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금을 살아가는 연인의 사랑 이야기 – 영화 메모리

영화 “메모리” 관람 후기
글 입력 2025.01.22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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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맛있는 식당을 가거나, 경치가 좋은 자연 속에서 혹은 좋아하는 가수가 노래하는 공연장에서 사람들은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밀곤 한다. 기억은 언젠가 희미해져 가기에, 그 순간과 대상을 생생한 모습으로 기록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카메라에 시각과 경험을 위임하면서 현재의 감각을 온전히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

 

만약, 실시간으로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에 걸린다면 사라져가는 과거보다 현재에 더욱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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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프랑코 감독의 영화 “메모리”는 어릴 적 성폭력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실비아와 치매로 기억을 잃고 있는 사울의 이야기를 다룬다. 실비아는 고교 동창 파티에서 사울을 만나게 된다. 작은 사건들 이후, 실비아는 사울을 간호해주게 되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둘은 대조되는 운명에 처해있다.

 

실비아는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당했으나, 당시 폭력적인 어머니의 함구와 그런 어머니를 두려워했던 동생으로 인해 숨겨져 왔다. 그녀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가슴에 한 켠에 묻어둔 채 살아왔다.

 

반면, 사울은 치매에 걸려 기억이 실시간으로 사라지며, 최근 일일수록 기억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그의 형제는 사울을 걱정하면서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사울을 구속하며 다른 활동들을 제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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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의 만남으로 실비아는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사울도 사라져가는 과거와 불안정한 미래 사이의 방황을 멈추고 하나의 지향점을 찾게 되었다.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은 서로에게 자유를 가져다준 셈이다.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억압되었던 자신을 찾아내었다. 그것이 이루어진 곳은 자신을 붙들어 매는 과거나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미래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 존재하고 그 마음을 느끼는 현재였다.

 

영화에선 OST가 거의 들어가지 않아 두 인물의 이야기를 포착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카메라 구도와 화면 역시 인물에 포커스를 두고 담백하게 담아냈다. 그럼에도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는 관객에게 다양하고 깊은 감정을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실비아가 모든 가족이 모인 곳에서 그동안 쌓아왔던 분노와 억울함, 슬픔을 쏟아낸 장면과, 사울이 실비아의 딸을 만나 감금된 자신의 상황을 울먹이며 토로하는 장면은 각 인물들에 대해 공감하고 몰입하도록 만들었다.


이같은 배우들의 출중한 연기를 바탕으로 영화 “메모리”는 상처를 지닌 두 남녀가 사랑하며 치유되는 서사를 통해 지금, 여기의 경험이 주는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인 것임도 말이다.

 

 

[정충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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