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틱틱붐'이 우리에게 주는 응원

자기 자신에 기반한 내면의 극복
글 입력 2025.01.1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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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기 며칠 전,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일 년은 이렇게나 빨리 흘러가는데 왜 내 모습은 그대로인 걸까?’

 

다가올 새해에도 나에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난 영원히 이렇게 살 것만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의 내 모습이 아닌, 내가 바라는 미래의 어떤 내 모습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TTB]main.jpg

 

 

<틱틱붐>의 주인공 ‘존’은 자신의 서른 살 생일을 단 일주일 남겨두고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한다.

 

그는 바랐던 꿈도, 특별한 성공도 이뤄내지 못한 채 서른을 맞이하는 것을 불안해 하고 있다. 젊은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을 만한 (혹은 상상해 볼 만한) 끝없는 불안의 파도 속에 휘말린 그는 뉴욕 소호의 작은 집에서 5년 째 락 뮤지컬을 쓰고 있는 작곡가이자, <틱틱붐>을 만든 조나단 라슨 그 자신이다.


작품의 제목인 <틱틱붐>은 그의 내면에 있는 불안을 형상화한 소리이다. 그의 머리 속에서는 끝없이 틱, 틱, 틱 하는 소리가 퍼지고 그 시계가 조만간 ‘붐!’ 소리를 내며 터질 것처럼 ‘존’의 마음 속은 위태롭다.

 

‘존’은 나름대로 불안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친구인 ‘마이클’의 현실적인 조언을 받아들여 회사에서 일을 해보기도 하고, 연인인 ‘수잔’이 뉴욕을 떠나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는 것을 말려도 보지만, 결국 그가 원하는 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존’은 자신이 준비하던 작품의 워크숍을 올린다.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 ‘카레사’의 넘버 ‘Come to Your Senses’가 극장에 울려 퍼질 때, ‘존’은 그것을 함께 따라 부르며 눈물을 보인다. 그때 ‘존’은 알았을 것이다. 자신의 성공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이뤄 냈을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남들의 기준에 맞추어 넓은 집, 좋은 차를 갖는 것이 결코 자신의 성공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마음의 눈을 떠

네 안에 쳐진 벽은

진짜가 아니야, 넌 알잖아

모든 게 시작되던 순간

순수했던 너와 나

그땐 오직 너와 나


‘Come to Your Senses’ 중에서

 

 

하지만 워크숍 후에도 그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훌륭한 작품임에는 틀림 없다는 것을 인정 받았지만, 콘셉트가 난해한 그의 뮤지컬을 극장에 올려줄 제작자는 없을 것이라는 프로듀서의 말에 그는 또 다시 좌절한다. 그리고 마침내 서른 살 생일을 맞이한다.


그래도 친구들의 축하 덕에 즐거운 하루를 보내던 중 ‘존’은 드디어 자신의 작품을 인정해준 제작자의 연락을 받고, 친구들 앞에서 자신을 위한 생일 축하 노래를 연주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그의 머리 속에서 ‘틱, 틱, 붐’ 소리는 사라지고, 서른 이후의 삶, 그러니까 자기 앞에 펼쳐진 또 다른 시간 속에서 여전히 꿈을 꾸기로 다짐한다.

 

 

[2024뮤지컬틱틱붐] 존(장지후), 수잔(김수하), 마이클(김대웅), 앙상블 (2).jpg

 

 

이러한 결말은 조나단 라슨 자신의 끝 없는 불안과 치열한 고민 끝에 마주한 결론이자,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청춘들을 향한 소박한 응원으로 받아 들여진다. 끊임 없이 고민한 문제의 답이 결국 자기 자신에게 만족스러울 수 있는 ‘나’를 만드는 것이며, 이는 라슨의 시대를 넘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그래서 <틱틱붐>은 어쩌면 라슨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자 응원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틱틱붐>은 조나단 라슨의 걸작 <렌트>를 사랑하는 ‘렌트헤즈’라면 반드시 봐야할 작품이다. <렌트>가 우리에게 주는 응원이 사랑과 우정에 기반한 공동체의 회복이라면, <틱틱붐>이 우리에게 주는 응원은 자기 자신에 기반한 내면의 극복이다. 직접적으로 <렌트>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와 연출도 눈에 띈다. ‘넌 나의 기사, 난 너의 여왕’이라는 가사는 ‘I’ll Cover You’를 부르는 ‘엔젤’과 ‘콜린’을 떠올리게 하고, ‘존’에게 오는 보이스 메일은 <렌트>에서도 자주 등장했던 장치다. ‘존’이 생일 날 받은 메시지 중 하나가 <렌트>의 가장 최근 시즌에서 ‘마크’ 역을 맡았던 배우의 목소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엔 정말 반가웠다.


실제로 <렌트>는 <틱틱붐>을 쓰고 있던 조나단 라슨이 에이즈로 죽어 가는 친구들을 보고 조금 더 사회적인 문제와 맞닿은 작품을 써야겠다 다짐하여 쓰게 된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 작품 간의 연관성이 더 와닿을 것이다.

 

 

[2024뮤지컬틱틱붐] 존(배두훈), 수잔(김수하), 마이클(양희준), 앙상블.jpg

 

 

우리 안의 ‘틱, 틱, 붐!’ 소리를 평생 지우고 살 수는 없더라도, 그 소리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를 믿는 태도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안겨주는 작품이었다. 특히 시대 속에서 자신을 지키며 꿋꿋하게 살아가야 하는 청춘들에게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장연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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