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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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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현실, 이 둘이 하나로 이어진다면 참 좋으련만 우리는 언젠가, 그리고 꽤나 자주 둘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젊음이란 이름으로, 청춘을 방패 삼아 마냥 꿈을 좇을 수 있는 것도 잠깐이다. 벌이 없이 꿈을 좇다 보면 매달 나가야 할 월세와 관리비, 그리고 꿈을 위해 들여야 하는 투자 비용들, 주변 사람의 시선까지 여러 현실의 벽을 마주하게 된다.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언제 눈앞에 등장할지 모르는 오아시스처럼 기약 없이 유보된다. 이 불확실성 속에서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스스로를 의심한다.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눈이 반짝이던 사람들의 불빛이 희미해지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coex 신한카드 artium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틱틱붐>은 뮤지컬 <렌트>로 유명세를 얻게 된 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틱틱붐>은 조나단 라슨의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세상에 공개되지 않고 묻힐 뻔한 공연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워크숍을 통해 1인 극 모놀로그로 선보였으나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묻혔다가 친구들의 노력으로 2001년 재정비되어 빛을 보게 되었다. 오늘날의 공연은 비록 다른 사람들의 손을 타고 재구성된 모습일 테지만 그의 또 다른 작품인 <렌트>와 상당히 비슷한 에너지를 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유명세를 얻기 전 낮에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에는 작곡에 매진했던 조나단 라슨 개인의 인생을 담은 이야기이지만, 이는 여전히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닮았다.

 

긴장되고 불안한 순간마다 틱,, 틱,,, 하고 시계 초침이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는 주인공 존의 독백으로 시작하는 공연은 내내 솔직하고 생동감 있다. 치열하게 노력하지만 명확한 성과가 눈앞에 보이지 않을 때, 반면 누군가는 현실이라는 길을 선택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선택의 기로 앞에 서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런 존의 모습을 보며 공감과 위로를 얻을 것이다.

 

공연장 가운데에 놓여 있는 거대한 구조물은 어렸을 적 학교 운동장에서 보았던 정글짐을 연상케 한다. 이 구조물은 때로는 존의 아파트가 되고, 때로는 존이 일하는 식당, 때로는 마이클이 근무하고 있는 집과 회사가 되기도 한다. 거대한 구조물이 회전함에 따라 제한된 공간 안에서도 꽤나 다채로운 무대 연출을 선보인다.

 

그 안에서 존은 곡이 떠오르지 않아 골머리를 앓기도 하고, 여자친구 수잔과 절친 마이클의 이야기에 꿈을 포기하고 현실을 마주할까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꿋꿋이 워크숍을 올리곤, 30살 생일을 맞이하는 존의 이야기는 대게 배우의 독백과 뮤지컬 넘버를 통해 전달된다. 화려한 무대 연출이나 압도적인 퍼포먼스 없이 대사와 넘버에만 의존하는 극인만큼 배우의 역량이 극 전체를 좌우하는 유형이다.

 

 

[2024뮤지컬틱틱붐] 존(장지후), 수잔(김수하), 마이클(김대웅), 앙상블 (2).jpg


 

그러나 존 역할을 맡은 장지후 배우를 비롯한 여러 배우들은 인터미션도 없이 120분을 꽉 채운 압도적인 분량의 대사와 넘버를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그 덕분에 오히려 120분이나 흘렀음을 느낄 새도 없이 존의 감정에 몰입해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여자친구 수잔 역을 소화한 민아 또한 놀라운 연기력을 뽐냈다. 대형 뮤지컬과 달리 인원이 적은 만큼 한 명의 배우가 다양한 역할을 선보여야 하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민아가 천연덕스럽고 능숙하게 여러 역할을 연기해낸 덕분에 공연이 늘어질 수 있는 순간에도 재미가 더해졌다.

 

극 전반의 줄거리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싶다. 꽤나 단순한 줄거리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치열하게 부딪히고 좌절하는 존의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공연이라 자부한다.

 

공연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지만 선택의 기로에서 힘들어할 때 힘과 용기가 되어주었던 문장을 함께 공유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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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에 위치한 작은 바 <책바>에 걸려있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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