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확립시켜 나가죠. 점점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되고 자신만의 철학이 생기며 자연스럽게 정체성이 형성됩니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자신을 가두고 있는 틀을 점점 단단하게 만든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많은 특징이 좀 더 명확하게 정리되고 본인만의 취향이 확고해지는 것. 자기 자신에 대해 높은 이해를 갖고 좋고 싫음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 어떤 부분에서는 실제로 그럴 수도 있지만, 착각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단순화, 명료화시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그 부분에서 고민하고 복잡한 생각 속에서만 보이는 작은 가능성이 삭제되고 큰 줄기 하나로 획일화되어 버리죠.
그래서 흔들리고 고민하는 것은 다양한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창의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바람이 치면 곧고 단단한 나무는 부서지고 뽑히지만, 갈대는 허리를 숙여 유연하게 대처하죠.
그래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표현보다는 "정체성을 가꾸어 나간다"는 표현이 더 마음에 듭니다. 변화하고 싶을 때 자유롭게 변화하고, 고민이 될 때 최선을 다해 흔들리며 고민하는 시간은 여러분들의 "정체성"이라는 정원을 더 아름답게 꾸며줄 것입니다.
독립영화에 등장할 주인공 '모토카'의 엽서 사진, 이상헌
지금 참여하고 있는 영화에 사용된 주인공 '모토카'의 엽서 사진입니다. 아직 가을이 저물지 않은 상태에서 눈이 펑펑 내렸던 2024년의 하반기의 첫눈을 담았습니다. 눈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흰색이 주로 떠오르지만, 그와 조금은 상반된 붉고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나뭇잎을 함께 담은 사진을 엽서에 포함했습니다. 모토카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본인의 정체성, 또 사진작가로서 본인의 적합성에 대해 고민합니다. 다만 그 고민을 하며 힘들어하지 않고 의연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의 주장을 하는데요. 그녀의 할머니가 그녀에게 자유롭게 일본과 한국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조언을 해주었기에 모토카가 부러지지 않고, 유연하게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죠.
자신의 진로 혹은 정체성에 관해 고민 중이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무엇이든 너무 섣불리 정하려 하지 말고 시간을 충분히 갖고 생각해보라는 말씀드리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