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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새해에 대한 어떠한 기대감을 적어 내리기 전에, 작년 나는 어떠한 예술과 함께 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려 한다. 작년에 본 공연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당연 루시의 콘서트이다.

 

루시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었다. 친언니가 루시를 좋아했고, 나도 그 옆에서 음악을 같이 듣는 정도였다. 루시의 콘서트 역시 일 때문에 루시콘서트에 가지 못하는 언니를 대신해 ‘나라도 갔다 와서 후기 이야기 해줄게!’라는 마음이었다. 이 작은 마음이 나의 한해의 울림이 되었다.

 

밴드세션을 두는 공연을 몇 번 보기는 했지만, 완전한 ‘밴드’ 공연을 본 것은 이번 루시 콘서트가 처음이었다. 때문에 진짜 밴드공연은 어떨까라는 기대가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심장을 울리는 소리에 기대라는 것을 생각할 머릿속의 공간도 없었다. 그냥 내 심장의 울림에 반응하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고, 해야 할 전부였다.

   

 

 

#루시의 소리 




 

 

루시는 바이올린이 있는 밴드이다. 바이올린,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루시가 내는 소리는 꽃잎이 아름답게 떨어지는데, 그 꽃잎이 마치 총알 같은 힘을 가지고 있는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악기들에서 내는 소리 하나하나가 살랑살랑 아름다운데, 그 아름다움이 가진 힘이 정말 강하게 다가온다.

 

영상에 나오는 노래는 [낙화]이다. 꽃을 이야기하는 루시의 소리로 들려주는 [낙화]는 가사를 눈앞에 펼쳐주는 곡이었다. 바이올린을 켜는 몸짓, 드럼을 울리는 움직임, 기타와 베이스를 유영하는 손이 모여 가사의 내용을 그대로 내 눈앞에 펼쳐 주었다.

 

바람아 네가 보여준 이 세상은

꽃잎들이 모여 세상을 밝히더라

 

무대 연출 효과로 하늘에서 살랑살랑 떨어지던 꽃잎과 함께 루시의 음악은 그림이 되어 내 눈앞에 다가왔다. 살랑살랑 바람을 타고 떨어지는 꽃잎들은 그대로 나에게 루시라는 세상을 보여주었다. 루시는 어쩌면 음악으로 그리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시의 연출


 

 

 

루시콘서트를 보며 감정을 섬세하게 건드리는 연출이라는 생각을 했다. 노래 분위기와 가사에 맞춰 끝없이 흩날리는 꽃잎은 기본이고, VCR을 통해 곡의 이야기를 펼쳐주고, 조명과 음향 효과로 무대를 기대하게 하는 등, 그저 멋있고 강력한 연출이 아닌 ‘루시’를 담은 무대 연출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루시의 응원


 

 

 

루시가 밴드라서 그런지 팬들의 응원도 대단했다. 가사를 따라 부르는 것을 넘어 정해진 타이밍에 다 같이 부르고, 율동을 하는 등 기존 아이돌 콘서트에서는 볼 수 없던 ‘밴드만의 응원 문화’를 볼 수 있었다.

 

해당 영상을 보면 내가 말하는 응원이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들 연습이라도 해온 것처럼 정해진 때에, 정해진 박자에, 정해진 행동을 한다. 2층 객석의 시야에서 본 공연장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멤버를 보기 위해 무대만을 보는 것이 아닌, 다 같이 뛰어놀고 음악을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이 ‘진짜 공연’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었다.

 

 

 

#루시의 접근


 

이날 루시의 공연은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360도 공연으로 진행되었다. 밴드가 360도를 전부 사용하는 공연을 한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아서, 공연 전까지 걱정을 많이 했다. 공연 구조물로 인해 내 시야에 반대편에 있는 멤버가 보이지 않는 순간도 있었지만, 멤버들이 최선을 다해 계속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모습과, 가운데 위치한 드럼이 계속해서 회전하는 모습을 보며 360도 공연을 통해 무작정 많은 관객을 확보하려 한 것이 아닌, 다양한 모습을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려 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멤버들이 한 자리에만 위치한 것이 아니라 무대 곳곳을 돌아다녔고, 베이스를 담당하는 조원상의 경우 마이크를 돌출로 빼 팬들에게 더 많은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였다. 360도 공연이 많은 관객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다양한 노력을 한 루시의 모습을 보며 어쩌면 360도 공연이 좋은 장점을 가진 공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루시


 

 

 

마지막으로, 올해도 루시의 공연으로 울림을 채우고 싶은 사람으로서 가장 좋아하는 루시의 곡을 추천하자면 [개화]를 추천한다. 경쾌한 바이올린 소리로 시작되는 노래는, 꽃잎이 살랑거리는 소리이지만, 총알처럼 강한 힘을 가진 루시의 소리가 그대로 가득 담긴 곡이다.

 

바람아 내게 봄을 데려와 줘

벚꽃 잎이 흩날리듯이

시간아 나의 봄에 스며들어

점점 더 더 더

 

우리 주변의 자연을 그대로 가사에 녹여내는 루시의 노래를 들으며 길을 걸으면 온 세상이 루시의 노래로 가득 찬다. 살랑이는 바람이 나에게 봄을 데려오는 것 같고, 흩날리는 꽃들이 나를 봄에 안착시킨다.

 

꽃이 핀다는 의미를 가진 ‘개화’를 들으며 올 한 해 우리들의 마음에도, 그리고 이 세상에도 아름다운 꽃이 피기를 기원한다.

 

 

 

에디터_차윤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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