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에 받았던 마음을 에세이를 통해 돌이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사람을 만나고 어떻게 하는 것이 마음을 주고받는 것인지를 생각해 봤을 때 나는 말 한마디, 카카오톡 한 문장으로도 충분히 주고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쁜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해주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늘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고 많은 마음들 중 이 에세이에 적을 3가지는 사람의 인연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를 알려줬던 것들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2024년을 정말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기록하고 싶어졌다.
우선 첫 번째.
사진 속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나의 2024년 단골 고객님이 선물로 준 것이다. 이 고객님은 작년 초봄에 우리 가게에 방문을 하셨는데 스몰토크를 시작으로 이제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된 고객님이다. 임신 준비 기간의 위로, 임신 후 태교를 우리 매장 꽃으로 하셨는데 짧은 대화 속에서 서로를 응원하는 말 한마디가 있었고 각자의 과거 있었던 일을 공유하고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그런 소중한 고객님이 연말 선물로 이 다이어리를 주셨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마침 그때 내가 연말 다이어리를 주문하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뒀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를 위해 대만에서 직구를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놀랐다.
물건의 가치보다는 나를 생각하는 마음, 내가 고객님을 소중하게 생각하듯 고객님도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그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창업을 하면서 혼자 일을 하면서 이제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준 그 마음이 참으로 감사하다. 그래서 이 다이어리가 나에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이 그림은 작년에 사귄 스페인 친구가 직접 그려준 그림이다. 이 친구도 사실 2023년에 아내 꽃을 사러 손님으로 왔던 고객님이었는데 작년에 가게에 다시 오면서 친구가 됐다. 연말에 이 친구네 집에서 크리스마스 홈 파티를 했는데 스페인 문화에 대해서도 알게 됐고 친구 아내분도 소개를 받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재밌는 시간이었다.
한국어,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 제한적인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친구가 됐다는 건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렇게 큰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준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기에 참 고마웠다. 살짝 어안이 벙벙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나는 친구들에게 그림을 잘 그려줬는데 다 커서 누가 그려준 그림을 선물받는다는 건 예상 밖이라 더 놀라기도 했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세 번째.
이 편지는 22살에 대학교에서 만난 나의 10년 지기 친구가 써 준 편지이다. 나는 이 친구의 한결같은 마음을 받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글쓰기와 책을 좋아하던 친구는 어느덧 출판사의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데 매년 편지를 써준다. 생일, 연말, 일상에서 수없이 그 친구의 편지를 받았고 나 역시 편지를 쓰지만 이 친구사 써 준 편지의 숫자보다 턱없이 부족하기에 이 친구의 마음을 더 많이 받는다고 생각할 때도 있곤 하다.
나이를 먹고, 환경이 바뀌고 사람은 계속해서 변하는데 이 친구의 마음을 계속 받을 수 있어서 고맙다. 함께 방글라데시로 봉사를 갔던 게 벌써 9년 전이고, 어색하고 서로를 알아가던 시간이 지나 이제는 언제 만나도 어색하지 않은 친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예전에는 어떤 마음을 받으면 나도 무언가를 '더' 해줘야 할 것 같고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작년에 사람들의 마음을 온전히 받기 시작하면서 안정감이 느껴졌다. 내 스스로가 많이 단단해졌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글로 적은 마음들 외에 내가 만났던 사람들, 대화를 나눈 시간들, 문장 하나하나 다 마음을 받았다. 감사하다는 말이 제일 내 진심을 표현하는 말인 것 같다.
나는 꽃집을 오픈 한 이후로는 꽃으로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있다. 생명력이 넘치는 예쁜 꽃들을 보면서 주변 사람들의 일상에 소소한 기쁨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내 마음을 꽃으로 더 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과 마음을 주고 받으면서 따뜻한 2025년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