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KakaoTalk_20250224_211744003.jpg

 

 

영화 <화이트 버드>는 불편한 다리를 가졌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는 소년 ‘줄리안’과 유대인 소녀 ‘사라’의 사랑 이야기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지 영화를 통해 그 관계성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관전 포인트 세 가지를 공개한다.

 

 


하나. 홀로코스트


 

그리스어로 ‘완전히 불탔다’라는 뜻을 가진 홀로코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나치 독일이 저지른 유대인 대학살을 의미한다. 이 영화에서는 시대적 배경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주인공 ‘사라’의 가족 역시 유대인 집안이다.


1940년 6월, 프랑스가 독일에게 항복하고 프랑스는 점령 지역과 자유 지역으로 나누어진다. 사라의 가족은 점령 지역에서 살지 않아 소소한 일상을 빼앗기진 않았지만, 정부가 반유대 법을 통과시키며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유대인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바탕이 되어 정부 당국은 유대인을 조직적으로 대량 학살한다.



KakaoTalk_20250224_211744003_01.jpg

 

 

학교는 사라가 유일하게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곳이었으나 이내 그곳도 유대인 혐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독일군이 유대인 학생들을 잡으러 오고 도망치던 학생들 대부분은 독일군이 끌고 온 트럭에 잡혀간다.


“유대인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히틀러의 주장대로 벽보와 영화, 라디오마저도 유대인을 인간적으로 비하하며 고정관념을 씌운다. 몇천 명의 유대인들이 체포되어 음식과 물도 없는 환경에 처하며 가족들을 분리 수용시킨다. 이에 사라의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뿔뿔이 흩어지게 된 사라의 가족은 서로의 행방을 모르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둘. 화이트 버드 (White Bird)


 

독일군의 시선을 피해 도망쳤지만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인 사라에게 ‘줄리안’이 눈앞에 나타난다. 그는 사라를 자신의 집 헛간에 숨겨준다.


줄리안은 소아마비를 앓고 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학급 친구들은 그의 이름조차 제대로 불러주지 않고 조롱했으며, 사라는 직접적으로 줄리안을 괴롭히진 않았으나 그의 편에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학교에서는 별 도움이 되어주지 않은 소녀. 반면 소녀의 현실에 공감하며 손을 내민 소년이 만났다. 유대인을 숨겼다는 이유로 줄리안과 그의 가족도 자유롭지는 못했다. 자연스레 세상 밖과 차단된 둘만의 공간이 생기는데, 영화는 이 공간에서 두 사람이 하는 것들을 아름답게 비추어준다. 소년과 소녀가 있는 곳은 차가운 헛간이지만, 이 둘이 함께하는 공간은 화려한 도시도, 꿈꾸던 세상과 사람이 있는 곳이 되기도 한다. 괴롭고 불안한 현실 속에서 그들은 서로로 인해 희망을 꿈꾸고 자유를 상상한다.



KakaoTalk_20250224_211744003_03.jpg

 

 

영화에서 자유와 희망의 상징이 되는 ‘화이트 버드’는 사라에게 분신 같은 것이다. 꿈을 꿀 때도, 불안함을 잊고자 노래를 부를 때도 항상 하얀 새가 나타난다. 사라의 생일 선물로 줄리안이 건넨 새 모양의 나무 조각 역시 사라가 늘 가지고 다닌다. 새는 언제나 자유롭게 하늘을 누비며 아주 아주 멀리 날아다닌다.


하얀 새는 두 사람에게 행복과도 같은 존재다. 사라는 줄리안의 아픔에 공감할 때 하얀 새의 노래를 부르며 그를 위로한다. 줄리안은 자유를 그리워하는 사라의 마음을 헤아리며 새 모양의 조각을 정성스레 빚어낸다. 사라의 생일날 처음으로 헛간에서 벗어난 두 사람은 달빛 속에서 반짝이는 숲길을 걷는다. 그곳에서 그들은 자유를 염원하고 서로의 우정과 사랑을 약속한다.


그날 밤은 수십 마리의 하얀 새가 두 사람을 하늘로 들어 올린다. 이들은 새에게 몸을 맡긴 채 훨훨 날아간다.

 

 


셋.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유대인 학살이라는 끔찍한 역사 앞에서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었던 건 군중심리다. 영화의 초반에 등장하는 사라의 학급은 군중심리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소아마비를 앓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줄리안을 따돌리는 몇몇에게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맞서는 이는 어느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영화는 다정함을 가지고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행위가 얼마나 용감한 일인지를 조명한다. 아끼는 공책을 주워준 줄리안에게 미소지으며 고마움을 표현해도 그를 향한 모욕적인 언사에는 고개를 돌리는 사라였지만, 한 개인을 넘어 한 가정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유대인 보호에는 줄리안 가족 모두가 한마음으로 사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영화는 대비되는 인물의 양상을 계속해서 보여주며 현재와도 연결되는 우리의 태도를 일깨운다. 유대인 학생들이 어디로 갔는지 발설하라는 말에도 입을 닫는 이가 있는가 하면, 굳이 창문을 열고 그들이 도망친 곳을 큰소리로 알려주는 학생이 있었다.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트럭에 몰아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두려워할 학생들을 지킬 책임이 있다며 자발적으로 차에 탑승하는 선생님의 모습도 보인다.

 

 

KakaoTalk_20250224_211744003_02.jpg

 

 

과거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서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은, 오늘날에도 쉽게 볼 수 있는 우리의 행동과도 연결되기 때문이었나. 모두가 동조하고 방관할 때 한 발짝 물러서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능력과 혼자서라도 목소리를 내는 것을 쉽게 할 수 있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시간이 흐르며 많은 것들이 잊히겠지만, 다정함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사라의 말은 그 따뜻한 겉면에 얼마나 단단한 형태가 자리 잡고 있는지를 짐작게 한다.


자유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온기 만은 마음 가득 피워낸 사라는 결국 가족과 재회하게 되었을까. 줄리안과 함께 그토록 원한 넓은 세상을 향해 날아가게 될까. 역사와 진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배워야 할까. 이 모든 것이 궁금하다면 올봄 극장에서 영화의 내용과 결말을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3월 12일 개봉이다.

 

 

 

KakaoTalk_20250224_212526213.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