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이 오고 나서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영화 '메모리'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받은 상처에 대한 치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과 사람은 결코 혼자서 살 수 없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닫게 해준 영화이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나는 사람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1인 근무를 한다고 해도 거래처, 손님과 대면하면서 일을 '같이'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관계'라는 것을 내가 살아가면서 계속 경험할 수밖에 없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마주할 수밖에 없는 part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영화 속에서도 '관계'가 눈에 띄었다. 실비아와 여동생, 엄마와의 관계. 실비아와 딸의 관계, 실비아와 사울의 관계, 실비아와 사울의 가족과의 관계, 사울과 그의 가족과의 관계 등 실비아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치유받기도 한다.
내가 재미있었던 관계는 실비아와 딸의 관계이다. 실비아는 딸을 통제한다. 딸의 필통을 뒤져보기도 하고 남자친구 만나는 것을 반대하고 사촌과 파티에 가는 것 또한 막는다. 하지만 영화를 볼수록 실비아가 저렇게 딸을 통제하는 이유도 이해를 할 수 있고 딸이 실비아를 위로해 주면서 엄마를 지켜주는 모습이 나온다.
그렇게 나와 엄마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떠올려 본다. 지금도 엄마는 나보다 엄청 강한 사람이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가 엄마를 챙기는 부분도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내가 든든하게 의지하고 믿는 사람이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엄마를 도와주고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도 한 적이 있는데 실비아와 딸의 관계도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실비아와 사울의 관계는 우연한 만이 되고 자연스럽게 시작된 관계였고 실비아의 상처를 이해하고 다독여주는 사울이 있기에 실비아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냉정한 현실 사회에서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두려움보다는 든든함과 용기가 생기는 것 같다. 실비아도 그것을 느낀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또 사울과 실비아의 딸과의 관계가 마지막에 인상 깊었는데 사울이 울면서 힘들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어른이 아닌 아이처럼 느껴졌다. 남녀노소, 연령대 상관없이 감정을 솔직하게 보여준다면 어른도 참 순수하게 보일 수 있구나 싶었다.
이렇게 인물들의 관계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또 하나는 마음의 상처는 살면서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상처를 위해 연고를 발라주거나 치유를 하는 행위가 분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클수록 더욱 고통받고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실비아는 어린 시절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못해 술에 의존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상처를 준 아빠, 그 사실을 외면한 엄마에게 받았던 상처는 감히 상상도 못할 정도로 아팠을 것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상처를 받더라도 치유와 회복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사실 나는 이 영화가 중년의 남녀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단순한 스토리를 생각했는데 그 스토리 안에서 관계, 상처, 치유와 같은 부분들을 볼 수 있어서 더 재미있게 봤다. 그런 부분이 일상을 살아가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흥미가 더 있었던 것도 있다.
영화 '메모리'처럼 올해 더 다양한 영화를 보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다시금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