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잠길 수 있을만한 노래들을 좋아한다.
가사 있는 노래가 아닌 들으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만한 가사 없는 음악.
음식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나 멀리서 기차가 오는 소리, 어릴 적 게임에서 흘러나오던 효과음이나 배경음 소리, 새소리나 쨍하지 않은 편안한 악기 소리가 섞인 배경음을 좋아해서 7시간 반복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틀 때가 많다.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이 플레이리스트는 선물 같은 알맹이가 들어 있는 음악 포장지라는 것이다. 알맹이는 댓글에 적어둔 사람들의 이야기다. 무언가를 보면 누군가가 생각나고 향, 습관, 인물, 단어 하나에도 기억나는 무언의 것들이 있다. 누군가는 과거에 얽매이지 말라 하지만 그럼에도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은 모든 시절의 나의 순간을 애틋하고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거다.
물론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슬프고 속상했던 모든 기억과 감정들은 그 순간으로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그저 당시의 감정만을 힘 없이 내뱉어내는 추억으로 그려진다. 할 수 있는 게 없는 과거일 뿐이라서, 후회는 하지 않지만 흐림 처리가 되어 없어지지 않는 기억을 떠올리기만 한다. 기쁨보단 슬픔이 오히려 더 또렷하게 단어 하나, 행동 하나까지 기억나는 것 같다.
8년이 지나 그 사람이 없는데도 그 공간을 지나가면 그때의 시린 기억이 생각나고 또 그 사람이 없는데도 문득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을 보면 그때의 내가 보여 12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간 속에도 모든 순간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과거를 좋아한다. 행복했던 날들도 많아서. 나른한 햇살 아래 누워 바삭한 책 향기를 맡은 기억, 자주 가족들과 여행을 다녔던 기억은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기억이다. 친구들과 여러 위로를 주고받던 날들. 이외에도 매일 일어나는 작은 행복들도 다 잘 숙성되어 호박색 빛이 나는 투명한 꿀 같다. 썩지 않고 아주 오래 남은 달콤한 기억들.
모두가 각자의 삶 속에 서사가 있고 다양한 희로애락이 있겠지만 사람들은 과거를 그리워한다.
18살이 되는 누군가가 나이를 먹는 게 무섭다고 했다. 자신은 어릴 적 동물 인형을 안고 자는 어린 아기였으며 때로 그 젊음이 그립다고 했다. 그러자 31살인 누군가가 18살의 젊음에 대한 그리움에 공감했다. 어른이 되어 어린 나와 작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많은 책임이 따르는 것에 대한 부담을 말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어린 시절의 멋진 기억들을 더 많이 간직할 수 있다는 위로를 해줬다. 누군가는 28살에 젊음과 과거를 그리워하고 30살에 누군가는 우리는 시간이 지나 변한 것일 뿐이고, 그저 자란 아이일 뿐이라며 마음속의 나의 아이와 작별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25살의 나는 나의 젊음을 그리워한다.
누구에게나 돌아가고 싶은 젊음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과거의 순수했던 나를 그리워하고 미래에는 다시 순수했던 지금의 나를 그리워할 것이다. 지금이 가장 좋을 때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에 더 애틋하고 소중했던 과거를, 지금도 과거가 되고 있는 현재를 오래도록 그리워하고 싶다.
끝이 없는 미래는 없고 젊음도 한순간이며 결국 시간이 정해져있는 삶은 유한해서 과거를 그리워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돌아보면 삶 자체가 봄날의 꿈이겠지.
매번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생각하지만 답은 없는 것 같다.
그냥 훨훨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