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무엇을 보고 있니?"
우리의 시선 안에 온전히 한 가지의 대상만을 담기는 어렵습니다. 메뉴판을 보다 보면 계산대에 서 있는 카페 직원의 어깨가 시선에 걸리고, 판서를 하는 교수님의 분필을 보다 보면 새로 바꾸신 안경도 눈에 띄기 마련이죠. 그러면 이 질문에는 도대체 어떻게 답해야 하는 것일까요? "교수님의 분필과 새로 바꾸신 안경, 학생들의 뒤통수, 굳게 닫힌 철문을 보고 있어.” 이렇게 답해야 할까요? 하하, 그렇지 않습니다. 시선의 초점이 머무는 부분을 말하면 간단하게 해결됩니다.
“저 안경, 교수님이 새로 사셨나 봐.”
주변을 둘러보세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눈은 열심히 다양한 사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모든 사물에 초점을 맞추진 않습니다. 초점이 맞은 그 부분이 저희가 바로 ‘보고 있는’ 것이겠죠. 모든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 아쉬울 수도 있지만, 이것은 인간이 가진 능력입니다. 저희 삶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불 꽃], 이상헌, 2024, Oil on Canvas
작품 안에서 초점이 맞은 부분이 보입니다.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 약간의 푸른색이 섞인 아름다운 불꽃이죠. 하늘로 피어오르는 것이 진짜 ‘꽃’을 연상케 합니다. 근데 뒤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 수가 없습니다. 초점이 맞지 않아 흐려져 버렸네요. 아마 불과 달로 추정되는 무언가 보입니다. 전쟁 중 포격에 의한 불일 수도, 산불일 수도, 혹은 그저 모닥불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은 불꽃을 ‘보고 있는’ 순간을 나타냅니다.
“무엇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 넌?”
이 질문을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같은 삶이라도 흘러가는 양상은 많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누구나, 정말 누구나 인생에서 크고 작은 시련을 마주합니다. 아무것도 못 할 만큼 무기력해지거나, 분노로 가득 차는 순간도 찾아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잠시 초점을 어디에 둘 지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불로 가득 찬 그림에서도 분명히 현재를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을 주는 불꽃은 존재합니다.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겁니다. 무섭게 활활 타오르는 불 속에서도 아름다운 불꽃에 초점을 두고 희망을 잃지 마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