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페퍼톤스의 스무 살을 기념하며 [공연]

글 입력 2024.12.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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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톤스의 스무 살


 

어떤 한 가지를 꾸준하게 하는 모든 사람을 존경한다. 공부, 운동, 일 뭐든 상관없다. 뭔가를 계속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냥 하루하루 살아가면 시간이 쌓이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꾸준함’ 이라는 말이 들어가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내가 쌓아온 것들 위로 더 쌓기 위해선 그 전보다 더 많은 정제된 시간이 필요하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찾아오는 위기를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겨울의 차디찬 공기보다 따뜻한 이불속, 평소보다 잘 안되는 순간, 나보다 더 성공한 사람, 혹은 아래에서 차고 올라오는 사람을 보며 흔들리는 마음, 이와 같은 것들이 ‘그냥 조금만 하고 넘겨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 그걸 이겨내고 꾸준히 쌓아간다는 것은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20년 동안 페퍼톤스는 청춘을 노래하는 음악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이를 기념하는 콘서트가 지난 12월 14, 15 양일간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열려 다녀왔다.

 

 

페퍼톤스 연말콘 2024.jpg

 

 

공연 셋리스트

 

1. rewind - 20주년 기념 앨범

2. 코치 - 20주년 기념 앨범

3. Shine - 드라마 치얼업 OST

4. 태풍의 눈 - 정규 7집 thousand years

5. 사파리의 밤 - 정규 7집 thousand years

6. 긴 여행의 끝 - 정규 6집 Long Way

7. 카우보이의 바다 - 정규 6집 Long Way

8. 굿모닝 샌드위치 맨 - 정규 5집 High Five

9. 몰라요 - 정규 5집 High Five

10. 청춘 - 정규 5집 High Five

11. FAST - 정규 5집 High Five

12. 검은 우주 - 정규 4집 Beginner's Luck

13. BIKINI - 정규 4집 Beginner's Luck

14. 21세기의 어떤 날 - 정규 4집 Beginner's Luck

15. 작별을 고하며 - 정규 3집 SOUNDS GOOD!

16. Balance! - 정규 2집 NEW STANDARD

17. 해안도로 (Vocal. 김현민) - 정규 2집 NEW STANDARD

18. 공원 여행 (Vocal. 김현민) - 정규 3집 SOUNDS GOOD!

19. Galaxy Tourist (Vocal. 스텔라장) - 정규 2집 NEW STANDARD

20. Superfantastic (Vocal. 스텔라장) - 정규 1집 COLORFUL EXPRESS

21. Everything Is OK - 정규 1집 COLORFUL EXPRESS

22. 21st Century Magic - A PREVIEW

23. Ready, Get Set, Go! - 정규 1집 COLORFUL EXPRESS

24. New Hippie Generation - 정규 2집 NEW STANDARD

25. 겨울의 사업가 - 정규 3집 SOUNDS GOOD!

26. 행운을 빌어요 - 정규 4집 Beginner's Luck

27. Thank You- 정규 5집 High Five

28. long way - 정규 6집 Long Way

29. GIVE UP - 정규 7집 thousand years

30. 라이더스 - 20주년 기념앨범

31. [앵콜곡] 계절의 끝에서 - open run EP

 

 

20주년 기념 앨범 Twenty Plenty의 B-Side 첫 곡인 ‘Rewind’의 테이프 감는 소리로 공연은 시작됐다. 그 속에 담긴  페퍼톤스의 짧은 데모곡들이 들리니 노래를 MP3에 담아 학교 복도에서 처음 들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 후, 2023년 연말 콘서트에서 선공개되었던 ‘코치’, 재평 님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던 드라마 치얼업의 OST ‘Shine’으로 이어졌다. 특히 ‘Shine’의 노래에 맞춰 관객 모두가 박수와 구호를 그 어느 때보다 더 힘차게 치기 시작하자, 페퍼톤스의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마음을 품고 이 순간을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번 공연은 늘 함께해주는 드럼(신승규), 기타(양재인), 건반(양태경)뿐만 아니라 온 더 스트링(On the String)과도 함께해 사운드가 한층 풍부했다. 특히 ‘검은 우주’에서는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 OST처럼 스트링으로만 시작되다 우주선의 신호음 같은 신시사이저 소리가 흘러나와 어떤 외계 기지에 파견된 요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느 날 페퍼톤스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말했을 때 어떤 한 분이 “아~ 그분들 노래 처음 들었을 때 완전 이과생의 음악이라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기 전에는 그들의 음악이 ‘이과스럽다’느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이과생이라 그럴까) 하지만 그 후로 페퍼톤스가 쓰는 가사에 담긴 단어들에서 ‘이과스러움’ 을 발견할 때마다 속으로 혼자 웃곤 하는데 특히 이번 콘서트를 위해 편곡된 곡을 들으니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라이더스 뮤비.jpg
라이더스 뮤직비디오 속 우주사랑

 

긴여행의 끝 뮤비.jpg
긴 여행의 끝 뮤직비디오 속 우주사랑

 

 

공연 중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대는 그들의 가장 초창기 시절이 되었다. 그 순간, 페퍼톤스의 처음을 함께 했던 객원보컬 현민 님이 등장해 20주년을 함께 축하했다. 여전히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공원여행’을 들으니, MP3에 담긴 그들의 노래를 학교 복도에서 처음 들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물려받은 오빠의 MP3에 담겨있어 듣기 시작한 노래가 시간이 흘러 연말마다 페퍼톤스의 콘서트를 찾는 사람으로 만들어줬다는 게 정말 신기하다.

