어였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책 '화가들의 꽃'을 살펴보았습니다. 마치 '꽃'을 테마로 한 하나의 전시를 본 듯한 느낌이었기에, 미술 전시 관람이 취미이신 분들과 원예에 관심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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