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틱, 틱... 붐!>은 린마누엘 미란다 감독, 앤드류 가필드 주연의 뮤지컬 영화이다. 1990년 뉴욕,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는 조너선 라슨(이하 존)은 30살 생일을 앞두고 있다. 그는 8년간 뮤지컬 각본과 작곡에 매진하며, 뮤지컬계의 한 획을 그을 작품을 쓰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이 서른을 바라보고 있는 그에게 현실이 다가온다. 위태로운 삶 속에서 작곡을 이어나가지만, 존은 곡을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며 예술가로서의 삶을 계속해 나갈지 고민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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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라슨의 구성요소
존을 수식하는 많은 단어들이 있다. 그는 뮤지컬 작가이자 다이너의 웨이터이다. 또한 그의 곁에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함께 예술계에서 일하는 무용수 수잔이라는 연인, 오랜 시간 함께 동고동락한 친구인 마이클이다.
수잔은 부상으로 무용을 쉬면서 이전 만큼의 열정을 잃게 된다. 이후 좋은 조건에서 댄스 강사 제의를 받게 되자 존에게 함께 뉴욕을 떠날 것을 제안한다.
마이클은 광고 회사에서 돈 잘 버는 회사원이다. 그는 이전에 배우의 삶을 청산하고, 유망한 광고계로 전향했다. 그리고 돈 안되는 뮤지컬만 쓰다가 서른을 앞두게 된 존에게 좋은 면접 자리를 마련해준다.
존은 꿈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에게 소중한 것들이 오히려 그의 발목을 잡는다. 게다가 계속해 날라오는 전기세 독촉장, 그보다 더 큰 현실의 벽이 그를 더욱 몰아세운다.
틱, 틱… 붐! : 다가오는 마감기한(Deadline)
영어로 보니 마감기한의 어감이 더 매섭게 다가온다.
존은 오랜 수고 끝에 많은 인사들 앞에서 8년 간의 결과물, <슈퍼비아>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워크샵의 기한은 성큼성큼 다가온다. 그러나 밴드, 객석을 채워줄 제작사 패널, 심지어 가장 중요한 2막의 곡까지 무엇 하나 준비되지 않았다.
뮤지컬 뿐만 아니라 삶의 데드라인도 째깍째깍 소리를 내며 재촉한다. 수잔에게는 뉴욕을 떠나 함께 갈 것인지에 대해 답해야 하고, 갑작스럽게 병세가 악화된 친구 프레디도 보러 가야 한다. 곡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영화보다 영화 같은 삶
워크숍 전날까지도 뮤지컬에는 진전이 없다. 음표 하나 없는 백지를 바라보며 숨을 몰아 쉬고, 마음을 가다듬은 그 순간.
툭, 집의 전기가 나간다.
존은 그제서야 몇 번이고 날라왔던 전기세 미납 독촉장을 떠올린다. 관리자에게 전화를 해 상황을 설명해보지만, 시간을 계속 흐르고 있다. 정신 없는 상황에서 존이 떠올린 것은 ‘수영’이다. 그는 무작정 수영장에 뛰어들었다. 마침내 물 속에서 악상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이후 집에 도착한 그는 종이에 악보를 거침없이 그려나갔고, 워크샵을 1시간 앞둔 시점에서 배우에게 전달하게 된다.
워크숍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공연 계약은 무산된다. 존의 작품이 브로드웨이의 작품성과는 결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결과에 존은 크게 낙심한다. 그러나 그의 성과는 기대한 바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인정받게 된다. 뮤지컬 계의 저명한 인사 스티븐 손드하임이 그에게 연락을 해온 것이다. 조너선 라슨의 삶을 자전적으로 그려낸 <틱, 틱... 붐!>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Time keeps taking. Tick, tick…
밤을 새워가며 치열하게 살았던 대학시절의 나에게 <틱, 틱… 붐!>은 백 마디 말 보다 큰 위로이며, 응원이었다. 모두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에 결국 하나도 제대로 해내지 못해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내가 나 자신에게 가장 많이 실망했다. 서툰 20대 초반의 대학생은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랐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성공담보다 실패담에 가깝기 때문이다. 불안해서 무작정 직진하기 바빴던 그 시절의 나처럼 말이다.
You need to ask yourself, Are you letting yourself be led by fear or by love?
- 너 자신에게 물어봐, 넌 두려움에 휩쓸리고 있는 거야, 아니면 사랑을 따르고 있는 거야?
삶의 우선순위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존에게 마이클은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존이 대답한다.
Fear! A hundred percent of fear.
- 두려움이지, 완전 두려움이라고.
때로는 목표를 상실한 채 두려움을 동력 삼아 나아갈 때가 있다. 직진도 후진도 못한 채 주저하게 되는 날도 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실수를 봐주지 않는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지, 멈춰서야 할 지, 물러나야 할 지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당신의 주저함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