 

페퍼톤스의 음악은 단순히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입 밖으로 내뱉으며 부를 때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노래 가사 가 단순히 노래 구성하는 한 요소를 넘어 그 이상의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밴드 루시(LUCY)가 리메이크하기도 한 ‘21세기의 어떤 날’은 콘서트와 페스티벌에서 사람들과 함께 외칠 때, 좋아하는 가수에게 사랑을 전하는 것과 더불어 그 가수와 노래 덕분에 얻었던 모든 감정과 시간이 이 순간을 위해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진다.

 

 

 

 

오늘 지금 바로 여기 멋진 우주 한복판에서 너를 만나 정말 기뻤다.

눈을 감고 소리치며 21세기를 함께 느꼈던 우리 기억되길.

 

- 21세기의 어떤 날 가사 중 발췌

 

 

2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답게 공연의 셋리스트는 현재에서 과거로,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이 구성은 단순히 공연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곡이 담고 있는 나만의 추억과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불러일으켰다. ‘Shine’이 흘러나올 때는 첫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순간이 떠올랐고, ‘New Hippie Generation’에서는 대학교에 입학해 학과 건물로 향하던 길목에 있던 잔디밭 풍경이, 그리고 ‘Give Up’을 들을 때는 자격증 시험에 떨어져 낙담했던 모습이 떠오르며 다시금 위로를 받았다. 페퍼톤스의 음악은 나에게 단순히 노래 그 너머의 존재였다. 삶의 배경음악이었고, 그들의 이야기가 쌓일수록 내 삶의 이야기 역시 함께 켜켜이 쌓여갔다. 각자의 삶에 있는 청춘의 한 조각을 서로에게 선물하고 있다는 생각에 뭉클해지면서도, 이토록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열심히, 여전히 그대로 머물러있지만, 또 새로운 그들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더욱 들었다.

 

울고, 웃고, 환호하며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다 보니 어느새 공연은 마지막 곡인 ‘라이더스’로 흘러갔다. ‘라이더스’는 20주년 기념 앨범의 타이틀곡으로, 페퍼톤스의 수록곡 중 가장 최근에 완성된 곡이다. 이 곡에는 오랜 시간 함께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자는 소망이 담겨 있어 요즘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었다.

 

 

 

 

가슴 벅찬 오늘 무척 설레이던 내일

빛나는 시간 속 늘 우리 함께였네

 

영원한 것은 없다고 모두 말하지만 하늘은 아직도 푸르네 눈부신 바다를 꿈꾸네

 

밤새도록 멈추지 않는 우리들의 노래 오

오랫동안 꺼지지 않는 밤하늘 불꽃처럼 우후-

영원토록 변하지 않는 우리들의 노래 오

수많은 시간을 함께한 오랜 친구 가자 또다시 오-

 

- 라이더스 가사 중 발췌

 

 

나는 페퍼톤스와 팬들의 관계가 딱 이 가사 속 ‘오랜 친구’ 같다고 생각한다.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웃고, “그땐 그랬지” 하며 추억을 꺼내볼 수 있는 사이. 언뜻 보면 가수와 팬의 관계에서 불가능할 것 같지만, 서로 적당한 거리에서 응원하며 각자의 행운을 빌어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이들을 응원하며 알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시간이 흐르고, 현실에 부딪히고, 상황이 바뀌면 변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은 그 모든 것에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날의 ‘라이더스’는 마치 서로를 향한 약속처럼 들렸다. 앞으로도 계속,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겠지만, 같은 노래를 공유하며 새로운 시간을 쌓아가리라는. 그렇게 우리는 또다시 시작될 다음 여정을 꿈꾸며 함께 할 것이라는 약속.

 

레스토랑에서 에피타이저, 메인디쉬, 디저트 중 가장 공을 들이는 파트가 디저트라고 한다. 아무리 앞의 요리가 훌륭해도, 디저트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전체의 기억마저 희미해지기 때문이다. 앵콜 곡인 ‘계절의 끝에서’는 마치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디저트 같은 노래다. 2024년의 마지막 달, 다사다난한 일들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 모두가 스스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길 바란다. 아쉬움이 남더라도, 또 다른 시작이 기다리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리고 청춘은 청춘 그 자체로 빛나고, 먼저 살아보니 이 삶은 꽤 괜찮다는 것을 내게 알려줘 고맙고 우리 함께 더 빛나자고 페퍼톤스에게 전하고 싶다.

 

 

 

 

흩날리던 벚꽃잎 위로, 그 설레이던 봄날이 끝나고

뜨겁디뜨거웠던 여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서

가슴 시리던 찬바람에 눈부신 가을 햇살이 저물어

다시 또 겨울이 찾아오면 또 다른 시작

 

- 계절의 끝에서 가사 중 발췌

 

 

 

박지영.jpg

 

 

[박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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