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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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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살아내기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봐도 비극이다. 연말까지 흐린 물안개가 자욱하다.

 

매일 눈을 뜨면 뉴스부터 본다. 세상은 오늘도 비극이다. 무력하게 나는 오늘도 많은 것들에 애도를 표하고 살아있는 나의 삶을 산다.

 

이번 연도처럼 설레지 않는 연말은 없었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연말이라 다 털어내고 새로운 한 해로 넘어가고 싶었는데, 유독 힘든 한 해를 보내고 털어보내려니 세상이 많이 힘들어 보여 아직 발걸음을 떼기 어렵다. 조금 더 위로가 필요한 24년인데 12월 31일 마지막 날 밤, 곧 이대로 한 해가 넘어간다.


어제의 24년과 오늘의 25년 그 아슬한 경계선에서 첫 발을 내딛을지 고민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 하루를 살아가는 것 매일 슬픈 소식들이 들려오지만, 어찌 되었든 살아있기에 매일을 살아가는 게 아닐까.

 

요즘 죽음이란 무엇인지 생각을 많이 한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삶이 부질없다 생각하다가도 그렇기에 더 재밌게 열심히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살아야지 다짐하는 하루다. 꿈은 커가지만 현실은 각박해져가는 하루와 세상, 하지만 끊임없이 발전하고 바뀌는 세상이라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

 

내년엔 좋은 한 해가 될까? 모두가 호황을 누리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한 번 사는 인생일 텐데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행해지는 모든 것들은 모두 다 사라지길. 그럼 모두 해피 뉴 25.

 

 

 

정리를 마친 방에는 애틋함이 돌았다.


 

크고 작은 마음들을 꽃잎점처럼 생각해 봤다. 헤어짐과 출발은 애틋한 관계 같다. 헤어져야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서운하고 씁쓸했다. 무언가를 하기 위해 떠나는 마음. 끝났기에 떠나야 하는 마음.

 

어린이집부터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까지 길게 오래 걸어왔다. 멀어져 버린 걸음은 기억이 안날 때도 있지만... 19살엔 여러 지역을 오가며 입시 준비를 했고 20살부터는 연고지도 없는 곳들에 정착해 살았다. 매번 정리하고 정리되는 나의 방.

 

늘 살기로 한 집에 처음 들어오면 집도 손님을 처음 맞는 듯 어색한 공기와 함께 공허함과 빈 마음이 살포시 자리 잡는다. 그러나 며칠 즈음이 지나면 차가운 냉기를 지녔던 밋밋한 방은 어느새 나의 향기를 가득 머금은 채 나를 반긴다. 나의 향기를 알고 싶을 때 옷장이나 방문을 열면 조금이나 느껴진다.


졸업만을 앞두고 다시 집을 빼려 정리 중이다. 그렇게 가고 싶었던 집인데, 5년 만에 다시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뭐가 그리 서운한지 벌써 마음이 시큰거린다. 나의 집이어서 그런가. 나와 집 둘이서 애틋한 정이 들었나 보다. 그건 그렇고 앞으로 아무런 이름표가 없다. 그냥 25살 아무개일 뿐. 학생이라 소개했던 나날을 이제 이름으로써 소개할 수 있겠다.


아직 서울에 두고 있는 것들이 많은데, 다시 만날 순간만을 남긴 채 다시 내려간다. 다들 설레는 연말의 겨울밤. 찬찬히 남은 순간들을 내 자취들을 꿈을 택배 박스에 담아 실어 보낼 준비를 한다. 그렇게 다 치운 방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아직 나의 향기만은 날 배웅해 주려 남아있었다.

 

애틋한 만남과 헤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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