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아트인사이트에게
문화예술은 '소통'입니다.

칼럼·에세이

 

 

[TTB]main.jpg

 

 

뮤지컬 <렌트>를 제작한 조나단 라슨의 또 다른 작품인 뮤지컬 <틱틱붐>은 막 서른 살이 된 조나단 라슨이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곡가로의 꿈을 키우며 낮에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는 창작에 매진하던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틱틱붐>은 워크숍 당시 1인극으로 조나단 라슨이 직접 출연하며 락 모놀로그를 선보였지만, 조나단 라슨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빛을 보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이후 친구들의 노력으로 3인극으로 재정비되어 오프 브로드웨이 뉴욕 제인스트리트 극장에서 선보일 수 있었다.

 

 

[크기변환][2024뮤지컬틱틱붐] 존(배두훈), 수잔(김수하), 마이클(양희준), 앙상블.jpg

 

 

2024년에 새롭게 돌아온 <틱틱붐>은 무대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자 했다.

 

먼저 번역가 황석희와 연출 이지영이 원작의 메시지에 집중하여 새롭게 대본과 가사를 작업했다. 그뿐만 아니라 본디 3인극으로 등장인물이 1인 다역을 수행했는데, 이번 공연에서도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존, 마이클 그리고 수잔 역을 맡은 3명의 배우가 1인 다역을 수행하지만 5명의 앙상블을 투입시켜 더욱 풍부한 음악과 몰입감 있는 스토리를 전개했다.

 

더불어 공연장에 들어가면 거대한 정글짐이 무대 중앙에 놓여있다. 이 정글짐은 회전하며 존의 집, 아르바이트하는 식당, 마이클의 집과 회사 등 다양한 공간을 입체적이고 리드미컬하게 보여준다.

 

이 공간은 조명과 영상을 통해 인물의 섬세한 감정 변화와 심리를 극대화해서 전달한다.

 

 

[크기변환][2024뮤지컬틱틱붐] 존(배두훈).jpg

 

 

<틱틱붐>을 보면서 느낀 감정은 무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을 만큼 복합적이고 어지러웠다.

 

이제 막 서른이 되는 생일을 앞두고 있는 존은 곧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20대 학생, 취업 준비로 고달픈 청년, 이직과 퇴사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는 30대, 꿈이 있지만 비전이 없는 현실에 막막한 특정 분야 종사자들까지 모두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음악을 포기하지 않고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성공하고 싶은 존은 서른이 되도록 그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어릴 적 꿈을 내려놓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간다. '진작 꿈을 포기한 친구들은 잘 먹고 잘 사는데 나도 포기해야 하나?' 점점 위축되어가지만 그럼에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틱틱붐>은 존의 꿈을 향한 희망과 갈등 그리고 중간중간 일상을 살면서 드문드문 찾아오는 어이없고 웃긴 에피소드가 숨어있다.

 

요즘 시대에 서른도 충분히 어린 나이라고 하나 정작 그 나이를 앞두고 있는 많은 20대 그리고 갓 서른이 된 청년들은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렇다 할 직장이나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지도 못했고, 당장 뭘 해야 할 지 모르겠고,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하면 녹록지 않은 현실적인 문제에 맞서야만 한다.

 

대단한 일을 실행할 배포는 없지만 남들 앞에서 위축되지 않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지 않겠는가. 음악의 꿈을 포기하고 취직한 마이클도, 대도시가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무용수의 삶을 살고 있는 수잔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존도 모두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이 뮤지컬을 보고 난 뒤에 내가 대단한 무언가를 깨달은 것이 아니다.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게 되더라도 그 삶은 결코 실패한 삶이 될 수 없다. 설령 존이 끝내 작곡가로서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존의 인생은 실패했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우리는 이 세상에서 영문도 모른 채 태어나서 어떻게든 삶을 영위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던 결과적으로 우리는 모두 한 번 '잘' 살아보기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 역시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막막하지만 잘 살아보기 위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려고 한다.

 

 

 

아트인사이트 태그.jpg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